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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당리당략보다 국민권리가 먼저다

중앙선데이 2015.10.04 02:39 447호 2면 지면보기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총선의 지역구 수를 놓고 그제 밤늦도록 논란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획정위는 지난 회의에서 제시됐던 지역구 수 범위인 ‘244~249’의 여섯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최종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위원들 간의 의견 대립으로 난상토론만 벌이다 결국 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한 채 마쳤다. 위원회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선거구별 인구편차 기준(2대 1)을 지키면서 동시에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의 내내 면적과 인구가 많은 강원과 경북에 지역구를 추가 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여야 균형을 고려해 경북에 1석을 배분한다면 호남에도 1석을 배분해야 한다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설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이번에도 선거구 획정이 졸속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획정안은 17~19대 총선 때 선거일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야 부랴부랴 결정된 바 있다. 법정 시한을 어기고 선거일 직전에 몰려서 처리하다 보니 매번 여야 야합으로 기형적인 선거구(게리맨더링)를 만들어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에 출범한 획정위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공정한 선거구를 짜라는 국민의 뜻에 따라 여야 합의로 국회로부터 권한을 넘겨받은 최초의 독립적인 기구다. 국회의원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선거구를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립적인 시각에서 활동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획정위는 현행법상 내년 총선 선거일(4월 13일) 6개월 전인 오는 13일까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법정시한 내에 이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지역 이해와 정치권의 계산이 얽히고 시간에 쫓기면서 또다시 정치권이 나서게 될 것이고, 땜질식 처방으로 이를 처리할 공산이 크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각 정당의 후보 경선 절차와 선거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데엔 여야의 책임이 크다. 지난 7월 획정위 출범 이후 선거구 획정을 위한 총 의원 정수나 획정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거듭된 요구에도 여야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시간만 끌었다. 위원회가 자체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자 이번엔 “정치 현실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온갖 훈수를 두고 있다. 여야는 그제도 농어촌 지역구 감소를 이유로 획정위에 “발표를 미뤄달라” “숙고해달라”며 압력을 가했다.



 아무런 기준 없이 석 달 넘게 획정위를 표류하게 만들어 놓고서 이제 와선 아무런 대안도 없이 농어촌 의석에 신경 써달라고 요구하는 건 후안무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여야가 더 나은 방안을 만들어낼 자신이 없다면 여야 합의의 정신을 지켜 획정위의 활동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논의의 초점이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에 쏠려 있는 것도 문제다. 지역 대표성을 내세워 평등성의 원칙이 침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30만이 넘는 도시 지역구의 한 표가 농어촌의 한 표보다 소홀하게 취급받아야 할 근거가 뭔가. 지역구 의원은 사람 아닌 땅이나 나무를 대표하기라도 한다는 건가.



 선거구 획정은 국민의 평등한 선거권을 보장하는 수단이다.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정치권의 이득을 위한 게 아니다. 이 기본적인 관점에서 여야는 획정위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 여야가 그동안 말잔치로 일관해 온 정치개혁의 진정성을 보이겠다면 선거구 획정의 법정시한을 지키는 것부터 출발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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