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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사라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인간화 절실

중앙선데이 2016.12.18 00:44 510호 22면 지면보기

올더스 헉슬리



영국작가(Aldous Huxley, 1894~1963)가 1932년에 발간한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 는 디스토피아, 즉 역(逆)유토피아의 암울한 미래 세계를 다룬 공상과학소설이다. 헉슬리는 이 소설에서 인간이 스스로 발전시켜 온 과학기술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된다는 역설을 소설을 통해 경고하였다. 헉슬리의 대표작 『멋진 신세계』의 내용은 1930년대에 쓰여진 소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적 감각이 살아 있고 미래 예측력이 뛰어나서 8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애독하고 있다.


[경영, 인문학에 길을 묻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는 1894년 영국의 고달밍에서 태어났는데, 할아버지는 동물학자였고 아버지는 작가였다. 그는 옥스퍼드대학에 진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하였다. 1920년대 그는 잠시 빌링햄에 소재한 최첨단 화학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이 공장에서의 경험이 『멋진 신세계』를 집필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이제 『멋진 신세계』의 줄거리를 요약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멋진 신세계 초판본(1932년) 표지.



이 소설은 먼 미래, AD 2540년의 런던이 배경이다. 이 해는 포드 자동차가 컨베이어 벨트 라인을 통해서 T모델 차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해를 기준으로 한 연호로 AF(After Ford) 632년이 된다. 이 시대는 거대한 세계정부가 물자의 생산과 분배, 그리고 인간생활을 시스템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모든 인간은 국영 ‘인공 부화소’에서 인공수정으로 태어난다. 사람들은 알파, 베타·감마·델타·엡실론 계급으로 엄격히 구분되는데, 알파 계급은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엘리트 계층, 베타 계급은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중산층이고, 감마 계급은 하류층에 해당하며, 델타와 엡실론 계급은 행정 당국에 의해 출생 후 전기충격에 의해 고의로 지적장애가 생겨 책을 읽을 수 없고 자연환경에 무관심하게 되며 신체도 왜소해 진다. 이들은 대량 생산되어 단순 노동을 담당하는 최하 계층이 된다. 인간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계급에 맞는 세뇌 교육을 받게 되어 보다 높은 계급으로의 신분상승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각자 신분에 맞추어 정부에서 직장을 배분해 주기 때문에 원하는 직업을 가지지 못해 좌절할 일이 없다. 또 실망, 분노, 좌절과 같은 감정 표출은 억제되어 있다.



 

[남녀 간 자유로운 성관계로 쾌락 추구]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이 ‘멋진 신세계’에서 사람들은 결혼이 없으므로 자녀를 출생하는 의무가 배제되고 남녀 간에 자유로운 성관계를 통해 쾌락을 추구한다. 또 ‘소마’라고 부르는 마약이 사람들에게 일정량씩 공급되는데, 이것을 복용하면 최고의 행복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얼핏 보기에는 진짜 ‘멋진 신세계’로 보인다.



이 문명사회의 엘리트층에 속하는 버나드라는 청년은 우연히 아직까지 멋진 문명사회가 정착되지 못한 야만인 거주 지역으로 갔다가 야만인 존을 만나게 되고 그를 문명사회로 데리고 온다. 존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문명사회에서는 아무도 읽지 않는,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을 열심히 읽었다. 평소 문명사회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버나드를 따라 문명세계로 오게 된다. 존은 문명사회를 처음으로 보면서 감격에 겨워, “오, 멋진 신세계여!”라며 외쳤다. 존은 신세계에서 생활하다가 뛰어난 미모의 매력적인 레니나를 만나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녀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등장하는 지고지순한 줄리엣은 아니었다. 거리낌 없이 파트너를 바꾸어가며 자유로운 섹스를 즐기는 문명인 레니나의 행동을 보면서 그는 문명세계에 환멸을 느끼고 방황하게 된다. 레니나도 존의 이해할 수 없는 고루한 언행에 충격을 받는다. 결국 신세계에 적응하는 데 실패한 존은 결국 자기가 원래 살던 곳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려고 하지만 ‘문명인’들의 구경과 조롱거리가 되었고 이를 견디다 못해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존을 따라 오랜만에 문명세계로 돌아 온 존의 어머니 린다는 자신의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비탄에 젖어 감정의 과다표출이라는 반국가적 행동을 보이던 중, ‘소마’를 과다 복용하여 마약에 취해 살다가 숨을 거둔다.



 

메리 맥아피가 그린 신세계 삽화



공상과학소설인 『멋진 신세계』는 당시로서는 비현실적인 공상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지만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아도 너무나 현실감이 풍부한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소설에는 현대사회의 파괴적 혁신 가능성을 예고하였으며 또한 이 가공할 혁신에 경영자를 포함하여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에 대해 시사점을 주고 있다. 먼저 조직내 위계(hierarchy)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 소설은 일깨워주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20세기 초에 ‘관료제’를 가장 합리적인 조직구조라고 주장하는 논거로서 정교하고 합리적인 위계를 들었다. 즉 관료제 조직 내 공무원들은 자신의 권한만큼 책임을 지며 보다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걸맞는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권한=책임=능력의 등식’이 성립하는 위계야말로 당시에 가장 합리적인 구조로 인식 되었다. 세월이 흘러 197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기업조직은 계층 수가 최소화 된, 매우 플랫(flat)한 팀제 조직으로 구조가 변해야 능률과 효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리더가 부하직원들과 리더십을 공유하며, 여러 전공의 사람들이 계급의식 없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팀제 조직’을 기업조직의 근간으로 삼으면서 조직은 피라밋 조직으로부터 수평조직으로 변화해 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조직구조는 여전히 수평구조가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기업의 인력구조는 오히려 계층화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조 윌모어는 1999년 논문에서 향후 기업의 인력구조가 변화하게 되는 중요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조직 내 ‘카스트 제도(caste system)’ 형성을 예측하여 주목을 받았다. 마치 옛날 인도에서 최고위 계급인 브라만이 국가의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을 독점하듯이 조직 내 최고위 브라만 계층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원의 획득과 분배, 인력의 수급, 인력의 배치, 평가와 보상에 있어서 의사결정을 독점하다시피 한다. 이 계층은 기업의 전략적 목표, 추진방법, 결과에 대해서 IT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여 스스로 정한다. 이는 헉슬리의 알파·베타·감마·델타·엡실론 계급으로 엄격히 구분되는 ‘멋진 신세계’의 계층구조와 일치한다. 과거 인도에서 카스트 간 신분이동이 불가능했듯이 ‘멋진 신세계’에서도 인간은 출생 직후 국가가 정해 준 계급 속에서 평생 살아가야 한다.



2016년 정초에 다보스 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던진 ‘제4차 산업혁명’의 화두는 전 세계를 강타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심화, 파괴적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직업과 일자리 소멸, 그리고 일자리의 양극화를 예고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인간노동의 미래에 대해서 매우 의미심장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2030~2050년대가 되면 국가나 기업의 인력구조는 크게 두 계층, 즉 알고리즘(API)을 설계하고 창출할 수 있는 상위계층(above API)과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사용만 하는 하위계층(below API)으로 엄격히 구분된다는 것이다. 상위 계층에는 파격적 대우와 보상이 주어지고 이들은 최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특혜를 누리지만, 하위 계층은 단순 반복하는 업무를 수행하므로 다른 인력에 의해 쉽게 대체되고 심지어는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제4차 산업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도 헉슬리의 어두운 인류미래에 대한 예측과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독일에서는 제조업과 ICT기술을 결합하여 플랫폼과 네트워크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프로젝트 ‘인더스트리 4.0’을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이 체제에 적합한 인재의 확보와 육성을 위해 독일연방 노동사회부가 ‘노동(Arbeit) 4.0’ 백서를 발간하는 등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노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하면서 미래의 노동과 일자리를 위한 새 틀을 짜고 있다.



 

[미래의 노동·일자리 위한 새 틀 필요]

‘Arbeit 4.0’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1차 산업혁명기에는 인간의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공장제 공업을 통한 대량생산이 도입된 제2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테일러리즘(Taylorism), 즉 ‘과학적 관리법’과 분업을 통한 능률향상이 인간의 노동에 영향을 미쳤다. 제3차 산업혁명에서는 로봇과 컴퓨터와 같은 IT 기술의 도입을 통한 자동화를 통해 인간노동의 전문화를 촉진시켰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과 초지능의 시대로서 사람, 사물, 인공지능 로봇이 한 시스템내에서 운영되는 시대인데 이 시대에 인간의 노동은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 학자들은 ‘노동 4.0’ 시대에 직무와 근로조건, 그리고 경영관리를 인간적으로 설계하는, ‘노동의 인간화’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과연 제4차 산업혁명의 전쟁터에서 그러한 휴머니즘이 지켜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이에 대한 힌트가 숨어 있다. 이곳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책을 읽거나 자연과 친해지려고 하지 말라는 경고하고 하층계급에는 아예 읽고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어릴 때부터 제거해 버린다.



헉슬리가 오늘날 우리 현대인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이 기계와 인공지능과의 싸움을 극복하고 진정한 노동의 인간화를 성취할 수 있는 길은 책을 읽어서 무언가를 학습하거나, 대 자연의 신비를 체험하며 그 속에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해답을 얻는 것이다. 인간이 이것을 깨닫고 실천하게 된다면 진정한 유토피아인 ‘멋진 신세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헉슬리는 현대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성국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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