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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달러 시대, 유럽 비중 줄이고 날개 단 러시아 담아라

중앙선데이 2016.12.18 00:54 510호 18면 지면보기
‘복합적 불확실성 시대’



6명의 시장 전문가가 꼽은 ‘2017년 재테크 키워드’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정치와 경제 이슈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불확실성이 올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온수 현대증권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은 그 원인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처방전이었던 양적완화 정책에서 찾고 있다. 오 팀장은 “한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등 각국이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부의 불평등 문제만 부추겼다”며 “결국 누적된 경제적 불만이 선거로 표출되면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트럼프 당선 등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 역시 내년 금융시장의 위협 요소 중 하나로 정치 리스크를 꼽았다. 노 이사는 “당장 트럼프가 당선된 후 정책 공약에 따라 국가·산업·자산별로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며 “보호무역 강화는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지역엔 타격을 주고, 재정확대 정책은 인프라 산업엔 긍정적이지만 채권 시장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시나리오별 투자 전략

문제는 내년에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등 세계 곳곳에서 대선이 열린다는 점이다. 또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100일간 발표할 정책들도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중앙SUNDAY가 내년 재테크 시장의 가장 큰 변수 3가지를 꼽은 뒤 시나리오별 투자전략을 세웠다.



[미국이 3차례 금리를 인상할 경우]

상당수 시장 전문가는 단기적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횟수를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노근환 이사는 “미국 주요 경제 지표인 실업률이 지난달 기준 9년 만에 최저치(4.6%)로 떨어지고 Fed가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2.0%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다”며 “미국은 최소 3차례 금리를 인상할 체력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인상 기조를 따라가긴 힘들다고 봤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가장 많은 돈이 몰리는 곳은 미국 기업과 달러다. 미국 기업 중에서도 트럼프 정책 수혜주인 인프라와 금융업종은 트럼프 당선 직후 10% 이상 주가가 뛰었다. 4명의 전문가는 ‘4차 산업혁명’ 을 이끌 미국 기업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호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 상무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기술혁신으로 산업이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며 “미국 기업 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주도권을 가진 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 주식투자가 부담이 된다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한 펀드다. 따라서 건설·운송 등 인프라 업종이나 IT업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또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기초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판매 수수료가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ETF 수수료는 0.5%로 일반 펀드 판매 수수료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또 금리 인상은 수퍼 달러(달러 강세)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연준이 내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해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102.09까지 올랐다. 14년 만에 최고치다. 노근환 이사는 “달러인덱스는 내년에 최고 11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송미정 하나은행 도곡PB센터 부장도 “앞으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적어도 1200원까지 하락할 수 있으므로 환율 추이에 관심을 갖고 1150원대에는 달러를 사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곳은 미국 달러화 예금이다. 달러화 예금은 은행에 원화를 예금하면 그날 환율로 통장에 달러가 찍히는 방식이다. 만기가 되면 원화나 달러로 돌려받는다. 시중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다. 이자율은 1% 미만으로 낮기 때문에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건 환차익이다. 환차익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또 외화예금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달러화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뱅크론 펀드가 있다. 뱅크론은 금융회사가 투자적격등급 미만의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받는 대출 채권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대출 금리도 오르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이 올라갈 가능성도 커진다.



 

[세계 각국의 선거 결과가 미칠 영향]

내년 유럽 선거 결과가 국내 투자자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의 세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내년 4월 대선이 치러지는 프랑스에선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이 인기를 끌며 2차 결선 투표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독일에선 4선 연임에 나서는 메르켈 총리에 맞서 신생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극우정당은 유럽연합 탈퇴·반이민·반세계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오온수 팀장은 “이처럼 극우 세력이 갈수록 확대되면 단일체제 국가였던 유럽연합(EU)의 금융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며 “만약 선거기간 중 극우 정당의 지지율이 상승한다면 유럽 투자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유로화 가치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승호 상무는 “유럽 정치 이벤트가 쏟아지는 내년에 유로화 가치가 미국 달러가치와 같아지는 ‘패리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6일(한국시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장중 1.0367달러를 기록했다. 달러당 유로 가치가 1.04달러를 밑돈 것은 200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골드만삭스·도이체방크 등 해외 금융회사들은 내년 유로화 가치가 ‘1달러=1유로’ 패리티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 대선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대선 시기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언제,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노근환 이사는 “최순실 사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국내 정치 이슈가 피부로 느껴지는 건 크지만 국내 증시엔 단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오온수 팀장 역시 “내년 국내 증시는 대선 이슈보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얘기했다. 그는 “3분기까지 반영한 연간 실적을 추정해보면 올해 영업이익은 150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나 늘어났다”며 “기업 이익이 눈에 띄게 증가해 내년이면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 상승세를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철식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내년 대선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될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반도 사드 배치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중국이 한국 기업이나 한류 사업에 지속적으로 불리한 조치를 내놓고 있어서다. 최 부장은 “만약 내년 대선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바뀐다면 그동안 소외 받았던 화장품·엔터테인먼트·음식료 등 중국 수혜주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가 60달러까지 오른다면]

전문가들은 공급과잉이 해소되면서 유가가 올랐기 때문에 원유 등 원자재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지난달 30일 석유수출기구(OPEC)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감산을 합의했고, 이달 11일엔 비(非) 석유수출기구 회원국도 원유 감산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산유국이 손을 잡으면서 내년부터 하루당 약 175만8000배럴의 원유 공급량이 줄어든다. 올해 4분기엔 하루 평균 123만 배럴이 넘친 것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엔 공급과잉이 해소될 전망이다. 비OPEC 회원국의 감산 합의가 이뤄진 후 이달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인 52.83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예고하고 있어 원자재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철식 부장은 “원자재 관련 펀드나 ETF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이 중에서도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인 러시아와 브라질 펀드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러시아와 브라질 펀드는 유가 상승에 힘입어 50% 가까운 수익을 냈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러시아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9.5%로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가장 높다. 49% 수익률을 기록한 브라질 펀드도 뒤를 바짝 추격했다.



반면 유가가 60달러까지 오르기 전에 차익실현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송미정 부장은 “배럴당 60달러를 넘으면 미국이 원유와 세일 오일 생산량을 늘려 유가 상승을 억제할 것”이라며 “10%이상 수익을 거둔 투자자라면 55달러 선에서 차익을 실현하는 게 안전하다”고 권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안전자산인 금(金) 투자도 유망할 것으로 봤다. 앞으로 물가 상승압력이 커지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의 매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조재영 NH투자증권 강남센터 PB부장은 “올 들어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액자산가들은 금값에 상관없이 골드바, 금 펀드 등 금 관련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다”며 “특히 국제 금값이 7월 고점을 찍은 이후 17% 가량 떨어진 지금이 저렴한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금 펀드는 각국 증시에 상장된 금광 업체 등 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연초 이후 금 펀드 수익률(12월 15일 기준)은 13%다. 단 금 펀드는 골드바와 달리 운용·판매수수료,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15.4%)을 물어야 한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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