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를 흔든 시 한 줄] 배종옥 배우

중앙일보 2016.12.28 00:32 종합 32면 지면보기
배종옥 배우

배종옥
배우

온갖 만물과 계절이

모두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한 해

한 세상이 되는 거야.

- 랄프 왈도 에머슨(1803~1882), ‘우화’ 중에서
 
30대의 나를 버티게 했던 시구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시 읽다
에머슨을 나는 30대 중반에 만났다. 삶의 경계에 섰을 때 내게 큰 힘을 주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추구하고자 할 때 부단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 틈에 산 정상의 구름이 걷히면서 양떼가 놀고 바람이 불고 아름다운 전경이 홀연히 내려다보이는 것처럼 진리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이야기였다. 이 말이 가슴이 뛸 정도로 좋았다. 여배우로서의 위치를 고민하고, 끝까지 배우로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을 이루지 못했던 때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 해야 할 일과 포기해야 할 일에 대한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내가 가고 싶은 길 쪽으로 묵묵히 가다 보면 나도 홀연 무엇인가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말이 기쁨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온갖 일이 있었지만 중심을 잡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지나온 나의 시간이 그러했듯, 이 나날이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한 해를 보내는 지금 다시 든다.

배종옥 배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