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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번 홀이 아멘코너 … 박인비·유소연 ‘금’ 노려볼만

중앙선데이 2016.01.17 00:40 462호 23면 지면보기

112년 만에 올림픽 골프 경기가 치러질 리우 골프 코스. 현재 막바지 건설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에 촬영한 골프장 전경. [게티 이미지]



108년 전인 1908년 런던 올림픽. 골프는 정식 종목으로 열리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무산됐다. 출전 선수가 단 한 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신청한 선수는 직전 대회인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골프 금메달리스트인 조지 리온(캐나다). 런던 올림픽에 혼자 나온 리온은 경기를 하지 않고도 금메달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거절했다.


112년 만에 올림픽 종목 채택된 골프 … 리우 코스 미리보기

대회가 무산된 이유는 콧대 높은 R&A와 영국 올림픽 위원회의 자존심 싸움 때문이었다. R&A는 골프의 고향으로 꼽히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Royal & Ancient 골프 클럽의 약자다. 깊은 역사를 영국 왕실이 인정한 골프장이다. 미국을 제외한 골프 룰을 관장한다.



R&A는 올림픽 종목으로 골프가 들어가는 것을 반기지 않았던 듯하다. 올림픽 위원회가 협조 공문을 보냈다는데도 R&A는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R&A의 협조를 받지 못한 올림픽 위원회는 독자적으로 경기를 하려 했다. 한 나라 당 4팀이 나올 수 있게 했다. 영국의 4개국(잉글랜드·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웨일즈)이 한 팀씩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R&A를 비롯한 보수적인 골프계는 반대했다. “대회 직전에 열리는 (브리티시)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를 그냥 올림픽 우승자로 하자”“골프 약소국인 벨기에도 4팀이 나오는데 골프 종주국 스코틀랜드가 한 팀만 출전하는 것은 부당하다”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그래도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뛰어난 아마추어인 해럴드 힐튼과 존 볼 등이 참가하려 했다.



골프계는 이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메달 사냥을 하는 것은 골프의 아마추어 정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 당시엔 있지도 않던 골프를 왜 올림픽에 넣느냐는 주장도 나왔다.



R&A가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올림픽에 참가하면 아마추어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영국 선수들은 모두 출전 신청을 철회했다. 하도 시끄러워 영국의 더 타임스는 “올림픽 골프는 완전한 실패이거나 적어도 부분적인 실패”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이후 올림픽에서 골프는 사라졌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히틀러의 지시로 골프가 치러졌다는 기록이 있지만 정식 경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112년 만에 올림픽에 돌아오는 골프의 여정도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골프장이 말썽이었다. 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는 리우 서쪽 바닷가 바하 다 치주카의 올림픽 파크 옆 자연 모래 지역에 만들었다. 이 지역은 리우의 부자들이 사는 금싸라기 땅인데 생태보호지역으로 묶여 있었다. 이 곳에 민간 자본으로 골프장을 만들었는데 그 옆에 호화 아파트 건설을 허가해줘 특혜 의혹도 있었다.



환경단체들은 “다른 골프장을 개조해서 써도 되는데 법을 어기고 생태보호지역에 골프장을 만들었다”면서 “골프장 설계를 변경하고 400m 넓이의 야생동물 통행로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소송을 걸었다.



소송 때문에 건설이 중단되는 등 난관이 많았다. 잭 니클라우스, 안니카 소렌스탐 등 유명 선수 출신 코스 설계자들과의 경쟁을 뚫고 디자이너로 선정된 길 한스는 설계비 등을 받지 못하자 철회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곡절 끝에 골프장은 거의 완공됐다. 마지막 코스 관리 작업만 남은 상태다. 아직 이름은 못 지었다고 한다.



골프장 자체는 멋지다. 파울로 파체코 브라질 골프 연맹 회장은 “진짜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 “덤불이 많고 바람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으며 벙커도 많다. 대회 때 코스 셋업은 페어웨이를 좁게 조성해 정교함이 필요한 코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의 최고 여성 골퍼인 빅토리아 러브레이디는 “코스는 완벽하다. 바다와 가깝고 멋진 산들을 배경으로 한다. 아름다우면서도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장은 바닷가여서 땅에 소금기가 많아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바닷바람에 바로 노출되는 지역이며 벙커도 많은 영국의 링크스 코스 스타일이다.



 

리우 올림픽 마스코트 빈니시우스.



설계자인 한스는 요즘 가장 뜨는 골프장 디자이너로 꼽힌다. 골프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 원조보다 더 원조 같은 캐슬 스튜어트 코스를 만들었다. 한스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같은 오래된 코스에서 받은 영감이 내 디자인의 원천”이라며 “수백 개의 미니 코스 모형도를 지형에 대입해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코스를 상상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코스는 파 71, 전장 7350야드로 긴 편이다. 그러나 올림픽 경기 때 이 전장을 다 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은 여러 나라의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국가별 안배를 한다. 일부 참가자들의 경우 정상급과는 차이가 있다. 세계랭킹 500위권 선수들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을 짧게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박인비·유소연 등 올림픽 참가가 유력한 한국 여자 선수들은 샷 거리가 긴 편이 아니다. 전장이 짧게 조성된다면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딸 확률이 더 커진다.



두 개의 인공 호수가 있다. 브라질 골프연맹 파울러 파체코는 “호수를 끼고 도는 2, 3, 4, 5번 홀이 아멘코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2번 홀은 좁은 페어웨이에 긴 티샷을 해야 한다. 3번 홀은 물을 건너는 짧은 파 4홀인데 1온도 가능하지만 정교하지 않으면 물 혹은 정글에 빠져버린다. 페어웨이와 그린을 제외하곤 천연 수풀 지역과 벙커 등이 남아 있다.



이 코스의 첫 티샷은 리우 올림픽 마스코트인 빈니시우스가 할 예정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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