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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술 사업화 땐 벤처 1만개 창업, 일자리 20만개 창출

중앙선데이 2015.10.25 01:08 450호 17면 지면보기

1 공공기술을 이전받은 퓨처로봇이 만든 안내로봇 ‘퓨로 에스’가 2013년 브라질서 열린 로드엑스포에서 관람객에게 말을 걸고 있다.

2 미코바이오메드의 연구원이 혈액 속 헤모글로빈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3 테그웨이가 개발한 휘어지는 열전소자. [사진 각 사]



# 아침에 일어나 손 모양 터치패드에 손을 대면 오늘의 건강 상태와 해야 할 일이 화면에 나타난다. 오늘 입을 옷을 고를 때는 거울 앞에 서기만 하면 된다. 거울에 내가 가지고 있는 옷들의 이미지가 나타나기 때문에 실제로 옷을 입어보지 않아도 어떤 옷이 잘 어울릴지 가늠할 수 있다. 의상에 맞는 액세서리가 필요하다면 즉석에서 만들 수 있다.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하면 3D프린터에서 액세서리가 제작돼 나오기 때문이다.


낮잠 자는 공공기술 2만여 건, 중소기업엔 보배 -하-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다. ‘2014 창조경제박람회’에 등장한 최첨단 기술의 사례다. 지난해 열린 이 박람회에서는 민간뿐 아니라 정부의 다양한 창조경제 성과가 소개됐다. 특히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등이 개발한 공공기술 가운데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미래 기술이 많다. 이들 연구기관은 기업과 달리 상품 개발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기발하고 창조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세상에 없던 기술이 제품이 돼 시장에 등장할 경우 그 파괴력은 엄청나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공공기관이 연구개발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업화할 경우 연간 1만 개의 벤처기업이 창업할 수 있다”며 “20만 명의 고용 창출이 가능하며 170조원의 미래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개발만 된 채 잠자고 있는 공공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올해 1335억원을 투입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사업화 방식은 민간기업에 소정의 비용을 받고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다. 연구개발비가 충분하지 못한 중소기업에는 이런 공공기술이 유용하게 쓰인다.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은 “‘SOS1379 기업공감’ 원스톱서비스를 이용하면 출연연이 보유한 기술 목록과 장비 내용을 검색할 수 있다”며 “창업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를 통해 창업기술을 패키지 형태로 이전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이 주체가 돼 기술 사업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공공기관이 이끄는 기술 사업화의 사례는 크게 ▶패밀리기업 ▶기술지주회사 ▶연구소 기업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패밀리기업은 정부출연연구소가 성장 가능성이 크고 기술개발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 가운데 선정한다. 출연연 소속 연구원이 패밀리기업의 전담 멘토로 지정돼 해당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공동연구나 기술 이전 등을 통해 해당 기술 개발을 돕는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가 현금이나 기술을 출자해 세운 곳으로 공공기관의 지분율이 100%다. 연구소기업의 경우 출연연과 기술지주회사가 자본금의 20% 이상을 출자하고 민간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설립된 곳이다. 현재 미래부 산하에는 4500개 패밀리기업, 19개 기술지주회사, 134개 연구소기업이 있다.



2009년 문을 연 미코바이오메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소재부품 제조업체인 미코와 함께 문을 연 연구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나노갭 바이오센서 기술을 활용해 혈액 한 방울로 콜레스테롤, 헤모글로빈, 혈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아직 제품이 출시되지 않았는데도 미코바이오메드는 미국 및 이탈리아 의료기기 전문업체와 5년간 5700만 달러 규모의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지주의 출자로 설립된 테그웨이는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열전소자 반도체를 개발했다. 이 반도체를 활용하면 자동차나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열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잘 휘어지는 소재이기 때문에 의복 형태로 제작 가능하며 외부 온도와 체온의 차이에 따라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어 발열 의복에도 이용할 수 있다. 테그웨이의 열전소자 개발 기술은 올해 2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에 선정됐다. 이 회사는 5년 내 1000억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공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업계에서는 기술 이전과 사업화 단계에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민화 이사장은 “공공기술 사업화는 창조경제의 씨앗”이라며 “더 많은 기업이 공공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각종 세제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기술의 원활한 민간기업 이전을 위해 공공기술을 보유한 정부기관과 이를 필요로 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선우(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공공기술 이전이나 사업화의 질적 성장을 위해 정부출연연구소와 기업들 사이에 혁신적인 아이디어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 포럼이나 세미나, 전시회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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