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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실무접촉, 통 큰 결단 계기 삼아야

중앙선데이 2015.11.22 01:42 454호 2면 지면보기
당국회담을 위해 남북의 실무자들이 26일 판문점에서 만난다. 8·25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한 지 석 달 만에 실무 협의가 시작되는 것이다. 양측은 당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한 후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우리 측의 예비 접촉 제의에 북측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아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었다. 그러다 북한이 입장을 바꿔 실무 접촉이 이뤄지는 것이다. 당국회담의 의제·시기·장소 등과 같은 제반 실무 문제가 협의될 전망이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유야 어떻든 남북대화의 물꼬가 열리는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8·25 합의로 조성됐던 남북 간 해빙 무드가 자칫 가라앉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남북은 이번 접촉에서 관계 개선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북한이 지난 10월 노동당 결성 70주년 이후 당초 위협과는 달리 핵이나 탄도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북한의 변화를 기대해 볼 만한 움직임이다.


사설

 물론 실무 접촉에 합의한 것을 놓고 흥분하거나 남북관계의 진전을 성급하게 기대할 필요는 없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회담 대표의 격이나 의제를 놓고 기싸움만 벌이다 무산된 경우가 허다했다. 북한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5·24 대북 제재 조치도 엄연히 살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제 막 시작된 대화의 불씨를 꺼트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남북 모두 전향적인 자세로 이번 접촉에 임해 당국회담 일정을 확정하고 교착 상태에 빠진 대화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당국회담이 성사돼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인도적인 사안을 먼저 해결할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아직까지도 6만6000여 명에 달하는 이산가족이 만남은커녕 생사 확인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등록 이산가족 중 90세 이상인 분들만 7700여 명에 달하는 등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매년 3000여 명의 이산가족이 헤어진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북한은 이번 협의에서 과거처럼 자기주장만 내세우거나 일방적인 지원을 요구해선 안 된다. 모든 것을 한 번에 얻어내겠다는 자세를 버리고 실용적이고 유연한 입장에서 논의에 임해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개방과 개혁을 추진하고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는 것이 북한에도 유리한 선택이다. 우리 역시 북측의 경직된 태도만 탓하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없다. 미국 대선,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등으로 국제적인 관심이 한반도에서 벗어나 있는 때일수록 우리가 대화에 더 주도적으로 임해야 한다.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통 큰’ 결단을 언제 어떤 명분으로 할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유화책을 내놓거나 퍼주기를 하라는 뜻이 아니다. 인도주의적 교류, 경제·문화·스포츠 협력 등 당국의 의지에 따라 정치·군사 이슈와 분리해 논의할 수 있는 문제들을 놓고 대화를 이어가자는 것이다. 분단 70년인 이 해가 다 지나가기 전에 해빙의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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