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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R&D 투자액 증가율, 중국 24.7% vs 한국 3.7%

중앙일보 2016.12.28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세계 2500위권에 드는 상위 기업들 중 한국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이 중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R&D 투자액 증가율은 중국이 한국을 7배 이상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 2016’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2500개 기업의 총 R&D 투자액은 6960억 유로(약877조7600억원)에 달했다. 한국 기업은 254억 유로(약 32조7400억원)인데 반해 중국 기업은 498억 유로(약 62조8800억원)이었다.

EU, 세계 2500개 기업 조사
글로벌 평균 6.6%에 못미치는 한국
미래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커져
한국 2500위권 기업 5개 줄어 75개
삼성전자, 3년 연속 2위 자리 지켜

투자액을 점유율로 환산하면 한국 기업들은 이 가운데 3.7%를 차지해 전년보다 0.2%포인트 줄었다. 미국 기업이 전 세계 R&D 투자의 38.6%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일본(14.4%), 독일(10%), 중국(7.2%)이 뒤를 이었다. 중국의 점유율은 한해 전보다 1.3%포인트나 증가했다. 프랑스(4.1%)·영국(4.1%)·스위스(4%)도 한국보다 R&D에 더 많은 돈을 들였다. 위원회 측은 “화웨이·ZTE·바이두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중국의 R&D 투자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R&D 투자액 증가율에서도 한국은 3.7%로 전세계 평균(6.6%)에 못미쳤고 중국(24.7%)에 크게 뒤졌다. 전문가들은 투자액 증가율의 격차가 미래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기업들은 경제 예측 가능성이 높을 때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며 “중국이 정치·사회적 안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거대 내수시장, 자본 시장을 앞세워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도전은 대부분 혁신적이라기 보다는 기존 기술을 개선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성향이 소극적 투자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에 한국은 75개 기업이 포함됐다. 미국이 837개로 가장 많았고, 일본 356개, 중국 327개, 영국 133개, 독일 132개, 대만 111개, 프랑스 83개 순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G2’인 중국과 미국이 각각 26개·8개 늘었고 한국과 일본은 각각 5개·4개씩 줄었다. 기업 별로는 136억 유로(약 17조1500억원)를 쓴 독일의 폴크스바겐과 125억 유로(약 15조7600억원)를 투자한 삼성전자가 3년 연속 1·2위에 올랐다. 국내 기업 중에는 LG전자(27억 유로·48위), 현대자동차(16억 유로·83위)가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R&D 규모가 크게 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성장 전략 변화를 꼽았다. 국내 투자 여력이 적은 탓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기술 확보 전략을 R&D 중심의 자체 개발에서 M&A 중심의 외부 수혈로 바꾼 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2014년에 비해 3.1% 줄었다. R&D 인력도 2014년 7만398명에서 지난해 6만5602명으로 5000명 가까이 줄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수종 사업을 키우기 위해선 자체 역량 만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M&A 및 기술 협력, 지분 투자 등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보기술(IT) 분야는 기술 트렌드 변화가 빨라 필요한 모든 역량을 일일이 R&D로 충당하면 속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자동차 전장사업을 미래 사업으로 꼽은 뒤 약 9조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병태 교수는 “4차 산업 혁명으로 어떤 기술이 최종 승자가 될 지 모르는 시대를 맞고 있다”며 “R&D든 글로벌 빅딜이든 전략적으로 접근해 발빠르게 기술 생태계를 장악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하선영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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