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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퍼스트펭귄] 스티비 원더가 ‘원더풀’…세계 최초 점자 스마트 워치

중앙일보 2016.12.19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스타트업 ‘닷’ 김주윤 대표
지난 14일 서울 가산동 닷 사무실에서 만난 김주윤 대표는 “우리가 보유한 50여 개의 특허를 피해서 닷 워치 같은 제품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회사와 제품 이름 닷은 점자의 점(dot)을 말하는 영어단어다. 미국 유학시절 만난 시각장애인 친구에게서 얻은 아이디어가 평생 업이 됐기에 붙인 이름이다. [사진 김성룡 기자]

지난 14일 서울 가산동 닷 사무실에서 만난 김주윤 대표는 “우리가 보유한 50여 개의 특허를 피해서 닷 워치 같은 제품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회사와 제품 이름 닷은 점자의 점(dot)을 말하는 영어단어다. 미국 유학시절 만난 시각장애인 친구에게서 얻은 아이디어가 평생 업이 됐기에 붙인 이름이다. [사진 김성룡 기자]

올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장애인을 위한 정보통신 박람회 ‘CSUN’이 열렸다. 올해 31번째를 맞이한 행사에는 전 세계 140여 개 업체가 다양한 장애인 기기를 선보였다. 행사장에는 시각장애인인 세계적인 팝스타 스티비 원더도 개인 비서와 함께 찾아왔다. 그는 이곳저곳을 돌아보다가 710번 부스에서 발길을 멈췄다.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그는 놀란 표정으로 “이 제품은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나”라고 물은 뒤 바로 선주문을 했다. 스티비 원더를 놀라게 한 제품은 한국의 스타트업 닷이 만든 세계 최초의 점자 스마트 시계 ‘닷 워치’다. 지난 14일 서울 가산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주윤(28) 닷 대표는 “스티비 원더만을 위한 특별한 에디션 제품을 계획 중”이라며 웃었다.

스마트폰 문자 내용 점자로 변환
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세상 선물
특허 50개…선주문 물량 15만대
초소형·초저가 점자 기기도 개발

닷 워치는 내년 1월 영국을 시작으로 15개국에 순차적으로 배송을 할 계획이다. 선주문 물량만 15만대지만, 내년에는 6만 여대만 판매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세계에서 처음 나온 제품인 만큼 어디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완급을 조절해서 완벽한 제품 관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닷 워치는 김 대표가 미국 워싱턴대에서 공부할 때 생각한 아이디어다. 당시 학교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친구가 500만원이 넘는 비싼 점자 기기와 무거운 점자책을 들고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그는 “ICT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데, 왜 시각장애인을 위한 혁신적인 제품이 없는지 이상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시각장애인은 2억8500만 명 정도. 이 중 7000만~8000만 명은 사고나 병으로 인한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다. 이렇게 점자 기기 시장 규모는 크지만 혁신은 없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 장비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기술 개발에 뛰어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을 만나고 자료를 조사하면서 사업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2014년 휴학을 하고 이 사업을 위해 한국에 돌아왔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세 번의 창업을 했는데 당시에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했다. 일하는 게 즐겁지 않아서 그만뒀는데, 지금은 일하는 게 너무 즐겁다”며 웃었다.

33g 무게에 가격은 30만원 정도 하는 닷 워치는 블루투스로 연결돼 스마트폰에 오는 알림을 확인할 수 있다. 문자나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스톱워치로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문자가 오면 닷 워치 전면에 있는 30개의 점자가 돌출하면서 내용을 알려준다. 김 대표는 “내년에는 통신 기능을 탑재해 닷 워치에서 문자를 바로 보낼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닷 워치의 핵심적인 기술은 액추에이터(Actuator)다. 전자석의 기능을 이용해 점자가 돌출하고 들어가게 하는 기술이다. 그는 “이 기술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2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닷에서 출원한 특허만 50개가 넘을 정도로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닷 워치는 제품 출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4년 12월에는 KBS에서 방영된 ‘황금의 펜타곤’ 시즌 2에서 우승을 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프랑스 오렌지 팹 선정 한국 스타트업5, IF2016 디자인 어워드 수상 등 수많은 상을 받으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6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2016 칸 국제광고제’에서는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프로덕트 디자인 부문과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혁신적인 기술과 창의성을 심사하는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상을 받은 것은 한국 기업 중 처음이다.

닷은 닷 워치를 시작으로 공익적인 제품을 계속 출시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제품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창의적 가치창출 프로그램(CTS)를 통해 내놓은 점자 교육 기기 ‘닷 미니’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점자 기기로 가격은 15만원.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경제 규모가 작은 제3세계 국가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케냐 정부는 닷과 100만 달러(11억원) 규모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 기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제2의 손정의를 꿈꾼다. 그는 “사업과 공익성에서 모두 큰 성공을 거두고 싶다”며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글=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자세한 내용은 이코노미스트 1365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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