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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뉴요커가 뉴저지 4인가구보다 즐거운 이유는

중앙선데이 2016.04.03 00:34 473호 26면 지면보기



중학교 때쯤인가 생물시간에 배운 이야기가 있다. 과학자가 생쥐의 개체수 증가를 연구하는 이야기였다. 물과 먹이를 잘 공급해주면 쥐의 개체수는 폭증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수준에 이르면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환경 오염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자연스럽게 개체수 증가가 멈춘다는 얘기다.


[도시와 건축] 1인가구 삶의 질 높이려면

요즘 뉴스를 보면 허구한 날 똑같은 정치권의 이야기를 제외하고 나면 두 가지 키워드가 보인다. 인구 노령화와 인공지능이다. 건축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 그것에 맞춰 변화한다. 인구 노령화와 인공지능은 앞으로 도시와 건축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 인구 노령화는 새롭게 아이를 낳지 않으면서 생겨나는 문제이다. 인구 감소의 문제는 앞서 언급한 쥐의 실험과 똑같다. 제한된 공간 내에서 인구 폭증으로 인한 환경문제와 스트레스 때문에 자연스럽게 개체수 증가를 멈추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스트레스를 낮추는 방법은 어떨까? 그것은 건축이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 1인가구 506만 가구 넘어서우리나라는 현재 1인가구가 506만 가구를 넘어섰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서 나이 드신 분들이 혼자 사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결혼을 하지 않는 청년인 경우이다. 혼자 사는 것이 문제라가 보다는 이들 중에서 절반가량이 경제력이 약한 계층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건축적으로 본다면 혼자 사는 사람들은 작은 집에 살게 된다. 그리고 현대사회는 실내공간 중심으로 형성되어있다. 그러다보니 작은 집에 사는 일인거주자의 삶의 질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과거 우리의 삶을 살펴보면 집은 무척 작았다. 하지만 대신 마당이나 골목길 같은 도시의 외부공간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가까운 이웃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여유롭게 살았다. 필자의 경우도 작은 주택에 살았지만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뛰놀고 대문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마당의 꽃밭과 작은 연못에서 놀면서 집이 작아서 답답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2016년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은 골목길도, 마당도 없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어디에서 편하게 앉아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려면 한 끼 식사만큼 비싼 커피 값을 지불하고 카페에 앉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공간을 즐기려면 돈을 지불해야한다. 그게 집값이든 월세이든 카페의 커피 값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등산을 많이 가는 것이다. 돈을 내지 않고 공간을 즐기고 소비할 곳이 산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공간을 소유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몇 평’으로 계산되는 공간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삶을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일해서 한 평이라도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의 흐름은 지금 거꾸로 1인가구에 작은 집으로 향하고 있다.



 

1 뉴욕 브라이언파크는 겨울엔 아이스링크로 바뀐다.



브로드웨이 차선 줄여 보행로 확장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집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어느 정도 사는 나라 중에서 찾아본다면 아마도 단위면적당 부동산이 가장 비싼 뉴욕에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뉴요커’들의 라이프를 살펴보면 그렇게 비참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공간소비적인 측면에서 뉴요커들은 아주 넓은 면적을 영유하면서 살기 때문이다. 집은 몇 평도 안 되는 작은 방에서 지내지만 그들은 일단 센트럴파크나 브라이언파크 같은 각종 공원들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도시에 살고 있다. 그리고 걸어서 그 공원들을 오가면서 즐긴다. 여름철에 브라이언파크에서 영화를 보고 겨울철에는 스케이트를 타고, 유니온스퀘어에서 열리는 장터에서 유기농 먹거리를 사고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과 일광욕을 즐긴다. 최근 들어서는 하이라인 같은 세계에서 하나뿐인 고가도로위의 공원을 산책하면서 저녁 노을과 맨해튼의 도시 경관을 동시에 즐기기도 한다. 게다가 MoMA 같은 세계적인 미술관들도 특정한 날에 가면 공짜로 즐길 수가 있다. 한마디로 뉴요커들의 라이프는 자신들이 세 들어 사는 작은 방에 갇혀있지 않다.

2 낡은 고가철교를 리모델링한 뉴욕 하이라인파크는 건물들과 연결돼 접근성이 높다. 사진 유현준



그들은 도시 곳곳에 퍼져있는 재미난 공간들을 거의 무료로 즐기면서 살 수 있게 되어있다. 뉴요커들도 1인가구가 대부분이지만 그들은 외롭다거나 무료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강 건너 뉴저지에 사는 4인 가족들보다도 더 액티브하게 산다. 1인가구가 늘어나는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우리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만이 갈수 있는 공간들로 채워지는 세상이 아니라 시민들이 무료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하게 많아져야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자동차가 아니라 걸어서 갈 수 있을만한 거리에 분포되어서 연결돼야 한다. 현재 서울의 경우를 보면 남산, 한강시민공원, 요즘 뜨고 있는 각종 거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변화들이다. 하지만 뉴욕과 비교해서 서울의 문제점은 이러한 다양하고 재미난 공간들이 서로 너무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 브라이언 파크 까지는 걸어서 3분이면 간다. 그리고 거기서 10분만 더 걸으면 32번가 근처의 헤럴드파크가 나온다. 그리고 몇 분만 걸으면 하이라인이나 유니온스퀘어가 나온다. 반면 서울의 공간들은 너무 흩어져 있다. 이 말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규모에 비해서 매력적인 외부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뉴욕시는 최근 들어 각종 공원과 스퀘어를 연결하는 보행자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차선을 줄이고 보행자도로, 자전거도로, 의자가 놓인 공간을 확장했다. 걷고 싶은 거리로 연결된 공원네트워크를 강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걸어서 가는 것이 중요한가? ‘같은 5분이면 지하철로 연결되어도 되지 않는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교통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경험이 연속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이나 자동차는 실내공간이라서 경험이 단절된다. 골목길의 옆집 친구 집에 갈 때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의 친구에게 갈 때의 느낌은 다르다. 우리 중 누구도 ‘우울한데 엘리베이터나 타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수십만 년 된 경험이 유전자에 각인되어 우리는 주광성(走光性) 동물이 되었다. 교통기관을 타면 답답한 실내공간 속의 기억 때문에 경험은 단절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장소로 가고 싶어 하지 않게 되고 자신의 현재의 공간 속에 갇히게 된다. 우리의 도시는 보행자 중심으로 연결되어진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일인 주거는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인 이유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의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더 행복해지려면 도시 전체를 내 집처럼 즐길 수 있어야한다. 보행자중심의 네트워크가 완성되고 촘촘하게 분포된 매력적인 ‘공짜’공간이 많아지는 것이 건축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현준홍익대 건축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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