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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계화, 일시적 광풍으로 그치지 않는다

중앙선데이 2016.08.21 00:58 4793호 18면 지면보기
바야흐로 반세계화의 시대다. 선진국 정치의 대결구도가 보수와 진보에서 개방과 폐쇄로 옮겨가고 있다. 이를 선명하게 보여준 최근 사례는 브렉시트(Brexit)다. 영국의 우파들은 이민을 반대하며 유럽연합(EU)을 사회주의적인 초국가단체로 여겨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좌파들은 EU를 신자유주의를 근본으로 하는 글로벌 자본주의 도구로 간주해 역시 브렉시트에 표를 던졌다. 현재 유럽에서 반세계화 색채의 민족주의적 포퓰리즘 정당 지지율은 2000년의 2배에 달한다. 헝가리와 폴란드 등 9개 나라에서 이 정당들이 단독 혹은 연정 형태로 집권하고 있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는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세계주의가 아닌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새로운 구도를 상징하고 있다.



경제적인 입장에서 볼 때 세계화는 상품과 자본·노동·정보 등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정리된다. 이 가운데 핵심이 되는 것은 상품의 이동, 즉 교역이라 할 수 있다. 교역을 통해 수입품 가격이 싸지면 가계는 구매력 확대 효과를, 기업들은 시장 확대와 생산성 제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교역으로 대부분의 나라가 더 잘 살게 됐지만 효과가 산재돼 나타나 개개인이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기가 어렵다. 반면, 세계화의 부작용은 집중적으로 명확히 드러난다.

일러스트 강일구


신민영의 거시경제 읽기

미국을 예로 들면, 값싼 수입품으로 인해 중서부지역 러스트 벨트와 남부를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은 치명타를 입었다. 미국 제조업부문 고용이 2000년대 초 1700만명에서 최근 120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기술 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평가되지만, 20~30%는 수입품과의 경쟁 결과로 분석된다. 임금 측면을 보면, 미국과 같은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교역할 경우 단기적으로 부자 나라 노동자들의 임금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실제로 미국 비숙련 노동자들의 임금 하락은 상당 부분 중국 등 신흥국과의 경쟁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정치적으로도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것이 유리한 선거 전략이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시장 개방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품수지 적자가 1%포인트 높아지면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4%포인트 낮아진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합주에서는 이런 측면이 확대돼 나타난다.



여기에 교역 패턴의 변화도 반세계화 흐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90년대 이후 물류와 정보기술(IT)의 발전에 따라 글로벌 공급사슬이 빠르게 확대돼 왔다. 신흥국이 제조를 맡고 미국은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링·금융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부분을 담당한다. 결국 교역의 혜택은 동부·서부 대도시에 위치한 대기업과 여기서 일하는 고임금 노동자들에게 집중된다. 아울러, 새로운 무역협정에 따른 금융이나 IT서비스 교역 관련 비관세장벽 해소 과정에서 소수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국내 규제를 변경하는 등 시장개방으로 인해 국가의 자율권이 훼손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세계화의 요체는 세계화로 인해 소득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인식이다. 기술 진보와 금융화 등 다른 요소들이 소득불평등에 더 크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고, 또한 세계화의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세계화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부작용을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와 이익집단이 이 틈새를 파고 들어간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성화와 맞물려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강화되면서 반세계화적이고 고립적인 성격의 비합리적 선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세계화를 주도한 미국·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이 앞장서 세계화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과 EU의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와 상계관세 부과가 늘어나는 것은 한 예다. 이런 흐름은 일시적인 광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순환적 경기부진이 아니라 소득불균형 확대라는 구조적 원인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고, 유럽의 정치지형 변화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보호무역주의가 양대 정당의 정강에 이미 반영돼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화로 성장한 나라라는 점에서 아직 반세계화 움직임이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향후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 시장원리를 크게 벗어나는 정책을 채택하는 포퓰리즘이 발호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반세계화에 따른 교역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포퓰리즘 정책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신민영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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