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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시험 응시자 29명 중 28명 불합격…"악, 진짜 불면허네"

중앙일보 2016.12.22 14:14
“1호차 불합격입니다. 3호차 실격입니다.” 안내음이 면허시험장에 울려 퍼지자 응시자들 사이에서 "와! 거의 다 불합격이네"라며 탄식이 터져나왔다.

22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춘천운전면허시험장. 승용차 한 대가 경사로에 3초간 멈춘 뒤 언덕을 올라가지 못하고 50㎝가량 뒤로 밀려나자 10점이 감점됐다. 잠시 뒤 “1호차 불합격입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이 남성은 기어변속, 출발지시, 와이퍼조작 미숙 등으로 각각 5점씩 감점을 받아 최종 25점 감점으로 불합격 처리됐다.

난이도가 높아져 ‘불면허시험’으로 불리는 새 운전면허시험 시행 첫날의 현장 풍경이다. 이날 불합격 통보를 받은 정한별(22)씨는 “2종 보통(수동) 면허 취득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경사로에서 한 번 뒤로 밀리고 나니 당황해서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8월 ‘물면허시험' 당시 2종 보통(자동) 면허를 취득한 적이 있는 정씨는 “일하는 곳 차량이 수동이라 어쩔 수 없이 수동면허를 다시 따야 한다. 8월 시험 땐 50m 직선 구간만 주행하면 기능 시험에 합격했었데”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이날 오전 기능시험 응시자는 29명. 이들 중 합격자는 단 1명뿐이었다. 불합격자 대부분은 직각주차(일명 T자 코스)에서 감지선을 밟거나 2분이 지나도록 주차를 하지 못해 감점을 받았다.

이번에 부활한 직각주차 구간은 2011년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이전보다 폭이 50㎝ 좁아졌다. 이 때문에 이 구간에서 30점이 감점된 응시자도 있었다.

이날 오전 모두 16명이 기능시험에 도전한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도 합격자는 단 1명 뿐이었다. 그마저도 합격자는 면허 취소로 부득이하게 재시험을 본 운전 경력자였다.

1종 보통면허 기능시험에서 탈락한 중국인 리광(32)씨는 “중국에서도 이 정도로 시험이 까다롭지는 않았다. 3년 동안 운전을 하고 왔는데도 기능시험 하나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난이도 높은 코스에 혀를 내둘렀다.

실격자들이 속출하자 면허시험장 관리자들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실격자가 나오면 관리자들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해당 차량으로 달려가 운전대를 바꿔 잡아야 한다. 5명의 현장 관리자들이 코스 안에 배치됐지만 기존 50m에서 300m로 늘어난 코스와 5분 단위로 나오는 실격 방송 탓에 숨 돌릴 틈이 없었다. 면허시험장 관리 5년 경력의 이진섭 차장은 “이제는 예전처럼 느긋하게 관리를 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10명 중 8명이 통과하던 시험이 1명도 통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춘천운전면허시험장 권순종 시험장장은 “그동안의 기능시험은 합격률이 90%를 넘을 정도로 쉬워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았다”며 “시험이 어려워져 연습이 많이 필요한 만큼 사고 위험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1년 6월 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교통사고 위험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받자 따기 쉽던 '물면허시험'을 어려운 '불면허시험'으로 이번에 바꿔 시행하게 됐다.
이번에 개정된 운전면허시험에선 기능시험의 경우 직각주차가 부활하고 도로폭도 3.5m에서 3m로 좁아졌다. 또 경사로 구간에서 정지 신호가 도입되며 신호 교차로, 가속코스 등이 추가돼 기존 2개 평가항목이 7개로 늘어났다.

춘천·서울=박진호·김민관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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