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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대왕암 위, 희망이 뜬다

[커버스토리] 대왕암 위, 희망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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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파도를 헤치며 해가 올라온다. 그 솟구치는 힘으로 우리는 다시 오늘을 산다. 경주 대왕암에서.

거친 파도를 헤치며 해가 올라온다. 그 솟구치는 힘으로 우리는 다시 오늘을 산다. 경주 대왕암에서.


2016년 병신년(丙申年)을 마무리하는 세밑. 다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글귀를 떠올립니다. 올해도 일은 많았고 어려움은 더 많았습니다. 굳이 하수상한 세상을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네의 지난 1년은 버거웠고 퍽퍽했습니다. 돌아보니 올해도 웃은 날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여 올해는 헌 해를 얼른 보내버리고 싶습니다. 헌 해를 떠나보내고 빨리 새 해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묵은 때 훌훌 털어버리고 가뿐한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막연한 기대를 품습니다. 내년에는 다 잘 되겠지, 허튼 마음이나마 가져봅니다.


week&이 병신년 마지막에 드리는 제안은 해넘이·해맞이 여행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드리는 제안이지만, 송년호 사진을 정하고 제작하는 작업은 결코 뻔하지 않습니다. 올해는 고민 끝에 경북 경주의 대왕암 일출 장면을 선정했고, 사진기자가 사흘 아침을 대왕암 너머에서 올라오는 해를 맞았습니다.

대왕암은 삼국을 통일한 신라 문무왕(626∼681)의 수중릉입니다. 학설이 갈리기는 하지만, 문무왕은 “죽으면 동해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겼고 유언에 따라 해안에서 200m 떨어진 바위 네 개 사이의 바다에 묻혔다고 합니다. 문무왕이 죽기 전에 아들 신문왕(?∼692)에게 피리를 건네며 나라가 위험에 빠지면 피리를 불라고 했다지요. 피리를 불면 용이 되어 나타나겠다고, 그래서 나라를 구하겠다고 약속했다지요.

대왕암 바다는 물안개가 자주 피어오릅니다. 바람이 모질어 파도도 드셉니다. 거북등 닮은 갯바위 너머로 해가 올라오는데, 해가 온전히 둥근 꼴로 등장하는 날은 흔치 않습니다. 일출 명소치고는 아쉬운 점이 많지요. 그래도 이맘때만 돌아오면 수많은 사람이 새벽마다 대왕암을 찾습니다. 장엄한 일출은 못 보더라도 대왕암에 담긴 뜻을 헤아리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허다한 일출 명소 중에서 week&이 대왕암을 고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는 대왕암에서 호국정신을 강조하지만 우리네는 대왕암에서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아비의 마음을 읽습니다. 어제가 아니라 내일을 말하는 무덤은 많지 않습니다.

허구한 날 뜨고 지는 해라지만 해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같지 않습니다. 저마다 해를 맞이하는 자세가 다르므로 해는 똑같은 해일 수 없습니다. 해를 보내고 맞으려고 올해도 여행을 작정하는 까닭입니다.

2017년은 붉은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입니다. 닭 울음이 새벽을 알리는 것처럼 닭의 해는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내년은 올해보다 나아지기를 소원합니다. 올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동양 절기는 입춘(양력 2월 4일)부터 새해가 시작합니다. 따라서 병신년은 양력 2017년 2월 3일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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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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