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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질병이다

중앙선데이 2016.05.01 00:40 477호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치료까지 받는 줄 알면 더 놀림감되게요.”


요즘 웰빙가에선

질병관리본부 주관의 청소년 고도비만 중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에게 무료 프로그램이니 주변 친구를 데리고 오라고 했더니 아이의 엄마가 손사래를 치며 한 말이다. 예로부터 병은 소문을 내야 잘 낫는다고 했다. 하지만 비만치료는 어른도 아이도 비밀로 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비만은 질병이라고 여러 번 얘기를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일수록 건강상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 보기에 부끄러운 치부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에서도 비만인 사람을 우스꽝스럽거나 미련한 캐릭터로 보여주는 경우가 흔하다. 드라마에서도 고도비만으로 심하게 위축됐던 주인공이 체중을 줄이고서는 멋진 사람으로 거듭나며 이상형의 배우자를 만난다는 줄거리가 기본구조다. 미디어에 익숙한 아이들 세대에서는 ‘비만은 부끄럽다’는 생각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우리 사회가 비만을 극복하려면 우선 비만이란 질병을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단순한 외형상의 문제로 가볍게 보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보다는 갖가지 ‘요법’들이 성행하고 있다. 고도비만의 경우 일반적인 정도의 비만에 비해서 당뇨병·고혈압 등의 비만관련 질병 위험이 높다. 고도비만아는 높은 혈당,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이 함께 발병하는 대사증후군이 동반되는 비율이 일반 비만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고도비만은 보다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고도비만의 치료에선 생활습관 개선이 기본이다. 고도비만의 경우 수술적 치료라는 선택이 하나 더 주어질 수 있다. 최근 비만수술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부정적 시각이 있지만, 이는 고도비만을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고도비만으로 인해 비교적 이른 성인기에 각종 합병증을 겪어 의료비용 부담이 늘고, 신체적 조건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활동에 제약을 받는 인구의 비율이 늘어난다면 이는 국가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 ‘게을러서 생기는 개인적 일에 왜 치료를 의료보험으로 커버해줘야 하냐’며 고도비만 수술의 보험적용을 반대하는 의견은 비만에 대한 잘못된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주변에서 비만은 부모의 방치 때문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 속상하다”는 고도비만아의 엄마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의 비만은 바쁜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방치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천성적으로 게으른 아이가 움직이기 싫어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보육제도와 교육제도, 그리고 여러 정책적 차원에서 비만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없기에 그들을 더욱 비만하게 만든 것이다. 가정이 방치한 것이 아니라 사회가 방치한 셈이다. 미디어뿐 아니라 사회도 국가도 비만을 우습게 아는 것이 문제다.



10대에 이미 높아진 혈압과 혈당, 간기능 이상 판정을 받은 아이와 함께 진료실을 나서면서 빡빡하게 짜인 학원 일정을 꺼내 들고 조율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박경희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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