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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조립 과정 미리 확인해 부상 70% 줄여

중앙선데이 2016.12.18 00:48 510호 20면 지면보기

1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가상현실 체험행사에서 시민들이 삼성전자의 기어VR을 써보고 있다.



최근 들어 인텔·퀄컴 등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연이어 가상현실(VR)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2017년 관련 시장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애플의 가상현실 기기 개발 소식이 더해지면서 과거 아이폰과 같은 독창적인 VR 기기의 출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애플이 주목 받는 이유는 인공지능(AI) 기반으로 한 실시간 표정 인식 기술을 보유한 페이스시프트(Faceshift),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읽는 기술을 가진 이모션트(Emotient) 등을 인수하면서 현재 상용화되지 않은 표정 인식기능을 탑재한 가상현실 기기의 출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이 만드는 또다른 리얼월드

버추얼 리얼리티(Virtual Reality)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가상현실은 현실과 같은 실제적인 몰입감의 제공이 중요하다. 과거 1950년대에는 일방적으로 가상현실 콘텐트를 이용자가 시청하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제공해 몰입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가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이용자의 동공 움직임, 팔·다리의 위치 변화 등을 인지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이용자의 시선 변화, 손동작 등에 따라 반응하는 능동적인 가상 콘텐트 체험이 가능하게 되어 몰입감이 크게 증가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됨에 따라 더욱 정교한 이용자와의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어서 영화 ‘매트릭스’에서와 같이 가상현실과 현실 중 어느 것이 실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단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 한 시민이 버드야의 비행 시뮬레이터를 체험하는 모습. [파리 로이터=뉴스1]

[자동차 설계에도 적용, 신차개발 6개월 단축]

 

포드는 가상 조립 과정을 통해 근육에 가해지는 힘 등을 미리 파악하는 방법으로 실제 조립 과정에서의 부상 위험을 70% 줄였다. [사진 포드]



앞서 언급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가상현실은 게임·영화 등 전통적인 활용 분야에서 제조업·헬스케어 등 실제적인 분야로 적용 범위가 확대 되고 있다. 그 예로, 미국의 대표적인 차량 제조사인 포드는 가상현실 기술을 2012년부터 도입해 생산 공정에 활용하고 있다. 차량 조립라인은 수천 가지의 세부적인 프로세스로 구성된다. 포드는 차량 조립라인을 구성하기 전에 가상 조립(Virtual Assembly)을 통한 테스트로 조립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부상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엔지니어가 가상현실 기기, 50개 이상의 모션센서 등을 착용하고 조립 작업을 수행하면 가상공간 속의 아바타가 가상의 공간에서 자동차를 제작하게 된다. 이때 실제로 몸의 피로도, 근육에 가해지는 힘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게 된다. 이러한 가상 조립과정을 통해 제조 공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근육 좌상 등의 직원 부상을 약 70% 감소시킬 수 있었다. 포드는 현재 머스탱·익스플로러 등 일부 차량 생산라인에만 적용하고 있는 가상조립을 2017년부터 전 차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드는 차량 제조라인 구축 뿐 아니라 차량의 설계단계에서도 가상현실을 적용해 생산성 향상을 거두고 있다. 기존에는 차량 시제품 제작을 위해 2주 이상을 소비했으나, 이제는 가상 조립을 통해 4~8시간만에 가상 시제품 차량을 완성할 수 있다. 포드의 가상현실 및 첨단영상 기술 스페셜리스트 엘리자베스 베론은 “가상현실 시제품의 도입으로 차량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을 6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수백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연간 13만5000개의 디자인 세부 사항들을 가상현실 시제품 차량으로부터 검증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상현실의 적용은 차량 제조 기업 뿐 아니라, 록히드마틴과 같은 군수업체, DHL과 같은 물류 수송업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며 생산성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VR 심리치료 결과 87%가 효과 거둬”]

가상현실은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공포 요인에 대한 반복적인 노출을 통한 고소공포증 등 트라우마,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우울증 등의 치료를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현실의 심리 치료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가상현실 치료법(Virtual Reality Therapy, VRT)’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질 정도다.



삼성전자는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 ‘비 피어리스(Be Fearless)’를 통한 심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공포의 대상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된다. 예를 들어, 무대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많은 청중 앞에서 발표를 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체험하게 되며, 고소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고층 엘리베이터, 높은 건물의 옥상 등에 있는 상황을 단계적으로 반복 체험하여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연세대학교 강남 세브란스 병원은 “이 앱을 활용한 심리치료를 통해 참가자의 87.5%가 높은 곳에서 느끼는 불안감이 평균 23.6% 경감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최근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심리학자와 컴퓨터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가상현실이 우울증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일반적으로 자신을 더 엄격하게 비판한다는 사실을 착안해 진행됐다. 총 15명의 참가자들은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 공간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향해 따뜻한 말과 연민을 표현하게 하고 몇 분 후 아이의 시점에서 조금 전의 행동을 관찰하게 했다. 이를 통해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자책하는 성향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 실험을 1주일에 3회씩 한달 간 반복한 결과 15명 중 9명의 우울증 증상이 호전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장시간 이용시 ‘사이버 멀미’ 등 해결해야]

 

자료: Goldmansachs Global Investment Research(2016), www.businessinsider.com



제조·유통 등 산업 분야, 헬스케어 분야 등 가상현실 적용 영역의 지속적인 확대로 가상현실 시장의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골드먼 삭스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가상현실 시장은 약 207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텔레비전 판매 시장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제이피모건·트렌드포스 등 다른 조사업체들도 유사하게 가상현실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예측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예측이 현실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먼저, 가상현실 기기가 신체에 미치는 부작용의 해결이 필요하다. 장시간 강한 빛에 망막을 노출하게 되면 시력저하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가상현실 기기의 장시간 이용으로 구토·메스꺼움·어지러움 등을 느끼는 ‘사이버 멀미(Cybersickness)’ 현상도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힌다. 하버드 의대의 스티븐 라우치 교수는 “가상현실 기기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경우 신체는 실제로 감각을 느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각 충돌’이 발생해 사이버 멀미가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신체적 부작용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가상현실 기기의 안정적인 이용 시간, 이용가능 연령 등 구체적인 안전 기준의 정립이 필요할 것이다.



또 현재 상용화된 가상현실 기기는 종류에 따라 최대 11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런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용자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킬러 콘텐트의 확보가 필요하다. 올해 여름 큰 화제가 되었던 ‘포켓몬 고’와 같은 킬러 콘텐트가 가상현실 분야에서도 출시된다면 가상현실 기기의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이용자가 가상현실 기기를 접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 콘텐트를 만드는데 필요한 제조 툴, 원천 기술 개발 등을 위한 산·학·연 협력 생태계 구성이 선행돼야 한다. 신체 부작용과 킬러 콘텐트 부재 등을 조속해 해결해 가상현실이 우리 삶에 편리함과 시간적 여유를 제공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박현수KT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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