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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미 금리 인상에 과민반응 말라고?

중앙일보 2016.12.18 18:58 종합 35면 지면보기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매년 이맘때면 내년 경기는 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앞다퉈 보도되었다. 그리고 다음해가 오면 우리는 또다시 전망에 미달하는 경기에 실망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번 연말에는 내년이 더 좋을 것이라는 전망조차 찾기 힘들다. 논란의 초점은 내년 성장률이 올해와 비슷한 2% 후반일지 아니면 2% 초반 이하로 내려앉을지에 맞춰져 있다. 비슷할 것이라는 주장은 그동안 성장률을 받쳐주던 폭발적 건설투자의 둔화를 극히 저조했던 기업의 설비투자와 수출의 회복세가 받쳐줄 것이라는 희망에 기초하고 있다. 최근 국내의 정치 혼란과 세계의 정치·경제 복합 혼란을 생각해 보면 그리 큰 믿음이 가지 않는 희망이다.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트럼프 당선 소식에 껑충 뛰었던 미국과 신흥국의 장기 금리가 다시 뛰어올랐고, 유럽·일본·신흥국의 대미 환율이 또 한 번 치솟았다. 세계 금융시장이 예상 밖의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미국의 금리 결정자들이 내년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안팎으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는 발표 때문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들이 올해 기준금리가 1%포인트나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0.25%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면 투자가들이 이들을 양치기 소년으로 취급할 만도 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법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눈치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지난해에 비해 견고한 것으로 보이고 트럼프가 공약한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가 미국의 성장 속도와 재정적자를 더욱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증가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 예상되면 장기채권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빨리 상승한다. 이에 따라 신흥국 장기채권에 몰렸던 자본이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이로 인해 신흥국의 장기채권 금리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와 독립적으로 상승한다. 그럼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설비투자대출 금리가 동반 상승한다. 여기에 중국 경제 불안으로 금융시장 위험이 가중된다면 장기 금리는 더 큰 상승압력을 받는다. 조그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주변국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유럽과 일본의 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로 유지될 전망인데 미국 금리 인상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미국의 생산액은 세계의 20%에 불과하지만 외환거래에서 달러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경기 회복으로 대미 수출이 증가하고 환율 상승으로 수출이 더욱 탄력을 받으면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투자 침체를 상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지나친 낙관일 수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한계기업이 증가했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대한 한국 경제의 내성이 크게 약화되었다. 거기에 트럼프 취임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이 강화되면 직접수출은 물론 신흥국을 통한 간접수출마저 타격 받을 수 있다.
많은 경제전문가가 이러한 상황이 올 가능성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고, 부실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기회 있을 때마다 주문했으며, 정부와 언론의 때이른 양적완화 논의를 경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가계와 기업의 채무가 과도해지면 미국의 금리 상승에 대응해 한국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금리의 반경이 심각하게 축소한다. 자본유출이 염려돼 금리를 따라 올리자니 부실대출이 증가할까 두렵고, 반대로 금리를 내리자니 부채 폭탄이 더 크게 자라날까 두렵기 때문이다. 거시 경제정책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일은 지난 일일 뿐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앞길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또 한 번 좌절되리라 기대해 볼 수 있다. 금리 인상 우려로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무뎌지고 신흥국 불안이 미국의 증권시장으로 전염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걱정했던 일이 발생해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아직 남아 있다. 장기 금리가 급등하면 정부의 채권안정기금이나 한국은행의 장기채권 시장 개입으로 급등 저지를 시도할 수 있다. 자본유출과 환율 불안이 염려되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확대 재정정책을 쓸 공간에도 다른 국가에 비해 여유가 남아 있다. 정부 재정을 어디에 투입해야 부양효과가 크고 장기 부작용이 적을지에 대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많은 전문가가 내년 상반기 세계 경제가 안갯속에 있다고 말한다. 탄핵과 대선 정국 속 한국의 내년 상반기는 더욱 짙은 안갯속에 있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 관료의 어깨가 무거워진다. 돌려 생각해보면 내년 상반기가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몽매한 윗선의 압력과 쓸데없는 국정과제에서 해방돼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본질적 위기에 집중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다음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실행할 수 있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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