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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빗장 푼 일본, 내국인 출입 허용 움직임

중앙일보 2016.12.19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일본 카지노 해금법 통과, 격변하는 한·중·일 삼국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전후로 한·중·일 카지노 삼국지 시대가 열린다. 일본 아베 정부가 밀어붙여온 카지노 허용 법안이 지난 15일 일본 참의원(상원)을 통과한 결과다. 이에 따라 아시아 카지노 업계, 특히 지리적으로 서로 가까운 동북아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아베, 마카오·한국서 고객 빼내 내수 진작 노려
“한국 시장서 일본으로 최대 7500억원 빠져 나갈 것”
정부 “도박 중독 등 우려 커 규제 완화 쉽지 않다”

3개 정도의 복합리조트에 각각 들어설 일본의 카지노는 언제쯤 첫선을 보일까. 일반적으로 ‘실행법안 마련→지방자치단체 선정→민간 사업자 선정→복합리조트 완공’에 이르기까지 5~7년은 걸린다. 일본 카지노가 빨라도 2022년은 돼야 문을 열 것이란 관측의 근거다. 다만 아베 정부의 추진 의지가 강한 만큼 개장 시기를 좀 더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영기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아베 총리가 내수 진작과 관광객 유치(현재 연 2000만→2020년 4000만 명)를 명분으로 적극 나서고 있어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빠찡꼬의 천국에 카지노가 들어서면 한·중·일의 경제 전선이 카지노산업으로도 확대된다. 지금까지 세 나라는 주로 전자·철강·조선·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 맞붙었다. 앞으론 서로의 카지노 고객을 놓고 뺏고 뺏기는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현재 판세를 보면 한국 카지노산업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 우선 덩치에서 밀린다. 현재 마카오에 몰려 있는 중국 카지노 시장 규모는 연 33조원, 한국은 2조8000억원 수준이다. 대신증권은 초기 일본 시장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올해 일본 빠찡꼬 시장 규모는 약 230조원). 복합리조트 투자 규모도 격차가 크다. 일본은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오픈카지노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복합리조트 건설에 5조~10조원대 투자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한국에선 1조~2조원 투자에 그치고 있다. 카지노·호텔·국제회의장·레저시설 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관광 인프라나 카지노 접근성에서도 한국이 중국·일본에 다소 뒤진다는 평가다. 다만 내년부터 2020년까지 인천 영종도에 3개의 복합리조트가 차례로 문을 열면 인프라와 접근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이충기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2010년 일본 카지노 개장 관련 연구논문 작성 때 설문조사를 해보니 ‘일본에 카지노가 생기면 가겠다’는 국내 카지노 고객이 절반에 이르렀다”며 “일본은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갈 수 있지만 강원랜드는 평창 겨울올림픽 덕에 교통이 편리해져도 서울에서 2시간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나마 반일 감정 때문에 중국인들이 일본보다 한국을 선호하는 게 불행 중 다행이지만 당시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강원랜드에서 일본으로 적게는 3100억원, 많게는 7500억원이 빠져나갈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경우 땅덩어리가 좁고 수요도 제한적인데 관련 규제는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해 (고객을) 받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상호 강원랜드 카지노관리실장은 “강원랜드에는 매출 총량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기준 수치보다 매출을 더 많이 올리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며 “외국인 고객 대상으로라도 이런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르면 2020년 또는 늦어도 2023년께에는 현실로 다가올 일본 카지노의 위협에 맞설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나 현실적인 선택지는 많지 않다. 김규직 문화체육관광부 카지노정책팀장은 “도박중독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관련 규제를 확 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개별 기업이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 강원랜드는 2018년 여름 워터파크를 열고 서비스 질을 개선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내년 4월 영종도에 한국 첫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 시티를 여는 파라다이스는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일본보다 3~5년은 일찍 문을 여는 만큼 그사이 입지를 굳혀 자사 전체 고객의 70%에 이르는 중국인 관광객을 붙잡아놓는다는 계산이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경쟁은 더 치열해지겠지만 일본 카지노 개장을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며 “길게 보면 카지노 수요층이 더욱 두터워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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