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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은 모두에게 열려 있고 개발 참여 누구든 환영

중앙선데이 2016.08.28 01:02 494호 12면 지면보기

트루트네프 부총리는 1956년 3월 러시아 페름 출생. 78년 페름공과대학(광산기술 전공) 졸업. 81년 페름 공산청년동맹 지도자. 86년 페름 스포츠위원회 위원. 90년 렉스 리미티드사(社) 총괄. 94년 페름시 의회 의원. 96년 페름 시장. 2000년 페름주지사. 2004년 천연자원 장관. 2012년 대통령 보좌역. 2013년 부총리 겸 극동 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극동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지역이다. 2012년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국가발전 전략 차원에서 극동 개발을 최우선 국정 어젠다 중 하나로 채택했다. 푸틴은 바이칼호 동쪽의 동시베리아에서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고 있다. 2025년까지 22조 루블(약 38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푸틴의 특명을 받고 극동 개발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는 총책임자가 유리 트루트네프(60) 부총리 겸 극동 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다. 지난 25일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 러시아 측 대표(한국 대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로 참석한 그를 중앙SUNDAY가 만났다.


[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러시아 극동 개발 최고책임자, 트루트네프 부총리

 



보리스 옐친의 후임으로 2000년 대통령에 당선된 푸틴이 취임 직후 취한 조치 중 하나가 연방관구(Federal District) 설치다. 러시아 연방을 7개 관구로 나누고 각 관구마다 전권대표를 임명했다. 자신이 직접 고른 사실상의 ‘총독’을 파견해 지방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 후 하나가 늘어 모두 8개가 된 연방관구 중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이 극동 관구다. 618만㎢로 한반도의 28배에 달한다. 흔히 연해주로 불리는 프리모르스키 지방을 비롯해 아무르주, 캄차카 지방, 하바롭스크 지방, 사하공화국, 사할린주 등 8개 행정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넓이에 비해 인구는 629만 명(2010년 기준)으로 매우 적다.



푸틴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극동 지역의 최고책임자로 발탁됐다는 것은 트루트네프에 대한 푸틴의 신임을 가늠케 한다. 천연자원 장관과 대통령 보좌역을 지낸 그는 2013년 부총리로 승진하면서 극동관구 전권대표로 임명됐다. 8명의 전권대표 중 부총리급은 그와 북캅카스 연방관구 대표 등 2명뿐이다.



그는 무술인 가라테 5단이다. 가라테 얘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스무 살 때부터 가라테를 시작했다. 80㎏급 러시아 국가대표를 지낸 일도 있다. 무술 연마는 인성을 함양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푸틴 대통령도 유도와 함께 가라테를 한 것으로 안다. 혹시 가라테가 두 사람의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진 않았나. “그렇지 않다. 그와 운동을 함께 한 적이 없다. 푸틴 대통령은 ‘스포츠의 달인’이다. 그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를 통해 인간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그는 다음달 2~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2차 동방경제포럼의 조직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극동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푸틴이 직접 주재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다.



-2차 동방경제포럼에서는 몇 나라가 참여하나. 또 무엇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예정인가. “지난해 34개국이 참가했다. 올해도 비슷한 숫자가 될 전망이다. 참가국 수는 사실 중요한 게 아니다. 진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오는 게 중요하다. 1차 포럼 때는 러시아 연방에 투자할 좋은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과 함께 세제 혜택이나 토지 확보 방법, 인프라 구축 등에 관한 정보 제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원 체계는 이미 다 갖춰졌기 때문에 이번 2차 포럼에서는 극동은 모두에게 열려 있으며 누구든 다 환영한다는 메시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1년 동안 약 300개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선을 보였다. 거의 매일 하나씩인 셈이다. 전체 투자 규모가 1조 루블(약 17조2000억원)을 넘는다. 선도개발구역 지정과 자유항 프로젝트도 잘 진행되고 있다.”



-이번 포럼에는 한국·중국·일본 정상도 참가할 예정이다. 그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포럼의 가치와 중요성, 책임성을 높이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상들이 참가하면 해당 국가 기업인들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도 참가할 예정인가. “어느 급에서 참가할지는 아직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정상급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투자를 희망하는 특별한 업종이 있나. “한국 기업들이 강한 분야다. 수산물 가공, 조선, 자동차, 전자 등 한국이 가장 앞서 있는 분야와 한국과 러시아가 협력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북한 핵 문제로 개성공단이 전면폐쇄 상태다. 북한과 인접한 러시아 땅에 제2의 개성공단을 건설할 의향은 없나. “우리는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의 (개성)공단을 동시에 짓겠다는 것이다. 정치적 문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경제적 프로젝트를 중단시키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가스관 연결 사업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까지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북한의 핵 개발 탓 아닌가. “진실은 항상 중간에 있다고 본다. 가장 손쉬운 것은 손가락으로 상대를 가리키며 네 탓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학생들끼리 싸울 때라면 모르겠지만 국가 간 관계에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북한이 왜 그토록 핵무기에 집착하는지 잘 알지 않나. 두려우니까 그런 것이다. 미국이 참가하는 군사훈련이 주변에서 수시로 벌어지는데 무섭지 않겠나. 서로 대화하고 설명하고 양보할 필요가 있다. 신뢰를 위해 노력하고, 경제관계도 발전시켜야 한다.”



그는 “제재로는 결코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제재를 받는 나라 지도자의 지지도만 되레 더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제재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가 한·러 경협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굳이 그걸 물어볼 필요가 있나. 러시아에서 가까운 곳에 미사일방어망이 생긴다는데 어떻게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있겠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극동에는 착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이웃이 있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아름다운 땅에 살고 있는 이웃이다. 강과 숲, 해산물이 많은 지역에서 살고 있는 이웃이 같이 일하자고 여러분을 초대하고 있다. 협력을 위한 모든 조건들이 마련돼 있다. 인류의 미래는 누가 더 긴 미사일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협력에 달려 있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bae.myungb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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