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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본 북한 “미국 날 많이 무뎌졌다” 판단

중앙선데이 2016.10.02 01:18 499호 7면 지면보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신형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엔진 분출시험을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노동신문]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있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옥죄기가 강도를 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지난달 26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지원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훙샹(鴻祥)그룹을 제재 대상에 올린 데 이어 북한을 국제금융망에서 퇴출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달 28일 북한의 국제금융거래 서비스 이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북한 국제금융망 차단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은 이에 앞서 각국에 북한과의 외교 및 경제 관계를 단절하거나 격하할 것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또한 지난달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60차 총회에서 북한에 모든 핵무기 및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을 강력 촉구하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 강화에도 불구하고 북한 김정은 정권은 꿈쩍도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다른 열강들과 미국 사이의 갈등과 모순이 더욱 격화됐다”며 “미국은 나날이 쇠퇴 몰락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클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이 최근 “자위적 차원에서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서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이 우리에게 핵 선제타격을 시도한다면 그에 앞서 우리의 무자비한 선제타격이 미국 본토를 포함한 침략의 본거지들에 가해지게 될 것이다”고 맞받아쳤다.


김정은의 ‘핵 도박’ 계산법

북·미가 ‘강 대 강’으로 맞서면서 선제타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위험한 도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핵 개발에 대한 김정은의 집념은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다. 북한은 그 이유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 3월 28일자에서다. 김정은이 아버지의 유훈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끝까지 간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지난달 9일 5차 핵실험을 했다. 핵탄두 폭발시험으로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다종화에 성공하면서 핵 개발의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주장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해 원하는 곳으로 실어 나르는 것이다. 미국이 과연 어디까지 인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멀린 전 합참의장은 미국이 선제타격할 조건으로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을 제시했다. 미국의 인내 범위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만약 북한이 핵탄두를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미국을 위협하면 자위적 차원에서 선제타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을 먼저 공습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선제적 군사행동은 미리 논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선제 공격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는 얘기다.



미국은 태평양을 자신들의 영해로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이 쏜 ICBM이 본토가 아닌 태평양에라도 떨어지면 전쟁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존 하이텐 미국 전략사령관 내정자는 지난달 20일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의 ICBM 개발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이 최근 대형 로켓엔진 시험을 했다는 보고가 나왔는데 그것이 지구 정지궤도에 닿을 능력을 갖춘 것이라면 곧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능력을 갖춘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평양을 다녀 온 재미동포 김모씨는 “북한 외무성 관리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때 보여준 미국의 우유부단한 모습과 중국이 버티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문제로 미국이 북한을 쉽게 공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2014년 미국이 러시아를 우습게 보고 흑해 연안에 대한 군사 포위망을 강화했지만 정작 푸틴의 기습적인 무력시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봤다. 김씨는 “외무성 관리들은 이 장면을 보고 미국이 과거보다 날이 많이 무뎌졌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북한 외무성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미치광이’라고 부르는 등 오락가락하지만 김정은을 지도자로 인정해 줄지도 모른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처럼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자신들을 아예 무시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을 ‘악의 축’이라고 비난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싫어하지만 6자회담을 개최하는 등 대화를 제의한 것에는 점수를 주고 있다. 김씨는 “북한은 ‘강 대 강’으로 맞붙은 냉전 체제에서도 미·소 간에 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며 “북한은 올 미국 대선 때까지는 어떤 도발도 하지 않을 것이며 다음 행정부와의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이 대외 정세는 이용호 외무상의 조언을 많이 듣는 편”이며 “ICBM을 미국으로 발사하려는 조짐만 보여도 공격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유화 제스처로 지난달 24~25일 원산 갈마공항에서 ‘원산국제친선항공축전 2016’을 개최했다.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지난달 26일 원산발로 이 행사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더글러스 자크 미국 프로 스카이다이버, 라파엘 스투더 스위스 변호사, 닐스 린타우트 네덜란드 비행 교관 등 해외 관광객도 참가했다. 올해 68세의 자크는 미 국무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참가한 이유에 대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국적인 장소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할 가능성에 끌렸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달 9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고 자주의 강국, 핵 보유국의 지위에 맞게 대외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핵 개발이 거의 끝나면 대외관계를 확대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그 첫 단추가 원산국제친선항공축전이었다. 관광사업부터 시작한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미 대선까지 지금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다 선거 결과에 따라 대화 무드를 조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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