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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뒤 처치 곤란 나물·과일 비빔국수·빙수로 맛깔난 변신

중앙선데이 2015.09.26 01:43 446호 16면 지면보기
차례상에 올라간 과일, 노릇하게 구워낸 전, 제철 나물 무침…. 한 상 가득 차린 추석 음식은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즐거움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연휴가 끝나면 추석 음식은 골칫거리가 된다. 남은 음식을 며칠 두고 계속 먹자니 질린다. 결국 추석 음식은 싸늘한 냉동고 속으로 들어가는 망각의 운명이 된다.



 남은 음식이 냉동고 밖으로 나와 세상 구경을 하는 일도 드물다. 오랫동안 꽁꽁 언 상태로 방치되다 결국은 음식물 쓰레기가 된다. 애물단지 같은 음식을 잘 활용해 즐길 수는 없을까. 남들이 다 하는 방법은 있다. 남은 전을 놓고 자박하게 끓여낸 섞어찌개나, 나물 무침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쓱쓱 비비는 비빔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매년 해먹는 단골 메뉴이다 보니 식상하다.


강민구 셰프에게 ‘명절 냉장고’를 부탁했더니

 중앙SUNDAY는 퓨전 한식당 밍글스(Mingles)의 강민구(31·사진) 오너셰프에게 추석 음식을 활용한 요리법을 부탁했다. 두 가지 단서를 붙였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니 채소 위주의 신선한 요리였으면 한다는 것과 맛이 있더라도 조리법이 복잡하면 따라 하기 힘드니 최대한 간단한 요리를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강 셰프는 곤혹스러워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시도”라는 이유에서다. 이틀간의 숙고 끝에 그는 본지가 제시한 조건에 맞는 두 가지 요리를 선보였다. 지난 24일 서울 청담동의 밍글스에서 만난 강 셰프는 즉석에서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분주히 손을 놀려 15분 만에 뚝딱 요리가 완성됐다. 강 셰프는 “과식으로 더부룩한 속을 달래주는 요리와 추석 때 선물로 받은 과일이나 차례를 지내고 남은 과일을 활용하는 디저트”라고 설명했다.



 



고기 없이 고기 맛 나는 나물 비빔국수추석 때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채소 요리가 나물 무침이다. 삼색나물이라고 해서 고사리·시금치·도라지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이용된다. 향긋한 나물과 함께 떠먹는 밥 한 숟가락은 일품이다. 하지만 밥 반찬으로 나물만 삼시세끼를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연스레 고기와 기름진 음식에 젓가락이 가게 된다. 고기 없이 나물만 이용한 근사한 음식은 없을까. 강 셰프가 고안한 나물 비빔국수를 추천한다. 추석 때 먹고 남은 고사리나 각종 나물을 넣고 간장, 매실청, 참기름 등으로 소스를 만들어 먹기 좋게 조물조물 버무리면 된다.



 강 셰프의 나물 비빔국수는 흡사 파스타와 비슷하다. 제철 나물인 고사리·머윗대·토란대가 굵은 면발과 함께 조화롭게 섞인다. 국수 면발은 일반 면발보다 두꺼운 백양국수(포항 구룡포에서 태양에 건조한 재래식 면발)를 이용했다. 이 레시피를 응용해 다양한 나물을 넣거나 백양국수가 아닌 다른 면발을 이용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중요한 포인트는 고사리다. 고사리가 빠지면 나물 국수는 ‘앙꼬 없는 찐빵’이 된다. 강 셰프는 “고사리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고도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내준다”며 “연휴 기간 기름진 음식과 고칼로리에 지친 몸을 달래주면서도 고기를 먹는 것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고사리는 넣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완성된 나물 비빔국수는 향긋한 나물 향이 어우러져 수저를 들기도 전에 침샘을 자극한다. 하지만 아무리 보기 좋아도 맛이 없다면 의미가 없는 일. 푸짐하게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국수의 단백한 맛과 나물 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고기가 없는 순수 나물 비빔국수지만, 강 셰프의 말처럼 고사리의 식감이 고기 지단을 올린 것처럼 쫄깃해 입안을 즐겁게 한다. 

배 그라니테(왼쪽 위)와 배숙과 떡으로 차린 한식 디저트. 고풍스러운 사발은 차 사발 명장 지암 안홍관 선생이 만든 것. 강 셰프는 귀하게 애장해오다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김춘식 기자



수정과보다 맛있는 배 그라니테국수로 입맛을 느꼈다면 다음은 디저트다. 제사상에 올라갔던 대표 과일인 배를 활용해 보자. 배는 루테올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기관지염과 기침 완화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 웰빙 과일이다. 펙틴 성분은 배변 활동을 편하게 하고 소화를 돕는다.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은 그라니테(과일빙수)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껍질을 벗긴 배를 갈아 즙을 낸다. 레몬즙과 레몬 제스트를 넣어 상큼함을 더하고 설탕과 꿀로 단맛을 조절한다. 이렇게 만든 즙을 냉동실에 넣은 뒤 포크로 긁어주면 고운 얼음이 얼게 된다. 여기에 시나몬 가루를 뿌려주면 완성이다. 배의 달콤한 맛과 청량감이 계피 향과 어우러지면 새로운 맛이 느껴진다. 살얼음 낀 수정과를 먹는 기분이 들면서도 배 특유의 상쾌한 맛이 입안에 감돈다.



 빙수보다 간단한 디저트를 원한다면 배숙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배를 보기 좋게 깎아 통후추를 하나씩 중간에 박는다. 물과 생강, 계피, 설탕, 레몬을 넣고 한소끔 끓여 시럽을 만든 후 배를 넣어 20~30분 정도 익혀주면 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플레이팅도 신경을 쓰는 게 좋다. 꽃잎 몇 장과 잣알 몇 개를 동동 띄워주면 고급 식당에서 나오는 디저트가 부럽지 않다. 강 셰프는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간단한 레시피로도 훌륭한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다”면서 “배가 아니더라도 사과를 활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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