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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줏집, 짜장면, 영어 통하는 이발소 … 외국인이 진짜 궁금한 건 우리의 일상”

중앙선데이 2015.12.20 01:10 458호 12면 지면보기

백승우씨의 작품사진 1 제주 산굼부리, 2016년 10월

2 서울 선유도공원, 2013년 8월

3 ‘The Window’, Hyatt Regency Dongkwan, China, 2008년 7월

4 경기 수원 화성, 2014년 9월

백승우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경제학 전공. 하얏트 호텔 극동아시아 지역 재무담당 이사,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상무이사. 미국 하얏트 본사 최고간부 경영훈련을 받은 유일한 한국인이다.



서울에서 밤에 산책할 만한 장소는? 외국어가 통하는 이발소는 어디? 한국 사람들은 헤어질 때 “나중에 소주나 한잔하자”는데 도대체 언제 술을 마시자는 건가? 명절이면 왜 도시가 텅텅 비는가?


한국문화 영문 가이드북 『My Korea』 펴낸 호텔리어 백승우

올해 11월까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211만5200명(한국관광공사 통계)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위와 같은 질문을 쏟아내지만 답을 얻을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상무이자 하얏트 호텔 극동아시아 지역 재무담당 이사를 맡고 있는 백승우(57)씨가 최근 펴낸 책 『마이 코리아(My Korea)』(사진)는 한국 관광과 문화에 대해 궁금해하는 외국인을 위한 영문 가이드북이다. 지난 2년간 페이스 북에 연재했던 글과 사진을 묶었다.



“호텔리어로 30년을 일했는데 돌이켜보니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내용에 속 시원히 답해 주는 책이 제대로 없더라고요.”



서울의 특급 호텔들을 다 찾아봐도 침실에 비치된 책들은 모두 고궁과 문화재에 관련된 심오한 역사 이야기뿐 실제로 낯선 문화를 접했을 때 필요한 생활 가이드는 없었다. 백씨는 외국인 지인들과 고객들이 자주 하는 질문들에 답을 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어야 비로소 시작되는 한국의 식사예절, 케이크보다 미역국을 꼭 먹어야 하는 생일풍습, 결혼식에 갈 때 지켜야 할 의상코드, 한국 비즈니스맨들의 직급체계와 호칭 방법,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주와 짜장면 이야기, 찜질방에 가면 흔히 보이는 ‘양머리 타월’ 등 소소한 일상문화에 대한 친절한 소개다. 서울·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관광명소 안내도 담았다. A4 용지 한 장을 넘지 않는 짧은 글마다 담백한 사진 한 장을 곁들였다.



백씨는 각종 답변을 적기 위해 지난해 ‘궁궐 길라잡이(문화재 해설사)’ 자격증까지 땄다. 고궁 사진을 마음대로 찍고 구석구석에 얽힌 역사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열 달간의 교육과정을 거쳐 얻어낸 결과다. 최근엔 서울을 둘러싼 18.5㎞ 성곽길에 대한 역사교육을 받고 있다. 뭐든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성이 안 풀리는 사람이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 테크닉보다 사진 미학부터 2년간 공부한 것도 백씨다운 접근이다.



백씨가 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출간한 에세이 사진집 『약수동 출근길』은 2008년부터 다이어트를 위해 약수동 집에서 남산 하얏트 호텔까지 매일 걸어 출퇴근하며 만난 거리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짧은 감상을 적은 블로그 연재물을 묶은 것이다.



“10년 전 용산전자상가에서 우연히 눈에 띈 ‘똑딱이 디카’를 구입하고부터 사진 찍는 일이 취미가 됐죠.”



언뜻 어느 간부 직원의 속 편한 취미생활쯤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하얏트 그룹에 입사 후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6곳의 대학원을 다니며 호텔 경영·재무와 관련한 학위 3개, 박사 학위 2개를 땄고 1개의 박사과정을 수료할 만큼 철저한 호텔리어다. 그런 그에게 사진은 즐거운 ‘가욋일’이었다. 주말에 관광지를 돌며 사진을 찍고, 평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페이스북에 영문으로 글을 썼다. 그리고 6시에 집을 나서 8시까지 걸어서 출근하는 게 아침 일과다. 일과 취미를 공사로 철저히 구분하면서 균형감을 잃지 않는 ‘투잡족’의 모범인 셈이다.



백씨는 지금까지 두 번의 개인 사진전시회도 열었는데 역시 주제는 ‘호텔’이다. 호텔 안을 찍은 ‘인 더 호텔(In the Hotel)’과 호텔 창문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을 담은 ‘더 윈도(The Window)’. 모두 점심 자투리 시간을 이용했다. 외국의 호텔들은 출장 또는 휴가를 이용했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문화재를 공부하는 일은 모두 호텔리어로서의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조금 더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고 깊은 인상을 담아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죠.”



백씨의 『마이 코리아』는 내년 1월 아마존닷컴에 입점될 예정이다. 7월에는 파리에서 ‘더 윈도’ 전시회 일정도 잡혀 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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