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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걸자마자 ‘대통령 뇌물죄’ 치고 들어간 특검

중앙일보 2016.12.22 02:25 종합 3면 지면보기
현판식과 함께 최장 100일간의 수사에 돌입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 개시 첫날인 21일 오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전격 실시했다. 이날 오후 특별검사팀 수사관들이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 등에서 압수한 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세종=프리랜서 김성태]

현판식과 함께 최장 100일간의 수사에 돌입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 개시 첫날인 21일 오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전격 실시했다. 이날 오후 특별검사팀 수사관들이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 등에서 압수한 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세종=프리랜서 김성태]

21일 오전 9시5분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에 검사와 수사관 10여 명이 들이닥쳤다. 한 시간 전부터 주변에서 대기하던 이들은 압수수색 영장을 들어 보이며 1층 출입문에 섰다.

청탁 고리 10여 곳 동시 압수수색
특검 3·4팀 검사·수사관 등 10명
1시간 대기하다 국민연금 들이닥쳐
세종시 복지부 연금정책국도 조준
‘삼성물산 합병’ 찬성한 과정 수사
인사 압력설 주장한 최광 집도 수색

“특별검사팀입니다. 출입 게이트를 당장 여시기 바랍니다.”

박영수 특검 3·4팀 소속 검사·수사관들은 곧장 건물 9층으로 올라갔다. 운용전략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서류를 압수물 박스에 담았다. 박영수 특검팀의 70일간의 본격 수사 일정은 이날 동시다발 압수수색으로 시작됐다. 특검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내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도 압수수색했다.

비슷한 시각, 2.6㎞ 떨어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는 현판식이 열렸다. 박 특검은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법과 원칙에 따라 올바른 수사를 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현판식 이전부터 준비한 특검팀의 압수수색은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을 직접 겨냥했다. 예열 단계 없이 의혹의 정점을 향해 바로 진격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은 시간이 없다. 1차 수사 시한이 2017년 2월 28일이니까 이것도 수사하고 저것도 해보고 할 여유가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곳을 향해 바로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수사는 특검팀 윤석열 수사팀장이 맡았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압수수색의 목적을 설명하면서 박 대통령과 삼성에 대한 수사임을 공개했다. 이 특검보는 “최순실씨에 대한 삼성 측 지원과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간의 대가관계(제3자 뇌물 혐의), 국민연금 임직원들의 배임 혐의 등에 대한 증거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박 대통령)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적용된다.

두 기업의 합병 당시 삼성의 청탁을 받은 최씨가 박 대통령 등에게 관련 부탁을 하고 그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나 승마 지원금을 받았는지 여부를 특검팀은 조사 중이다.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각종 금전적 지원을 약속받은 후 벌어진 ‘청탁의 고리’를 이어가는 게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최순실→박 대통령→여권 고위 인사(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등)→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순으로 청탁과 지시가 이어졌는지 캐낼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당시 합병 찬성 의견을 주도한 홍 본부장을 경질하려 했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이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또 보건복지부 내부에선 “문 전 장관이 삼성물산 합병 공로로 국민연금 이사장에 취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검팀이 이날 최 전 이사장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런 의혹 제기와 관련한 기록이나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삼성 측이 최씨 딸 정유라(20)씨에 대한 지원 계획을 미리 마련한 경위도 조사 중이다.

특히 이날 압수수색 영장에는 삼성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적시돼, 향후 삼성그룹 내 사법처리 대상자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법조계에선 최씨 모녀 승마 지원과 관련 있는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집중적인 수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일훈·김나한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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