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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원전 안전성 높이는데 AI 활용을

중앙일보 2016.12.22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박구원 한국전력기술 사장

박구원
한국전력기술 사장

최근 개봉된 영화‘판도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영화에서 사고의 발단은 규모 6.1의 지진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완벽한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그래서 경주 지진은 우리가 긴 역사 속에서 잠시 잊고 살았던,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 한 큰일을 당하면 늘 그렇듯, 과장된 이야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범람하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불분명한 정보는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기 마련이다.

사실 경주 지진의 진원지와 가까운 양산단층에 대해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전문가들의 조사와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학계에서는 줄곧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해왔으며 이런 의심들은 원전 등 중요 시설물의 설계 기준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 원전의 안전조치가 크게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부터 관련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신속하게 원전 안전을 강화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후쿠시마 이후 원전 내진설계 기준이 0.3g(규모 7.0)로 상향 되어 표준설계에 적용된 것이 대표적이다.

종전의 지반가속도 기준이 0.2g(규모 6.5)였음을 생각해보면 잠깐 사이에 구조 면에서 큰 폭의 강화가 이뤄진 것이다. 건축뿐 아니라 원자로와 냉각계통 등 내진설계 기준에 영향을 받는 원전 시스템 전반에 필요한 조사연구와 기술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서 가능한 조치였다.

경주 지진의 시사점은 지진이라는 위험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모호하던 지진 위험이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진이 원전을 비롯한 각종 건축물에 미치는 영향도 정확하게 판단 가능하다.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예상 가능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 이에 맞게 기존의 조치를 보강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판도라 같은 사고 방지를 위해 원전 운영과 안전성 부분에서 인공지능(AI)을 통해 보완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규모 9.1의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진앙지에 가장 근접한 발전소는 오나가와 원전이었다. 직선거리로 진앙지에서 60km나 더 멀리 떨어진 후쿠시마의 다이치 원전이 쓰나미 침수에 의한 전원 상실로 많은 피해를 입은 반면, 오나가와 원전은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다. 선제적으로 지진에 대비하여 규제기관의 비상발전기 방수시설 권고를 수용하는 등 안전조치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원전이 필요 없는 세상이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겠지만, 우리나라는 원전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 역할이 축소될 수는 없다.

최근 스위스는 ‘원전 조기 중단’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54.2%의 국민이 이에 반대하였다. 영국의 경우는 오히려 2050년까지 원전 비중을 86%로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어느새 우리보다 앞선 기술과 자본으로 무장하고 무서운 기세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가장 큰 공포는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공포이다. 원전을 공포의 대상으로 담아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안전하게 관리하고 활용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박구원 한국전력기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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