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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M&A, 산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져야

중앙선데이 2015.11.01 01:54 451호 2면 지면보기
재계의 사업구조 개편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M&A)이 성공하면 SK텔레콤은 420만 명의 케이블TV 가입자를 확보해 유료방송 및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KT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삼성SDI의 화학 부문과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을 3조2562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유통사업에 이어 석유화학을 성장축으로 키울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그룹이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넘겼다. 삼성은 두 차례에 걸친 화학 계열사 매각으로 화학사업에서 철수하고 전자·금융을 양대 축으로 사업구조를 급속히 개편하는 양상이다.



재계의 일련의 빅딜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는 게 특징이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빅딜과는 성격이 다르다. 기업들이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는 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과거 같은 문어발식 기업 경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전문화해야 살 수 있다는 걸 기업이 깨우쳐 적극적으로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다.


사설

이런 움직임은 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실력이 모자라는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기술 개발 등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는 기업은 도태돼야 마땅하다. 과감한 M&A는 그래서 필요하다. 그래야 산업 생태계에 새 살이 돋는다.



그동안 국내 산업계에서는 ‘좀비 기업’이 양산돼 전체 산업 경쟁력 향상에 큰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영업수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대기업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2%(3295개)나 됐다.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국책은행과 정부 보증회사 등의 정책금융을 지원받아 연명하고 있다. 이들에게 산소호흡기를 계속 대주는 건 한국의 산업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든다.



부실기업을 떠안은 국책은행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게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5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7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회사의 실적이 1년 만에 곤두박질쳤다. 회계 처리가 엉터리였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퇴직자나 정치권 인사 등의 자리를 대우조선해양에 만들어 주었다. 제대로 된 감독·관리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민영화는 차일피일 7년이나 미뤘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산업은행 등 주주와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에 신규 출자와 대출을 합해 4조2000억원을 더 쏟아붓기로 했다.



정부나 국책은행이 주도하는 사업구조 개편이나 구조조정은 한계가 있다. 기업 스스로 M&A,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당장은 사업부가 없어지고 일자리가 주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썩은 살을 도려내야 한다. 이 과정에 노조도 협조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삼성에서 한화로 소속이 바뀐 한화종합화학의 노사는 임금협상이 불발되면서 파업과 직장폐쇄라는 대치를 하고 있다. 업계 최고 대우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지나친 요구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이 우리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노조가 눈앞의 작은 이익에 얽매여 자발적 사업 구조조정의 성과를 그르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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