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니스 뮐렌버그
트럼프 “에어포스원 비싸” 보름 만에
보잉 “값 낮출 것” 항복선언 받아내
같은 날 만난 록히드마틴 CEO도
F-35 전투기 가격 인하 밝혀
“강압적인 행보” 비판 있지만
“납세자의 승리” 긍정 평가 늘어
‘하늘의 백악관’이라 불리는 에어포스원은 첨단 미사일 요격시스템은 물론 핵무기 폭발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해 미 국방부는 25년 된 낡은 747-200 기종을 보잉 747-8 기종으로 바꾸기로 하고 2대를 주문 계약했다. 에어포스원은 2대가 교차 운항되기 때문이다. 747-8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민간 항공기 가운데 가장 크고 값도 가장 비싸다. 게다가 에어포스원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보잉으로선 트럼프의 ‘주문 취소’란 말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또 트럼프와 틀어질 경우 최근 이란 국영 항공사 이란항공과 맺은 여객기 80대 수주 계약(166억 달러)의 미 재무부 승인에 문제가 있을 것을 우려했다.
결국 뮐렌버그는 트럼프 측에 전화를 걸어 ‘최선의 노력’을 다짐했고, 트럼프는 “(뮐렌버그는)훌륭한 사람이다. 앞으로 가격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면담은 가격 인하를 추인하는 만남이었던 셈이다. 이날 면담 후 트럼프는 “아마도 엄청난 돈을 깎을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보잉을 칭찬했다.
보잉은 트럼프에게 다른 선물도 안겼다.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보잉은 역대 대통령 취임식 때마다 기부금을 내 오긴 했지만 이번 취임식은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메릴린 휴슨
말은 돌려 했지만 핵심은 ‘가격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휴슨과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F-35 프로그램의 가격 협상은 마치 춤처럼 움직이는 것으로 이제 시작”이라며 “우리는 가격을 멋지게 내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트럼프는 록히드마틴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이날 F-35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공군과 해군 수뇌부 7~8명과 면담도 했다. 가격 인하가 현실화되면 2018년부터 4년 간 F-35 4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인 한국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다른 제조업체들에도 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트위터에 “미국을 떠나는 기업들, 직원을 해고하고 다른 나라에 새로운 공장을 지어 미국에 그들의 물건을 다시 팔려고 생각하는 기업들은 보복과 대가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이런 기업들은 35%의 관세를 물게 될 것이다. 매우 값비싼 실수를 하기 전에 미리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언행을 “지나치게 강압적”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용 절감과 일자리 창출이란 효과란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도 상당하다.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캐피털의 창업자인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이날 트위터에 “오늘 가격 인하 협상은 ‘납세자들의 거대한 승리’”라고 칭찬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