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강일구
“애 하나 둘 낳으며 늘어난 체중이 다 살이 돼버렸나 봐요.” 비만클리닉에서 중년 이후 여성들이 가장 흔히 하는 얘기가 “결혼 전에는 45kg, 결혼하고 애 낳고 나서 살다 보니 어느덧 70kg”이란 말이다. 변명같이 들리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요즘 웰빙가에선
젊은 여성 중에는 활동량이 매우 적고 운동은 하지 않은 채 열량 높은 간식거리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보니 근육량은 매우 부족하고 체지방률은 비만 수준으로 높은 상태여서 늘 피곤하고 운동이라도 좀 해보려 하면 한 두 번 하다가 지쳐서 못하게 된다. 이런 경우를 소위 마른 비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국의 산후조리 문화를 고려해보면 이런 사례들은 ‘아이 낳고 살이 쪄서 안 빠지는’ 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산후의 체중상태는 임신 전 체중상태와도 관련이 많다. 일반적으로 임신 전 모체의 비만은 출산 후 비만이나 아이의 비만에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임신 전에 정상체중 혹은 저체중이라 해도 상대적 체지방률이 높은 상태라면 산후 비만의 위험에 노출되긴 마찬가지다. 출산 직후 활동량 감소와 열량섭취 증가, 육아와 관련된 스트레스 등이 합쳐지니 임신 전에도 익숙치 않던 운동을 더군다나 출산 후에 갑자기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근육량보다는 지방이 늘 기회만 많아진다. 임신 중 한없이 늘어났던 복근이 가만히 둔다고 임신 전처럼 탱탱한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
“몸이 저리 돼도, 같이 운동하자 해도 안 해요” 라는 남편들에게 아내들은 “애들은 누가 보고 밥은 누가 해?” 라는 답을 바로 날린다. 몸매가 예전 같지 않다고 놀려대거나 운동을 강요하기 보다는 아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예전 아내 모습으로의 회귀를 바라기 전에 부부 사이를 다시 돌아보고 원만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중년 여성의 굵어진 허리통과 팔뚝살은 그 가족이 만들어진 후 그들이 부대끼면서 지내온 역사의 산물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박경희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