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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뱃살은 가족사

중앙선데이 2016.12.18 00:40 510호 24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애 하나 둘 낳으며 늘어난 체중이 다 살이 돼버렸나 봐요.” 비만클리닉에서 중년 이후 여성들이 가장 흔히 하는 얘기가 “결혼 전에는 45kg, 결혼하고 애 낳고 나서 살다 보니 어느덧 70kg”이란 말이다. 변명같이 들리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요즘 웰빙가에선

우리 몸의 체중은 주로 수분, 뼈와 관련 있는 미네랄 성분, 근육과 관련 있는 단백질 성분, 그리고 지방성분으로 구성된다. 이 중 수분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체중을 얘기할 때 주로 관심을 두는 구성 성분은 근육과 지방이다. 성인 몸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남자 25% 이상, 여자 30% 이상일 때 비만으로 간주한다. 같은 체중이더라도 체중을 구성하는 성분의 비율은 모두 다르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수분과 근육이 줄어들고 지방의 비율이 늘어나는 몸으로 바뀌게 된다. 여성은 젊은 시절에는 허벅지와 아랫배에 피하지방이 많이 쌓인 체형이다. 그러다가 폐경기를 지나며 호르몬 변화로 인해 중년 이후 남자들처럼 내장지방이 많이 쌓여 윗배가 나오는 몸으로 변하기 쉽다. 그런 이유로, 설령 30년간 같은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서 체성분이나 몸의 형태도 같을 수는 없다.



젊은 여성 중에는 활동량이 매우 적고 운동은 하지 않은 채 열량 높은 간식거리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보니 근육량은 매우 부족하고 체지방률은 비만 수준으로 높은 상태여서 늘 피곤하고 운동이라도 좀 해보려 하면 한 두 번 하다가 지쳐서 못하게 된다. 이런 경우를 소위 마른 비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국의 산후조리 문화를 고려해보면 이런 사례들은 ‘아이 낳고 살이 쪄서 안 빠지는’ 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산후의 체중상태는 임신 전 체중상태와도 관련이 많다. 일반적으로 임신 전 모체의 비만은 출산 후 비만이나 아이의 비만에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임신 전에 정상체중 혹은 저체중이라 해도 상대적 체지방률이 높은 상태라면 산후 비만의 위험에 노출되긴 마찬가지다. 출산 직후 활동량 감소와 열량섭취 증가, 육아와 관련된 스트레스 등이 합쳐지니 임신 전에도 익숙치 않던 운동을 더군다나 출산 후에 갑자기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근육량보다는 지방이 늘 기회만 많아진다. 임신 중 한없이 늘어났던 복근이 가만히 둔다고 임신 전처럼 탱탱한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



“몸이 저리 돼도, 같이 운동하자 해도 안 해요” 라는 남편들에게 아내들은 “애들은 누가 보고 밥은 누가 해?” 라는 답을 바로 날린다. 몸매가 예전 같지 않다고 놀려대거나 운동을 강요하기 보다는 아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예전 아내 모습으로의 회귀를 바라기 전에 부부 사이를 다시 돌아보고 원만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중년 여성의 굵어진 허리통과 팔뚝살은 그 가족이 만들어진 후 그들이 부대끼면서 지내온 역사의 산물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박경희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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