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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유세도 지역구 관리도, 빅데이터 활용해 척척

중앙선데이 2016.04.10 00:46 474호 2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21세기 과학기술과 인류의 고민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21세기의 인공지능은 단순 알고리즘의 수행을 넘어 스스로 학습하며 창조적 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과학자와 미래학자들은 이 세기가 끝나기 전에 인공지능이 인류의 뇌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한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이도헌 교수가 ‘크로스 휴먼’ 시리즈를 통해 인공지능과 뇌과학의 현재·미래를 탐사한다. <편집자 주>


[이도헌의 크로스 휴먼 -1-] 인공지능 보좌관 ‘오메가’씨

 



# 어느덧 제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봄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이한국 의원은 인공지능 보좌관 ‘오메가’씨와 유세 계획을 의논하느라 아침부터 바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참모가 창업한 시비스 기술보다 앞선다고 소문난 오메가는 과연 놀라운 프로그램이다. 오메가는 각종 웹사이트, 온라인 간행물, 개인 블로그, 웹사이트 방문기록, 검색 키워드 트렌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트, 심지어는 온라인 쇼핑몰 방문기록 등 모든 정보를 꼼꼼히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강력한 정보 검색·가공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글쓰기 옵션을 허용하면, 스스로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이한국 의원의 의정 활동과 지역구 업적을 홍보한다. 정보처리 속도가 워낙 빨라서 실시간으로 지역구 상황을 분석해서 보고해주니, 여의도에 있는 날에도 다급한 지역구 현안을 놓친 적이 없다. 점점 오메가가 입 소문을 타면서 동료 의원들도 앞 다퉈 인공지능 보좌관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보좌관끼리도 경쟁이 시작돼, 결국 무한 정보전쟁에 돌입했다.



 



오바마 재선의 1등공신은 ‘마이크로 타게팅’1956년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열린 한 학술모임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지만, 사실상 인공지능은 컴퓨터와 역사를 함께 해왔다. 컴퓨터라는 영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컴퓨터는 원래 수치계산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쇳덩어리에 불과한 기계가 수치계산과 같은 ‘지능적인’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다. ‘기계학습’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컴퓨터가 더욱 지능적인 일을 하게 되었다. 기계학습이란 수많은 학습 사례를 컴퓨터에게 제공하면, 그 속에 내재된 패턴을 스스로 발견해서, 새로운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기계학습의 성공을 위한 선결조건은 충분한 학습 사례의 제공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수학 문제를 풀어봤느냐가 수학 성적을 올리는 관건인 것과 비슷하다. 바둑의 경우 수많은 대국 사례를 컴퓨터에게 제공하면, 이기는 수와 지는 수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웹사이트 방문기록을 컴퓨터에게 제공하면, 구매로 이어지는 패턴과 눈요기 쇼핑 패턴을 구분할 수 있다. 사람이 만들어낸 수많은 문장과 그 의미를 컴퓨터에게 제공하면, 새로운 문장을 보고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세계적인 정보기술 선도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연이어 발표한 인공지능 기술을 보면, 그 기술이 얼마나 실용적인 수준에 이르렀는지 실감할 수 있다. 먼저 맏형 격인 IBM의 경우, 2006년부터 ‘왓슨’이라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오고 있는데, 이 기술은 사람이 쓴 글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추론을 해서, 사람의 언어로 된 질문에 답할 수 있게 해준다. 이 프로그램은 2011년 미국에서 제퍼디라는 퀴즈대회에 출전해 우승함으로써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요새는 병원에서 의사처럼 환자를 진단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암전문병원인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병원, 휴스톤 엠디 앤더슨 암센터에서 암 환자의 진단기록을 분석해 치료법을 제시한 사례가 미국 임상 암학회에서 연이어 발표된 바 있다.



막내 격인 구글이 만든 ‘알파고’는 바둑의 기보를 많이 보여주면 스스로 학습해, 이길 확률을 최대화할 수 있는 착점을 결정해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사들의 성과 발표에 다급했는지 최근 급하게 ‘테이’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테이를 통해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감성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가능성이 표면화됐다. 최근 일본에서는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문학 작품 수준의 글쓰기가 가능함을 보여준 사례도 등장했다.



인공지능의 활동 범위가 사이버 세계로 국한되니 그 영향력도 제한적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세계와 사이버 세계는 분리할 수 없는 관계가 된지 이미 오래다. 신용카드나 e메일이 실제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환기해보면 금방 실감할 수 있다. 정치의 세계에서도 사이버 세계의 정보가 얼마나 실제 세계를 잘 대변하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가 있다. 한국에도 이미 소개됐지만, 2008년과 2012년 미국 대선 결과와 2012년 한국 대선 결과가 구글 키워드 검색 트렌드와 놀랍게 일치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단순한 분석을 실제 선거예측에 사용하기에는 기술적?사회적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버 세계의 정보가 실 세계 상황을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보여주는 데는 충분하다. 실제로 국내외 많은 선거 캠프에서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복잡한 정보 분석을 인공지능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



 

1 2012년 재선을 위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2년 재선에 성공한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마이크로 타겟팅’이라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 타겟팅은 수많은 유권자 정보를 분석해 그 특징을 발굴하고, 그룹별 특징에 맞도록 적절한 유세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소위 맞춤형 유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추천시스템 기술이나 바이오의료분야의 개인맞춤형 의료기술과도 유사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여러 정치컨설팅 기업들이 종래의 여론조사 한계를 넘어선 빅데이터 기반 정치컨설팅을 표방하고 있다.



 

2 IBM의 인공지능 수퍼컴퓨터 ‘왓슨’은 환자의 DNA를 분석해 맞춤 치료법을 제시한다



유전자와 정치성향 상관관계 연구 진전인공지능을 선거에 활용하는데 있어서 가장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이슈 중 하나는 소위 ‘유전자정치학(Genopolitics)’이라는 분야다. 간단히 말해서 개인별 유전자 차이와 정치적 성향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수백만 개에 이르는 인간 유전자 변이 중에서 정치적 성향과 연관성이 있는 것을 기계학습 기술로 선별하고 해석한다.



예를 들어, 2012년 미국·호주·스웨덴 공동연구팀은 11번 염색체에 있는 RAB라는 유전자에 특이성이 있는 사람은 남녀평등주의를 옹호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고, 3번 염색체의 일부 조절 부위에 특이성이 있는 사람은 환경보호론적 입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과연 유전자 차이가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뇌과학 연구결과도 있다. 2007년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옥시토신 호르몬이 많은 사람은 남의 말에 잘 설득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부동표 유권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옥시토신은 원래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써, OXT라는 유전자에 의해 합성되고, 몇 가지 효소 유전자에 의해 단계적으로 변환된 후, 최종적으로 PAM 유전자에 의해 활성화된다. 옥시토신의 합성과 분비에 관련된 유전자들은 사람마다 작은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차이가 옥시토신의 분비량 차이를 일으키고, 그것이 행동학적 성향 차이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행동성향은 선천적 유전요인뿐만 아니라 후천적 획득요인과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획득요인은 식습관·질병치료와 같은 생리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사회적 교류와 같은 정신적인 요인도 포함한다. 그런데 이런 획득요인 역시 정보기술 발달에 힘입어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있다. 개인의 질병 진단과 치료기록이 병원이나 약국의 컴퓨터에 저장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헬스볼트 서비스는 여러 병원이나 약국에 수집된 개인별 의료기록을 하나의 저장소에 통합한다. 이런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개인이 평생에 걸쳐 무슨 병에 걸렸었고, 무슨 약을 먹었으며, 어떤 병리 검사를 받았는지 일목요연하게 추적할 수 있다. 구글 안경, 애플 시계, 삼성 갤럭시 기어와 같은 장비를 이용하면, 매일 어떤 생리적·사회적·심리적 경험을 하는지를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런 기술을 개인의 인생 경험 자체를 기록한다는 뜻에서 ‘라이프로깅’이라고 부른다.



 



인공지능 매니페스토 프로그램 나와지역구에서 나온 간행물·블로그·댓글은 물론이고, 유전자·식습관·운동기록·개인경험·의료기록·사회활동을 포함한 다면적이고 방대한 기록들이 자연스럽게 컴퓨터에 저장되고 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보급되면 추가적으로 확보되는 정보 유형과 정보량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현재로선 도대체 그런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도 혼란스러울 정도다. 알파고 대국에서 봤듯이, 인공지능은 매우 냉정하고 집요하다. 특히 목표를 설정하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은 생각하지도 못할 ‘기발한’ 동작을 제안할 수 있다.



21대 총선을 앞둔 이한국 후보자의 인공지능 보좌관 오메가씨에게 주어진 목표는 당선이다. 오메가 보좌관은 방대하고 다면적인 빅데이터를 냉정하고 집요하게 분석해 선거운동에 관한 묘수를 제안할 것이고, 결국 후보자에게 당선의 영광을 안겨줄 것이다. 국회의원 후보만 인공지능 덕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매니페스토 프로그램 ‘델타’는 각 후보가 어떤 공약을 했고, 그에 대한 성과가 어떤지, 또는 어떤 과오를 저질렀는지를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지금보다 훨씬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유권자에게 주기적으로 각 후보의 공약 이행 정도를 알려준다. 선거 때 공약을 남발하고, 당선되면 나 몰라라 하는 행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진정한 선거 매니페스토가 인공지능에 의해서 실현되는 세상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이도헌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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