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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술로 갚겠다" 쿠바가 체코에 제안…재밌는 현물 상환의 세계

중앙일보 2016.12.18 16:19
다양한 럼주.  [사진 위키피디어]

다양한 럼주. [사진 위키피디어]

돈이 없었던 옛날엔 물건으로 거래를 했다. 그런데 요즘 몇몇 국가는 돈 대신 물건으로 빚을 갚는다고 한다. 쿠바가 그 하나다.

체코의 재무부는 쿠바가 체코에게 진 채무 2억7600만 달러(약 3276억원)를 ‘흔치 않은(unusual)’ 방법으로 갚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바로 럼(Rum)이다. 럼은 사탕수수를 증류해 만든 술이다. 럼을 활용한 모히토 등의 칵테일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 채권-채무 관계는 두 국가가 같은 공산권이었던 냉전 시대 이뤄졌다.

지난해 체코가 쿠바로부터 수입한 럼주는 200만달러(약 23억 7400만원)어치였다. 만일 이 상환이 성사되면 체코 국민이 138년간 마실 분량이라고 한다. 물론 체코는 현금으로 갚는 걸 선호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현금-현물 상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도 역시 냉전 시대 체코에게서 빌린 돈 1000만 말러(약 118억 7000만원)을 갚지 못해 2010년 5%를 인삼으로 낼터니 95%는 면제해달라고 요구했다.

군사대국 러시아가 돈 대신 내놓을 것은 무기다. 1993년 러시아는 뉴질랜드로부터 버터 등 1억달러어치의 유제품을 수입했는데 현금이 없다며 무기로 결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국은 옛 소련에게 빌려준 차관 14억 7000만 달러를 러시아의 탱크ㆍ장갑차ㆍ미사일ㆍ헬기 등 무기로 대신 받아냈다. ‘불곰사업’이다.

무기 도입사업에선 현물, 특히 식량이 많이 결제수단으로 등장한다.
아르헨티나(쇠고기)와 러시아(Su-24)의 거래.  [사진 위키피디어]

아르헨티나(쇠고기)와 러시아(Su-24)의 거래. [사진 위키피디어]

아르헨티나는 2014년 러시아로부터 12대의 Su-24 전투폭격기를 빌려왔는데, 비용을 밀과 쇠고기로 대겠다고 러시아에 제안했다. 아르헨티나는 경제 위기로 현금이 없고,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농축산물이 부족해 이 거래는 성사가 됐다.
핀란드(순록고기)와 미국(F/A-18)의 거래.  [사진 위키피디어]

핀란드(순록고기)와 미국(F/A-18)의 거래. [사진 위키피디어]

핀란드는 92년 64대의 F/A-18 전투기를 사면서 30억 달러의 대금 중 일부를 순록고기로 지불했다. 핀란드에 F/A-18 전투기를 판매했던 맥도널 더글러스 공장의 구내식당엔 한동안 순록고기가 질리도록 올라왔다는 일화도 있다.
태국(닭고기)와 스웨덴(JAS 39 C/D)의 거래.  [사진 위키피디어]

태국(닭고기)와 스웨덴(JAS 39 C/D)의 거래. [사진 위키피디어]

태국은 차세대 전투기를 선정하기 위해서 미국ㆍ러시아ㆍ프랑스와 협상을 벌였는데, 협상조건 중 하나가 대금의 일부를 닭고기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미국ㆍ러시아ㆍ프랑스로부터 거절을 당한 태국은 결국 스웨덴과 계약에 성공했다. 스웨덴은 12대의 JAS-39 그리펜 C/D 전투기를 수출하고, 태국은 냉동 닭고기로 결제했다. 전투가 6대에 냉동 닭 8만t의 조건이었다. 냉동 닭 1마리에 평균 1㎏라고 하면 스웨덴 전투기 한 대의 가격이 닭 1333만 마리인 셈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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