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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 3초 안에 눈길 끌지 못하면 외면당한다

중앙선데이 2016.07.03 00:50 486호 20면 지면보기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에 따라 자동차는 물론,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도 신문·TV 등 기존 미디어 못지 않게 디지털 콘텐트를 소비하는 미디어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다임러가 최근 선보인 자율주행 트럭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는 대신 태블릿을 보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1948년은 정보통신기술(ICT)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해였다. 이 해에 AT&T의 벨(Bell)연구소가 발표한 트랜지스터는 각종 전자기기 소형화와 혁신을 촉진하는 기틀을 제공했다. 반면 조용하게 출간된 클로드 섀넌의 '정보이론(A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이 발표된 것도 이 해였다. 섀넌은 통신사의 연구소에서 연구하며 통신 인프라를 통해 전달되는 것이 ‘정보(Information)’란 점을 밝히고 이를 측정하기 위해 단위가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한 후 2진수(Binary Digit)에서 창안한 ‘비트(bit)’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다. 이후 정보 이론은 생물학에서 다루는 DNA, 물리학에서 다루는 빅뱅(Big Bang) 현상 등을 통합하는 메타이론으로 발전하게 된다.


정보통신기술(ICT) 혁신과 디지털 콘텐트 4.0

섀넌은 그의 논문에서 정보에 관한 세 가지 특성을 제시한다. 첫째 정보는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고, 둘째 정보는 새로운 것일 때 가치가 있으며, 셋째 정보는 믿을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특성들은 아날로그의 디지털 전환, 데이터 압축, 오류수정 정보 추가라는 디지털 기술의 세 축을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오늘 논의하려고 하는 디지털 콘텐트 세계는 클로드 섀넌의 정보이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톰(atom·원자)의 세계가 비트(bit)의 세계로 전환되면서 다양한 컨버전스와 빅데이터·알고리즘·인공지능과 같은 ICT 혁신이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특이점(Singularity)을 향한 빅뱅이 섀넌의 머리 속에서 촉발된 것이다.



 



신문·TV서 홀로그램·VR까지 플랫폼 확장ICT 가치사슬은 흔히 콘텐트-플랫폼-네트워크-단말(C-P-N-D)로 요약된다. 중요한 순서로 보면 콘텐트가 가장 먼저 오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콘텐트를 소비하기 위해서는 단말(디바이스)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현시점에서 볼 때 디지털 콘텐트 소비의 최전선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기가 네트워크 인프라, 홈 사물인터넷(IoT)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아마존의 에코(Echo)와 같은 제품, 그리고 음성 인터페이스를 통해 디지털 콘텐트 소비를 추천해 주는 알렉사(Alexa), 시리(Siri)와 같은 개인비서 서비스들이다.



 

자료: Activate Consulting Firm, 2015



디지털 콘텐트 소비의 근간이 되는 기술환경 변화는 미디어 관점에서 좀 더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의 이해』란 책에서 마샬 맥클루언은 미디어를 인간의 확장이라고 본다. 콘텐트가 소비의 매개체가 되는 미디어는 흔히 신문·라디오·텔레비전과 같은 기기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콘텐트라는 말도 흔히 기사·음악·동영상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최근의 기술동향을 보면 IoT 시대가 확산되면서 냉장고에도 스크린이 붙고 자율자동차 자체가 콘텐트 소비 공간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홀로그램 기술이 대중화될 경우 콘텐트가 허공에 재현된다. 물리적 스크린 없이도 공간 자체가 콘텐트 소비 매체(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콘텐트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까지 확대하면 어떻게 될까. 실제 공간뿐 아니라 가상 공간까지 매체가 된다.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인지 영역이 가상 공간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미디어와 인간의 확장은 산업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산업 영역의 붕괴다. 뉴스를 소비할 수 있는 곳은 더 이상 신문만이 아니고 동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곳이 텔레비전만이 아니다. 자동차·시계·안경 등에서 기사와 동영상을 소비할 수 있다. 따라서 미디어 산업은 IoT시대가 진행됨에 따라 전 산업 영역과 융합될 것이다.



둘째, 미디어 소비 시간의 증가이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이 콘텐트 소비 단말을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되자 텔레비전 소비 시간은 2배 이상 물리적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사람들이 각종 웨어러블 기기들을 통해 24시간 접속(connected)되어 있는 시대가 되면 미디어 소비시간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실제 이를 보여주는 통계가 있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이 사람들이 하루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조사했는데 사람들이 응답한 항목별 시간을 더했더니 약 32시간이 나왔다. 이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각종 활동을 하면서 미디어 소비를 병행하는 멀티태스킹 행위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깨어 있는 시간 약 17시간 중 11시간 동안 미디어나 개인정보기기 활용을 병행했다.



셋째, 새로운 콘텐트 사업자들의 출현이다. 최근 언론에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의 부상은 기존의 콘텐트가 새로운 미디어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소비자들은 이동 중에 특정한 콘텐트에 한 시간 동안 집중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넷플릭스 같은 사업자가 글로벌로 서비스를 확대하며 국내 시장에서도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환경에 소비자의 주목을 오랫동안 끌어 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소비자의 관여도(engagement)를 높이는 콘텐트가 필요해졌다. 이를 MCN 사업자들은 3초 내에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 내야 한다고 해서 ‘3초 핏(fit)’ 콘텐트라고 부른다.



영상 제작 문법도 달라진다. 스마트폰에 맞게 세로 포맷이 득세하고 있고 페이스북의 경우 70% 정도의 영상이 소리 없이 소비된다. 새로 열리는 시장은 시간적으로 기존 시장보다 훨씬 크고 소비자들의 능동성도 높으며 소비자에게 짧은 시간에 소구하는 콘텐트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기존의 문법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들에게 커다란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뽀로로를 3D로 출력하는 파일도 콘텐트정부는 지난해 말 ‘디지털 콘텐트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디지털 콘텐트를 발전단계에 따라 세가지로 분류한다. 디지털 콘텐트 1.0은 종이와 테이프에 저장되어 있던 아날로그 콘텐트를 디지털화하는 단계고, 디지털 콘텐트 2.0은 네트워크가 고도화되면서 플랫폼 간 연결이 확산되고 그 결과 서비스가 집중화·대형화되며 소비는 개인화되는 단계다. 디지털 콘텐트 3.0은 5세대(5G) 통신 인프라와 가상현실 기기, 홀로그램 장치 확산과 함께 소비되는 고화질·실감형 콘텐트를 의미한다. 정부는 향후 디지털 콘텐트 산업 육성을 위해 디지털 기술 경쟁력 강화, 신시장 창출, 유통 활성화 기반 조성, 글로벌 역량 강화 및 생태계 조성 등과 같은 추진 과제를 선정하였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정책은 ICT발전에 따른 디지털 콘텐트 시장의 혁신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경제의 중심축이 디지털로 넘어가고 있고 미디어 역시 각종 산업 영역과 융합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제조업 자체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화된다. 테슬라의 경우 컴퓨터처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존 자사 제품 구매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 따라서 디지털 콘텐트 역시 기존의 디지털 콘텐트 3.0 개념을 넘어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모든 디지털 재화 개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세계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3D 프린팅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설계도를 판매하고 있다. 뽀로로 주인공을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는 파일도 디지털 형태의 콘텐트이며, 미국에 수출된 현대 자동차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부가 기능을 제공하는 서드 파티(3rd party) 개발자의 앱도 디지털 콘텐트로 봐야 한다. 5G 네트워크를 통해 빛의 속도로 전 세계로 유통되는 모든 정보를 아우르는 확장된 디지털 콘텐트 4.0 정책이 하루 빨리 입안되기를 기대한다.



 



[용어설명]



⊙비트(bit)= 정보 전달의 최소 단위로 2진법의 0 또는 1을 표시한다. 8비트로 이뤄지는 1바이트(byte)는 2의 8제곱인 256가지 경우의 수를 표현할 수 있어 보통 영문자 1자를 처리하는 정보통신의 기본 단위로 쓰인다. ⊙메타이론= 어떤 이론의 구조나 그 이론 속의 용어·개념 등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이론을 말한다. ⊙특이점(Singularity)= 수학에서 이상한 성질을 가지는 곡선 위의 특정한 점 또는 물리학에서 현재 인간이 알고 있는 물리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지점을 말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등이 고도로 발전을 거듭한 결과 인간이 스스로가 만든 기술을 이해하거나 따라잡지 못하게 되는 한계점을 의미하는 말로 널리 쓰인다.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로 모든 사물을 연결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간에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인프라 및 서비스 기술. ⊙가상현실(VR)= 현실과 유사하지만 현실이 아닌 인공 환경. 영화 ‘매트릭스’에서 나오는 세계가 가상현실의 궁극적인 예다. ⊙증강현실(AR)= 실제 현실에 컴퓨터가 만든 정보를 추가한 것으로 확장현실이라고도 한다.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 인기가 높은 개인 채널들을 모아 관리해주는 곳. 콘텐트 개발 지원, 저작권·고객 관리 등을 맡는다. ⊙서드 파티(3rd party)= 하드웨어 제작업체(퍼스트 파티), 이 업체의 소프트웨어 담당 부서, 자회사 또는 통신업체(세컨드 파티)와는 독립적으로 스마트폰이나 게임기 등의 소프트웨어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업체.



 



이성춘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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