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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검사의 검찰 복귀가 우려되는 까닭

중앙선데이 2016.01.17 01:36 462호 2면 지면보기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 기관 파견을 제한하고 법무부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호사 또는 일반직 공무원이 근무하도록 하겠다.”



2012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은 이 같은 대선공약을 발표했다. 검사가 검찰과 권력기관을 오가는 관행을 없애 정치권력의 외압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특히 검사가 청와대 근무 후 검찰에 복귀하는 관행을 없애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사설

하지만 지난 13일자 검찰 인사는 대통령의 공약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권정훈 민정비서관이 법무부 인권국장, 이영상 행정관이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 박태호 행정관이 대검공안부 검찰연구관에 임명되는 등 청와대에서 돌아온 검사들이 요직을 맡았다.



1997년 시행된 현행 검찰청법(44조의2)은 검사가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적어도 김대중 정부 때는 이 법 조항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민정수석과 사정·민정비서관 등 자리엔 검사 출신이 아니거나 검사직에서 퇴직한 지 상당 기간 지난 사람을 앉혔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들어 현직 검사가 형식적으로 사직한 뒤 청와대에 근무하는 편법을 쓰기 시작했다. 9명의 검사들이 사직서를 내고 청와대에서 근무했는데 이들 중 4명은 노무현 정부 집권 중에 검찰에 복귀했다. 다른 4명은 이명박 정부 출범에 맞춰 검찰로 돌아갔다. 청와대 근무 후 검찰에 복귀하지 않은 사람은 신현수 사정비서관 한 명뿐이었다. 이명박 정부도 집권 기간 22명의 검사들이 사직서를 내고 청와대에서 근무했는데 모두 검찰로 돌아갔다. 박근혜 정부 역시 편법적인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를 갔다 오면 요직으로 영전하는 루트가 공식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청와대 근무를 마치면 요직보다는 고검·법무연수원 등 눈에 띄지 않는 자리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청와대 파견 검사의 검찰 복귀를 비판하는 논거는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검찰의 존재 이유는 권력형 비리, 특히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는 일이다. 엘리트 검사가 청와대와 검찰을 순환하는 관행을 그대로 둘 경우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게 검찰이 순치(馴致)될 우려가 있다. 검찰의 권력 남용도 문제지만 검찰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살피느라 제 역할을 못하게 된다면 훨씬 심각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대검 중수부를 폐지한 이후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원인을 곰곰이 살펴봐야 한다.



19대 국회에서 검사의 편법적인 청와대 근무를 제한하는 법안 3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모두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이다. 그런데 19대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금 야당도 집권했을 때 편법 운영을 해놓고 여당 의원들의 지지를 끌어낸다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도 지키지 못할 법은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 정부 스스로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불신만 낳을 뿐이다. 검찰은 정권이 아니라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 독립성이 무너지면 검찰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가 아니라 ‘정권의 시녀’로 전락할 수 있다. 차기 국회는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이 법을 고치는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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