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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 시진핑의 인기 비결은 ‘사유’

중앙선데이 2016.12.18 00:52 510호 1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중국인들 사이에서 시진핑 주석의 애칭은 ‘시다다(?大大, 큰아버지)’다. 큰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비결은 부정부패 타파와 시 주석 본인의 검소한 생활, 철저한 주변관리와 통치철학이다.


차이나 포커스

시 주석은 집권이래 3년간 ‘부패한 호랑이 때려잡기’를 실시해 장쩌민의 오른팔이었던 저우융캉(周永康) 상무위원, 후진타오 주석의 비서실장이었던 링지화(令??)를 비롯, 장관급 이상의 고위직 인사 138명을 낙마시켰다. 14만명의 공무원들이 지켜야 할 근무수칙인 8개 항목(八??定)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은 측근과 친인척들의 축재와 비리 스캔들로 항상 말썽이 있었지만 시 주석은 철저한 주변관리로 측근비리의 추문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시 주석 본인이 검소한 생활로 공무원의 모범이 되고 있다. 시 주석은 2013년 베이징에서 민간시찰 중에 점심때가 되자 칭펑(慶豊)이라는 만두가게에 들러 21위안(3700원)짜리 만두를 직접 줄 서서 사고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식사했다. 대만 국민당의 롄잔(連戰) 전주석이 국빈 방문했을 때도 시 주석은 고향인 산시성의 국수인 68위안(1만2000원)짜리 ‘빵빵미앤’ 세트메뉴를 내놓았다. 그러자 자동으로 공무원들의 공무경비인 삼공경비가 역대 최초로 줄어들었다. 최고지도자부터 경비절감에 솔선수범을 보인 것이다.



 

[3700원짜리 만두 사먹으며 소통 정치]

시진핑의 이런 행보는 정치인의 쇼일까 아니면 몸에 밴 통치철학의 발현일까? 중국은 2500여년간 14개 왕조가 일어섰다 사라졌다. 역대 중국의 통치철학은 한나라 시대부터 유교였다. 1949년에 건국한 사회주의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의 입에서는 2000년간 중국의 통치철학이었던 유교의 경전인 『논어』 구절이 줄줄 흘러나온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은 인문학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다. 중국 최초의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은 『자치통감』을 17번이나 읽었고, 시 주석도 이 책의 애독자라고 한다.



중국 서민의 인기 대통령 격인 시진핑이 마음 속에 새긴 통치자로서의 기본자세는 무엇일까? 시 주석은 2014년 5월 4일 베이징대를 방문해 청년들의 핵심가치관 강화를 촉구하면서 ‘사유부장 국내멸망(四?不? ?乃?亡)’을 강조했다. ‘사유(四?)’는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사상가인 관중(管仲)이 지은 책 『관자(管子)』의 ‘목민(牧民)’편에 나오는 말로 “나라에는 네 가지 근본이 있는데, 그것은 예의염치(禮義廉恥)다”라고 되어 있다. 이 중에 하나가 없으면 나라가 기울게 되고, 둘이 없으면 나라가 위태롭고, 셋이 없으면 나라가 뒤집어지고, 모두 없으면 그 나라는 파멸을 면하지 못한다(?有四? 一???? 二???危 三???覆 四????)는 것이다.



시진핑이 강조한 사유는 중국의 역대 국가통치자들이 정치를 하고, 관리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가져야 할 기본이었다. 나라를 존재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 덕목으로 예(禮)란 도를 넘지 않음이고 월권을 행하지 않는 것이다. 의(義)는 공정하고 공평해야 하는 권력자가 사적인 의도와 이해관계를 가지고 업무를 보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염치(廉恥)란 청렴하고 수치(羞恥)를 아는 마음이다. 염치와 반대되는 뜻으로, 잘못을 범하고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마음을 파렴치(破廉恥)라 한다. 이 파렴치가 판을 치게 되면 나라가 위태롭게 되는 것이다.



 

[시작은 같지만 끝은 다른 한-중 최고지도자]

순(順) 민심은 흥하고 역(逆) 민심은 망한다. 정치의 성패는 국민의 뜻에 달려있다. 사유를 제대로 실천한 지도자는 흥하고 무시한 지도자는 망한다. 소통의 달인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을 보라. 몸을 낮추고 진심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겸손한 지도자를 가진 국민은 행운이다. 한국의 다음 지도자는 예의염치를 제대로 실천하는 이가 돼야 한다. 결국 사람이다.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인재에 달려있고, 인재의 핵심은 교육이다. 국가는 국격이 있고 국격은 리더의 품격에서 풍겨 나온다. 리더의 품격은 공부와 내공에서 비롯된다.



1953년생인 시 주석과 1952년생인 박근혜 대통령은 비슷한 또래이기도 하지만 성장환경과 정치역정도 비슷했다. 시 주석은 중국 8대 혁명원로 중의 한명인 시중쉰 부총리를 아버지로 두어 중국의 청와대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자랐다. 중국 지도자중 2대에 걸쳐 중난하이에 거주한 유일한 케이스다. 박 대통령도 1963년 이후 청와대에서 생활했고 2대에 걸쳐 청와대에 거주하는 기록을 남겼다.



시 주석은 태자당 출신이긴 하지만 아버지의 실각과 문화혁명으로 중학교 1학년때부터 산시성의 오지 땅굴 속에서 7년간 생활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정치적으로도 상하이방과 공청단의 파벌전쟁에서 가까스로 살아 남아 결국 14억 인구를 통치하는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박 대통령도 아버지의 서거 이후 어려움을 겪었고 정치인으로 98년 정계입문 이후 대선경선 탈락 등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모두 극복하고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한?중 두 지도자의 시작은 비슷했지만 끝은 달라질 것 같다. 시 주석은 반부패정치와 청렴으로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에 힘입어 마오쩌뚱·덩샤오핑(鄧小平)에 버금가는 중국 역대 3대 권력의 반열에 올랐지만 한국의 박 대통령은 비선 측근의 비리로 중도 하야의 위기에 처했다.



2017년에 중국은 시진핑 2기 정부가 들어서고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 무역전쟁·환율전쟁이 벌어질 판이다. 사드배치 문제로 중국은 미국을 직접 때릴 수는 없지만 미국의 아바타인 한국은 때릴 수 있다는 태도가 한류 금지령을 시작으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중 환율전쟁에서 미국은 최대 채권자인 중국을 건드리기 어렵지만 중간에 낀 한국을 시범케이스로 희생양으로 삼을 수도 있다.



한국은 한시 바삐 미·중의 대변화에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주변상황이 이렇게 엄중한데도 지도자의 하야 문제가 국가경제의 모든 것을 함몰시키고 있다. 중국 시 주석은 과거 총리가 담당하던 국가경제의 큰 틀을 정하는 중앙재경영도소조의 조장의 자리까지 틀어쥐고 직접 경제를 챙기고 있다. 새해에 등장할 한국의 새 지도자로 노회한 장사꾼 트럼프와 정치꾼 시진핑의 사이를 뚫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환율전쟁에서 한국을 잘 지켜낼 경제통이자 사드 문제와 북핵 문제도 제갈량의 지혜로 잘 풀어낼 외교통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전병서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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