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특검 “삼성물산 합병 당시 복지부도 적극 개입”

중앙일보 2016.12.23 02:11 종합 8면 지면보기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적극 개입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포착했다. 특검팀은 22일 복지부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본격 조사에 나섰다. 전날 특검팀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실과 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등에서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홍완선

홍완선

특검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복지부 측이 ‘합병 찬반 결정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들을 빼라’는 취지의 지시를 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내린 증거물과 관련 진술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복지부와 연금공단은 조모(55) 복지부 연금정책국장과 홍완선(60) 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참석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이 복지부의 지시에 따라 모종의 조치를 취했는지 확인 중이다.

“찬반 결론 낼 때 외부전문가 빼라”
연금공단과 비공개 회의에서 요구
이후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주도
내부 투자위원회서 합병 찬성 정해
“홍 본부장은 대통령 뇌물죄 첫 단추”


특검팀은 이 회의를 전후해 복지부 A사무관과 연금공단 B팀장이 수시로 연락을 취한 사실도 확인했다. 비공개 회의 이후인 지난해 7월 7일 홍 전 본부장은 삼성전자 측과 접촉했다. 연금공단은 3일 뒤 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는 의결권전문위원회 대신 홍 전 본부장이 주도하는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 입장을 정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1대 0.35’로 정해졌다. 당시의 결정으로 인해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인 연금공단이 3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특검팀은 추정하고 있다.

특검팀의 수사 내용은 문형표(60) 당시 복지부 장관의 청문회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다. 문 전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청와대의 뜻이라며 합병 찬성을 종용했느냐”는 질문(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에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향후 특검팀의 수사는 당시 결정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홍 전 본부장에게 집중될 전망이다. 연금공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홍 전 본부장의 혐의는 ‘업무상 배임’으로 적시됐다.

홍 전 본부장이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 혐의가 확인되면 향후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게 된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홍 전 본부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 혐의 입증을 위한 첫 단추”라고 말했다. 제3자 뇌물죄 성립에는 일반 뇌물죄와 달리 뇌물을 건넨 사람의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한다. 홍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가 성립되면 합병 과정에서 삼성 관계자들이 정부 측에 한 요청들이 ‘부정한 청탁’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을 출국금지했으며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 또 문형표 전 장관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독일에 체류 중인 정유라(20)씨에 대해 기소중지와 지명수배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전날 특검팀이 발표한 정씨의 여권 무효화 조치를 진행하게 된다. 특검팀은 “국내외에서 정씨의 도피에 편의를 제공하거나 증거인멸 등을 시도하면 형법상 범인은닉죄와 증거인멸죄 등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장혁·김나한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