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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17만원 ‘럭키 박스’에 120만원 선물이? … 재미는 기본, 깜짝 행운은 덤

중앙일보 2016.12.28 00:01 강남통신 14면 지면보기
패션·유통·호텔 업계 연말 이벤트
파는 사람에게도 사는 사람에게도 행운을 가져다주는 ‘럭키 박스’가 올 연말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럭키 박스는 어떤 내용물이 들어있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채 구입하는 깜짝 이벤트 성격의 상품이다. 일본에서 연말연시에 백화점이나 대형 브랜드 매장에서 대대적으로 판매하는 복주머니 또는 럭키백 문화가 국내에도 본격 상륙한 것이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비욘드 클로젯’은 연말을 맞아 지난 17일부터 서울 강남구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럭키 박스 이벤트를 열고 있다. 판매가격 7만9000원인 럭키 박스(사진) 안에 2016년 가을·겨울(FW) 신상품 크루넥 셔츠 두 종류를 무작위로 담았다. 한 벌에 6만~7만원대에 판매되는 티셔츠인 점을 감안하면 50~60% 할인받는 효과다. 이 브랜드 관계자는 “싼 가격과 재미라는 두 가지 요소 때문에 젊은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 모으는 집객 효과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24일 오전부터는 모든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대해 매장별로 50개씩 한정 판매했다.
호텔가와 유통업체도 럭키 박스 마케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서울 롯데호텔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5일까지 ‘2016 잭팟박스’를 판매했는데 단 열흘만에 1400개를 모두 팔았다. 판매 가격 17만원짜리 박스에는 최소 25만원에서 최대 120만원 상당의 식사권과 숙박권 등을 넣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침체된 사회 분위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난해보다 더 빠른 속도로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9월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 ‘1만원의 행복 대박 백’을 판매했다. 1만원짜리 백 안에 케첩·허니머스터드 등 3만~4만원 상당의 인기 가공식품을 담았다. 각 점포마다 1000개씩 준비한 제품이 당일 오전중에 모두 소진될 정도로 인기였다. 홍성민 신세계백화점 과장은 “반응이 좋아 내년 초에 럭키백 이벤트를 또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럭키박스 인기 요인은 가성비와 서프라이즈 요소다. 박스 판매 가격보다 값비싼 내용물을 넣는 건 기본. 여기에 정확하게 어떤 물품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기대감이나 행운을 기원하는 펀 요소까지 더해지니 사람들이 지갑을 연다.

재밌는 건 지난 몇년 동안은 국내 소비자들이 럭키 박스에 대해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몇 년 전 일본 백화점의 복주머니 행사를 벤치마크해서 국내 백화점에서도 럭키 박스 이벤트를 기획했으나 판매가 되지 않아 상당수가 재고로 남았다. 당시 유통업계에서는 일본에서는 럭키 박스를 행운으로 여기는 반면 한국 소비자들은 지불하는 가치에 상응하는 물건인지를 더 중시하는 소비 성향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봤다.

불과 몇년새 소비성향이 달라진 걸까.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실이 점점 더 팍팍해지면서 가격적 혜택과 재미라는 요소에 국내 소비자도 주목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영·윤경희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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