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부·기업이 인공지능으로 정책 결정하는 시대 곧 열릴 것

중앙선데이 2016.09.25 00:46 498호 20면 지면보기



인공지능(AI) 연구의 한 가지 흐름에서는 과학기술·과학소설(SF), 심지어는 종교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AI연구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중에는 황당무계(荒唐無稽)하게 들리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어제의 공상이 미래의 현실이다.


'로봇 대통령' 시스템 개발 나선 벤 고르첼 박사

AI계의 ‘구루(스승)’, ‘매버릭(maverick·이단아)’이라 불리는 벤 고르첼(49·사진) 박사는 일반인공지능협회(AGI Society) 회장이다. 천재·괴짜 과학기술인이다. 그는 AI 발전의 미래에 대해 상대적으로 다른 연구자들보다 낙관적이다. 최초의 ‘지각력 있는(sentient)’ 로봇은 3년, 인간 수준의 AI는 9년 내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고르첼 박사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 humanism)을 표방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은 과학기술로 영육(靈肉)상의 인간 성질·능력을 개선하려는 지적·문화적 운동이다.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트랜스휴머니즘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 중 하나로 지목했다.)



고르첼 박사는 ‘로봇 대통령’ 로바마(ROBAMA, ROBotic Analysis of Multiple Agents)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정치인·경영인·일반시민 등 정책결정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지원하는 AI 엔진이다. 그가 조찬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아주대·가천대·성남시 등과 파트너십 협의를 하기 위해 한국을 다음주 방문한다. 20일에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당신은 손꼽히는 ‘트랜스휴머니스트’다. 무엇을 주장하는가.“나는 트랜스휴머니스트일 뿐만 아니라 ‘코즈미스트(cosmist?우주진화론자)다. 내 생각을 『코즈미스트 선언(A Cosmist Manifesto)』이라는 소책자에서 정리한 바 있다.”



-코즈미즘(Cosmism)의 핵심은 무엇인가.“코즈미스트로서 내 믿음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인간은 점점 더 빠른 규모로 기술과 합쳐질 것이다. 우리는 지각력(sentient)이 있는 AI와 마음을 업로딩(uploading)하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다. 우리는 별들로 뻗어나가며 우주를 주유(周遊)할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이해·상상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시공(時空·space-time) 엔지니어링’과 과학적 ‘미래 마술’을 개발할 것이다. 시공 엔지니어링과 미래 마술은 종교가 약속한 대부분의 것들을 과학적 수단으로 성취하게 만들 것이다. 급진적인 기술 진보는 급격하게 사회의 물질적인 희소성을 축소시킬 것이기 때문에, 바라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풍족하게 부(富)·성장·체험을 누릴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윤리 체제가 부상할 것이다.



나는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신성하고 고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주에서 가능한 것과 비교하면 아직은 매우 원시적인 수준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인간 수준보다 훨씬 지적이고 능력 있는 마인드(mind)의 창조를 위해 노력할 필요성을 느낀다.”



-인류는 과학기술로 죽음을 극복할 것인가.“인간이 노화를 치료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또한 컴퓨터 파일을 백업하는 것처럼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백업하는 매커니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원하지 않는 죽음이 과거지사가 될 것이다.”



-인류는 어떻게 될 것인가.“현재 인류의 형태로 남아있겠다는 사람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몸과 마음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지성·지혜·공감능력·신체능력 등의 면에서 초인간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같은 사람을 다르게 복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나의 한 가지 복사본은 전통적인 인간 형태로 남아있고, 다른 복사본은 컴퓨터 네트워크 속에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로봇 속으로 자신을 업로딩해 우주에서 날아다닐 수도 있다. 수십 년 내로 ‘몸 하나에 마음 하나’라는 관념이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 또 우리들의 뇌를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고립된 개인으로 살아간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수많은 놀라운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AI는 일자리에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AI와 로봇은 수십 년 내로 인간이 일할 필요성 자체를 없앨 것이다. 미래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을 생계를 위해 한다’는 관념에 대해 분노하거나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기반의 풍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부침이 있을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 등 저개발 세계에서 전환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상류층·중상류층이나 선진국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해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되게 하려면 AI·나노기술·생명연장 등 모든 첨단 기술을 오픈 소스(open-source)로 개발해야 한다.”



-AI분야에서 불필요한 중복 투자·연구는 없는가.“AI는 단순히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연구의 문제다. 연구에서 어느 정도의 불필요한 중복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연구는 기본적으로 변이와 선택으로 작동하는 일종의 진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같은 아이디어에 대한 수많은 변이와 시행착오를 통해 최고의 변이만 살아남는다. AI가 이전보다 훨씬 인기 있는 분야가 됐지만 오늘날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AI 연구개발(R&D)은 매우 근시안적이다. 매우 특화된 AI 응용 분야는 연구 자금이 풍부하다. 일반인공지능(AGI, 모든 인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공 지능)의 핵심 문제를 풀기 위한 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10년 후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것은 특화된 AI 응용이 아니라 AGI 시스템이 될 것이다. AGI 시스템은 특수 목적 AI 시스템과 여타 특수 목적 엔지니어링 시스템을 창조하고 조작할 것이다. 현재는 고도로 특화된 AI R&D가 99%, AGI는 1%에 불과하다. 50대 50 정도로 바뀌어야 한다. 나노기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99%가 특수 목적 연구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이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 충분히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한국을 비롯한 국가들에게 기회다.”



-정치나 경영에는 AI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와 나는 급변하는 사회와 정치의 핵심 솔루션이 AI라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AI가 인간의 정책결정 과정을 보강할 것이다. AI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중대한 정책결정을 할 때가 올지도 모르지만, 당장 모든 정책결정을 AI에게 넘긴다는 뜻은 아니다. 조만간 AI는 정책결정을 지원하고 보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AI가 현재의 인간 분석가들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심지어는 더 잘할 것이다. 정보를 소화하고 패턴을 파악하는 능력 덕분이다. AI는 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요약·분석해 중요한 결정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정책결정 과정의 일부나 전부를 맡긴다는 것은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자율주행차량의 예를 들어보자. 크루즈컨트롤로 시작해 지금은 AI에게 더 많은 운전 통제권을 주는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AI 운전자로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다. 모든 새로운 기술은 무르익는데 시간이 걸린다. 점차 운전의 모든 영역을 AI에 맡기게 된다. 마찬가지로 정책결정 또한 점차 AI가 주도할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나는 ‘로바마’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로바마가 수행할 구체적인 역할은.“두 가지다. 첫째, 정책 평가다. 채택 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AI 시스템에 설명하면, AI가 그 정책이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답한다. 예컨대, 모든 한국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면 어떻게 될지, 딱 적정한 기본소득은 얼마인지에 대해 AI에게 물을 수 있다. 둘째, 정책구상이다. AI에게 목표를 제시하고 현재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성공 가능성을 고려한 간단한 정책을 도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왓슨(Watson)은 퀴즈 쇼 ‘제퍼디!’, 알파고는 이세돌 프로기사를 이기는 것으로 능력을 입증했다. 로바마는 어떻게 실력을 평가 받을 것인가.“제퍼디나 바둑은 게임이다. 하지만 세상 속 삶은 게임이 아니다. 로바마는 현실 속 정부와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설계되고 있다. 모든 제품과 마찬가지로 로바마의 성공 여부는 고객의 만족도로 평가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앙SUNDAY 독자들에게 강조할 게 있다면.“기하급수적인 기술의 발전, 특히 인간을 능가하는 AGI의 발전은 우리에게 단순히 일어나고 있을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일이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