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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소비심리, 금융위기 직후 수준

중앙일보 2016.12.28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소비 심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로, 전달의 95.8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12월 CCSI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94.2)과 동일한 수치다.

12월 지수 94.2…2009년 4월과 같아
유일호 “재정 적극적으로 운용 계획”

CCSI는 전국 2200개 도시 가구(2050개 가구 응답)를 대상으로 조사한 17가지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현재경기판단지수·향후경기전망지수 등 6개를 종합해 산출한다.
17가지 CSI는 기준치인 100을 넘으면 낙관적 전망이 비관적 전망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CCSI는 100보다 높으면 현재 소비자 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의미이고, 100 아래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CCSI는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동안 100선 위에서 보합권을 유지해 오다가 지난달 급락한 데 이어 이달에 더 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 불안감 고조 등이 원인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세부 CSI도 11월보다 더 악화했다. 6개월 전과 현재의 경기상황을 비교하는 현재경기판단지수는 11월(60)보다 5포인트 떨어진 55였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의 34 이후 7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현재생활형편 지수도 11월의 90에서 89로 1포인트 떨어졌다. 6개월 뒤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향후경기전망지수도 65로, 기준선인 100에 한참 못 미쳤다.

여기에 1년 뒤의 집값을 전망하는 주택가격전망지수조차 지난달의 107에서 97로 추락했다. 이 지수가 100선 아래로 떨어진 건 2013년 2월의 95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1년 뒤 집값이 지금보다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 소비자가 그 반대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반면 금리수준전망지수(124)는 11월보다 12포인트나 올랐고, 물가수준전망지수(141)도 3포인트 상승했다.

종합하면 소비자들은 생활형편 호전 기미는 없는 상황에서 집값은 떨어지고 금리와 물가는 오르는 등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지출전망지수가 11월의 106에서 103으로 3포인트 하락한 것도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소비자들이 당분간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정부도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재정전략협의회에서 “대외 불확실성의 확대와 국내 소비 및 건설투자 둔화 등으로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약해질 것 같다”며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면서 성장률 등을 면밀히 점검해 필요할 경우 추가대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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