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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어 샴푸, 화산재 수면 팩…비단결 머릿결

중앙일보 2016.12.23 00:04 Week& 6면 지면보기
| 헤어 제품도 프리미엄 시대
 

머리카락은 얼굴 다음이었다.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은 피부 타입과 브랜드를 따져가며 구입하지만, 샴푸만큼은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듯 대충 고르곤 했다. 하지만 이제 구매 양상이 달라졌다. 피부에 투자하는 것만큼 헤어 케어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동안의 조건, 피부만큼 헤어에 주목
요즘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 출연중인 배우 전지현의 미모가 화제다. 도통 제 나이(35세)로 보이지 않는 동안 비주얼 때문이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긴 생머리가 주목받고 있다. 핑크빛 입술과 매끈한 피부 못지않게 탐스럽고 풍성한 긴 생머리가 동안 효과를 내는 일등공신이라는 평이다.

동안의 조건으로 피부만큼이나 헤어관리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헤어 안티에이징(anti-aging·노화방지 케어)’이라는 개념도 생겼다. 피부처럼 두피와 모발도 늙는다.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예방·관리하자는 소비자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탈모인구는 1000만 명에 달한다. 국민 5명 중 1명은 탈모증상이 있거나 탈모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환경호르몬의 영향과 스트레스로 20대와 30대, 심지어 10대까지 탈모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전문적인 헤어 관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찰랑임·윤기 등 모발 케어 중심으로 돌아가던 샴푸 시장이 탈모 방지, 두피 케어 등 모발과 두피를 모두 포함한 종합적이고 다양한 기능으로 분화되고 확장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KB 투자증권이 2015년 9월 발표한 ‘화장품·생활용품 산업’ 보고서의 국내 헤어 케어 부문별 판매액 비중 추이를 살펴보면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전체 샴푸 판매액 중 일반 샴푸의 판매 비중은 2013년 53.8%에서 2015년 36%까지 떨어졌다. 대신 한방 샴푸와 퍼퓸 샴푸, 내추럴 샴푸 등의 판매 비중이 높아졌다. 특히 두피에 자극이 적은 천연 원료를 기반으로 한 내추럴 샴푸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2013년 6월 전체 샴푸 판매액 점유율 0.3%에서 2015년 2월에는 6.9%까지 증가했다.

덩달아 고가의 프리미엄 헤어 케어 시장도 성장세다. 대형마트에 비해 아베다, 록시땅 등 프리미엄 헤어 브랜드 위주로 제품이 구성된 롯데닷컴의 2016년 1월부터 11월까지 헤어&보디 제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신장했다. 갤러리아 명품관의 헤어 케어 부문 올해 매출 역시 작년에 비해 30% 신장했다. 갤러리아 명품관 라소민 바이어는 “백화점에서 샴푸·린스 등 헤어 케어 제품을 구입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며 “특히 탈모를 고민하는 남성 고객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니치 향수처럼, 헤어 제품도 ‘니치’ 시대
지난 12월 15일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뷰티 편집 매장 시코르에는 프랑스 프리미엄 헤어 브랜드 레오놀그렐과 뉴욕의 헤어 스타일링 전문 브랜드 아미카 등 10여 개의 헤어 케어 브랜드가 입점했다. 전상희 담당 바이어는 “매장 전체에서 헤어 케어 상품 수가 약 20%를 차지해 기존 다른 편집 매장에 비해 헤어 제품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프리미엄 헤어 브랜드의 성장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이렇게 배치했다”고 말했다. 레오놀그렐의 샴푸 가격은 평균 5만원대 이상이고, 아미카의 헤어 오일은 4만7000원(100ml 기준)이다.

지난 11월에는 영국 유명 헤어 케어 브랜드 존프리다가 국내 론칭 소식을 알렸다. 9월에는 미국의 프로페셔널 헤어 스타일링 브랜드 티지가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존 프리다의 베스트셀러인 헤어 세럼(프리즈 이즈 오리지널 세럼)은 50ml에 1만9000원, 티지의 인기 헤어 에센스(베드 헤드 스몰토크)는 200ml에 3만2000원이다. 가격이 아주 높진 않지만 그동안은 헤어 살롱에서 소규모로 전개되던 전문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정식 론칭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독특한 성분 재료로 이목을 끄는 헤어 브랜드도 있다. 캐비어·다이아몬드·금 등 고가의 스킨케어 제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성분을 헤어 제품에 넣은 스페인 프리미엄 헤어 브랜드 미리암퀘베도가 대표적이다. 캐비어의 성분은 사람의 피부 구조와 유사한 단백질 복합체로 모발에 영양을 공급하고 손상 모발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이 브랜드의 헤어 에센스(화이트 캐비어 엘릭서) 50ml 가격은 9만원이다. 갤러리아 명품관에 지난 9월 입점한 독일의 헤어 케어 브랜드 말리스멜러의 헤어 에센스(실키 리페어 엘릭시어)는 50ml에 12만4000원이다. 파시미나·실크 성분이 들어있어 모발을 부드럽게 한다는 게 컨셉트다. 가장 고가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인기 제품이기도 하다.

미리암퀘베도의 윤효경 이사는 “니치(niche) 향수처럼 헤어 케어에도 니치 시장이 존재한다”며 “스킨케어 제품에서나 보던 독특한 원료나 성분, 기술 등을 담은 고가의 헤어 케어 제품이 더욱 이목을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랜드만큼이나 다양해진 제품군도 주목할 만하다. 샴푸와 컨디셔너, 헤어 에센스 위주였던 기존 제품군에서 벗어나 헤어 수면 팩이나 헤어 선케어 제품, 염색 컬러 유지 샴푸, 드라이 샴푸 등 스페셜 케어 제품들이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국내 론칭한 미국 헤어 케어 브랜드 리빙프루프는 수면 중에 손상 모발을 집중 케어 하는 수면 헤어 팩 ‘나이트 캡 오버나이트 퍼펙터’를 선보였다. 뷰티 편집 매장 라페르바에서 판매하는 럭셔리 헤어 케어 브랜드 오리베에는 화산재 성분을 담아 디톡스 효과를 주는 샴푸를 선보인다. 일주일에 한두 번만 사용하는 스페셜 샴푸다. 올해 3월 론칭한 유럽 헤어 케어 브랜드 클로란은 드라이 샴푸로 유명하다. 물 없이 사용해 두피의 유분기를 제거한다. 오후가 되면 기름기와 먼지로 떡지는 모발에 뿌려 간편하게 세정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생활용품 넘어 뷰티 제품으로, 달라진 샴푸 위상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뷰티 편집 매장 시코르의 헤어케어 존. 다양한 프리미엄 헤어 케어 브랜드를 만날 수 있고, 진단 기기를 통해 두피와 모발 케어에 대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뷰티 편집 매장 시코르의 헤어케어 존. 다양한 프리미엄 헤어 케어 브랜드를 만날 수 있고, 진단 기기를 통해 두피와 모발 케어에 대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뷰티 편집 매장 라페르바의 김윤경 과장은 “요즘은 샴푸에 기능뿐 아니라 향이나 스타일링 효과, 패키지 디자인까지 요구하는 고객이 많다”며 “헤어 제품을 생활용품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뷰티 제품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과거 샴푸 등의 헤어 케어 제품은 스킨케어 제품이나 색조 제품에 비해 ‘저관여 제품’이었다. 제품에 대한 중요도가 낮고, 값이 싸며, 상표간의 차이가 별로 없어 잘못 구매해도 위험이 별로 없는 제품을 말한다. 생활용품 혹은 소모품으로 취급되며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대용량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흔한 구매 패턴이다. 온 가족이 욕실에 놓인 공동 샴푸로 머리를 감는 것도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점차 샴푸가 단순히 모발을 세정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개인의 모발 고민이나 두피 고민에 맞게 처방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구매 양상이 달라졌다. 손상된 모발을 위한 샴푸에 이어 비듬이나 탈모 케어 등 개인의 니즈에 맞춘 기능성 제품이 등장했고, 실리콘 등 화학 성분을 넣지 않은 자연주의 제품 등의 인기도 높다. 요즘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화장품을 고르듯 헤어 케어 제품의 사용감과 향, 패키지 디자인까지 따지는 추세다. 럭셔리 헤어 케어 브랜드 오리베가 대표적이다. 모든 제품에 특별히 고안한 ‘시그니처 향(오리베 오 드 퍼퓸)’이 함유돼 있다. 웬만한 향수 못지않은 섬세한 향, 향수병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패키지 디자인도 유명하다.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이 내놓은 샴푸·컨디셔너는 욕실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모던한 패키지 디자인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전반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은 사회 분위기를 헤어 케어 시장의 성장 요인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르네휘테르의 안선희 차장은 “뷰티 케어에 익숙하고 소비력이 있는 2030 세대의 스트레스성 두피 트러블, 탈모 고민 등이 늘면서 프리미엄·기능성 헤어 제품에 대한 소비 수요가 늘어났다”며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전체 헤어 케어 시장 규모가 연평균 9.6% 성장인데 반해, 탈모관련 헤어케어의 경우 연평균 23.8% 성장했다”고 말했다.

염색이 일반화된 것도 한몫했다. 몇 년 전부터 헤어 살롱에서 펌 시술보다 염색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아예 탈색을 한 뒤 개성 있는 컬러로 염색하는 것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희 헤어&메이크업의 정상훈 교육이사는 “염색을 안 하는 사람이 없을 만큼 일반화된 것이 사실”이라며 “염색 시술 후 손상된 모발을 위해 보다 특별한 헤어 케어를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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