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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최대 보유국 중국, 사이버머니 시대 선점 노리나

중앙선데이 2016.10.16 00:48 501호 21면 지면보기

[shutterstock]



중국은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3월 골드먼삭스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 환전량의 80%가 중국 위안화다. 중국인들이 대규모로 비트코인을 모으기 시작하자, 중국이 미국과의 화폐전쟁에서 비트코인을 무기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비트코인을 활성화시켜 달러의 입지를 줄임과 동시에 위안화 절상 및 국제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IT는 지금] 비트코인의 정치경제학

일부 음모론자들은 중국이 비트코인을 또 다른 통화정책 수단으로 사용해 세계경제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의 주요 2개국(G2)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성장했다.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미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중국과 비트코인을 둘러싼 음모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알리페이 등 온라인 결제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없다. 비트코인은 누가 가지고 있는지, 어디다 썼는지를 볼 수 없기 때문에 통제가 어렵다. 중국 정부는 테러 및 범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 정책과는 반대로 중국인들의 비트코인 사랑은 여전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Wikimedia Commons] 블록체인 방식으로 개인기기에 모든 정보를 기록한 화면.



[비트코인, 블록체인 방식으로 안전성 확보]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사라는 가명을 사용한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사이버 가상화폐다. 올 5월에 호주 사업가인 크레이그 라이트가 자신이 비트코인을 개발했다고 주장했으나,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 개발됐다. 국가들의 통화 정책 통제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비트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통제 없이 운영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중앙통제 없이 매년 일정 수량을 목표로 비트코인을 만들어낸다. 2009년 도입 초기에 비트코인은 10분당 50개의 속도로 생성되도록 설계됐다. 2140년에 추가적으로 2100만개를 생산하고, 그 이후에는 생산을 중단하도록 설계됐다. 비트코인 생산원리는 ‘채굴’이라는 과정에 의해서 이뤄진다. 암호문을 풀어내면 비트코인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컴퓨터 성능이 좋아질수록 생산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획득할 때마다 암호문을 복잡하게 내서 획득을 더 어렵게 한다.



비트코인이 중앙통제 없이 운영될 수 있는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을 단순히 ‘분산장부 거래’로 한정 지어 정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블록체인은 분산형 방식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말한다. 다시말해 기존 네트워크 방식은 발생한 모든 사건들을 중앙에서 기록하고 관리했다면, 블록체인 방식은 네트워크의 모든 사건 기록을 중앙에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한 모든 사용자들의 기기에 기록한다. 가령 A사건이 발생하면 기존 네트워크 방식은 중앙 서버에 기록된다. 반면에 블록체인 방식은 사용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모든 저장매체에 기록된다.



이런 방식은 중앙 서버가 필요 없이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중간에 누군가가 개입을 방지해준다. 기록들이 블록체인 참여자의 모든 저장매체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저장된 기록을 바꾸려면 참여자들 중 50%를 찾아가서 기록 내용을 변경해야 한다. 블록체인 방식은 네트워크 방식보다 보안 측면에서 안전성도 크다. 저장 기록을 왜곡하려면 참여자 50% 이상의 저장매체를 해킹해야 한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다. 중국은 비트코인의 가장 큰 채굴국으로 알려져 있다.



[가치변동 심해 투기 수단으로 쓰이기도]물론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구글이 보유한 최고 수퍼 컴퓨터급을 이용해 블록체인 사용자의 50%를 알아내 해킹하면 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참여자들을 알아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고 구글이 보유한 수준의 수퍼 컴퓨터를 가진 기관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보안을 중시하고 중앙통제 방식에 거부감을 느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수단이 됐다.



중국이 비트코인을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가 되면서, 일부에서는 중국이 비트코인을 제2의 통화로 키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중국 정부도 그럴 의도는 없어 보인다. 일례로 2013년 3월에 중국은 자국 내에서 비트코인의 금융거래를 막는 규제를 도입했다. 알리페이와 텐센트 등에게 비트코인을 진짜 돈처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중국이 비트코인을 제2의 화폐로서 바라보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비트코인 자체는 화폐로서 기능을 할 수 있을 만큼 안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2013년에 비트코인이 조명 받으면서 11월에 1200 달러까지 급등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곧 비트코인의 가치가 버블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2014년 1월에는 800달러로 떨어졌다. 2개월 만에 가치가 약 400달러나 하락한 것이다. 화폐의 변동성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불안정하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화폐로 보기보다는 투기 수단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다른 이유는 비트코인을 중앙에서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거래자의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제를 원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을 관리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중국 내에서 범죄의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는 중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애초에 비트코인은 통제에서 벗어난 화폐 시스템을 목표로 개발됐기 때문에 중국이든 그 이외에 국가든 비트코인을 활용해 사이버상의 통화를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안으로 중국은 인민은행을 통해서 비트코인과 별도로 사이버머니를 발행해 통제권을 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민은행 주도로 알리바바·텐센트 활용]이처럼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규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실질적으로는 비트코인 사용을 강하게 막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페이스북이나 구글을 차단한 것처럼 비트코인도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비트코인 사용 규제가 있지만 차이나텔레콤 통신비를 비트코인으로 내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니라 상품이기 때문에 상품권처럼 활용하는 것은 괜찮다는 식으로 유권해석을 내렸다.



게다가 중국은 주요 비트코인 채굴지 중 하나다. 중국 정부는 이를 막지 않는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사이버머니가 국가 전략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미국 달러의 입지를 좁히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을 활성화시켜 달러를 대신하면 자연스럽게 달러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위안화를 가지고 달러와 화폐경쟁을 벌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중국 정부는 자체적인 사이버머니를 만들어 유통하려 한다. 비트코인과는 달리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를 선호하는 것이다. 사이버머니는 국경을 초월해서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나의 거래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면 새로운 국제 결제통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사이버머니의 토대를 확장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알리페이·텐센트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올해 춘절 기간 알리바바·텐센트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홍바오(세뱃돈)'를 앱을 통해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중국발 사이버머니가 확산되면 최소한 아시아 국가 내에서는 채택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사이버머니가 널리 사용된다면 중국인들은 자연스럽게 한국 소매점에서 이를 통한 결제를 요청하게 된다. 이미 한국을 방문하는 많은 중국인들이 알리페이를 활용해 물건들을 구매한다. 알리페이처럼 중국 사이버머니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2009년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사이버머니 시대가 열렸다.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들은 사용이 편리한 사이버머니를 자주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를 내다보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직 사이버머니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비트코인 말고는 어느 누구도 사이버머니를 주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빠르게 사이버머니를 유통시켜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잡는 쪽이 유리하다. 우리 정부도 중국처럼 눈에 보이는 화폐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화폐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때가 됐다.



 



유성민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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