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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000만 지키자] 한·일 저출산 ‘우울한 신기록’

중앙일보 2016.12.23 02:33 종합 2면 지면보기
한국 올 신생아 수 41만 명으로 역대 최저…
일본은 신생아 수 첫 100만 명 밑으로
“수치가 잘못된 것 같아 몇 번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한국 혼인 건수 30만 건 안 될 듯
일본도 가임 여성 갈수록 줄어
인구절벽으로 잠재성장률 하락
“양육부담 줄이고 양성평등 실현을”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10월 출생아 수 집계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예상보다 숫자가 너무 적어서다. 10월 출생아 수는 3만1600명이다. 200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월별 기준으로 가장 적다. 낙폭도 컸다. 1년 전보다 13.9% 줄었다. 2013년 10월(-13.9%)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이다.
아이 울음소리가 빠르게 잦아들며 연간 출생아 수 40만 명 선도 위협받고 있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1~10월에 태어난 아이는 모두 34만9000명이다. 11~12월 출생아를 합쳐도 40만 명을 간신히 넘겨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지연 과장은 “올해 신생아 수는 41만 명 안팎에 머물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출생아 수가 가장 적었던 해는 2005년(43만5000명)이다.

내년부터는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출산과 직결되는 결혼 건수와 가임여성(15~49세) 인구가 계속 줄고 있어서다. 올해 혼인 건수는 사상 처음으로 30만 건을 밑돌 게 확실시된다. 올해 1~10월 혼인 건수는 22만7900건에 머물렀다. 올해 남은 두 달 동안 30만 건을 채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해 가임여성은 전체 여성 인구의 49.5%를 기록했다. 가임여성 인구가 전체 여성 수의 절반 밑으로 내려간 건 올해가 처음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걸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저출산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두루 갖춘 셈이다.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 인구는 5101만 명이다. 인구는 2031년 5296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할 전망이다.
일본 역시 한국과 유사한 모습이다. 올해 일본의 신생아 수는 통계를 내기 시작한 1899년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밑돌 것으로 추산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올해 후생노동성의 인구동태조사 추계를 통한 신생아 수는 98만~99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100만5677명)보다 2만여 명 준 것이다. 전후 ‘1차 베이비붐’ 당시 신생아가 가장 많았던 1949년과 비교하면 40%에도 이르지 못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결혼 건수 및 가임여성 수가 줄어든 게 주요인이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양육이 어려워 둘째 아이 출산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한국과 판박이다. 이미 감소하기 시작한 일본의 인구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억2709만 명이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절벽’ 현실화는 향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 중 하나는 저출산·고령화”라며 “경제활동인구가 줄면 생산과 소비 모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줄기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출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차근차근 제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은 “해외 사례를 보면 적어도 20~30년 이상의 노력을 해야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양육비를 줄여주는 등의 실질적인 지원과 함께 기업 등 사회 전반에 양성평등 문화가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번에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만큼 인구 감소 추세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사회 시스템이 인구 구조 변화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래서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저출산이라는 큰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며 “대학 정원 조정 등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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