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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강남시대 열었지만 비리·특혜 의혹에 얼룩

중앙선데이 2016.12.18 01:18 510호 4면 지면보기
면세점 강남시대가 열렸다.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발표에서 롯데면세점·현대백화점그룹·신세계가 선정되며 그간 강북권에 집중됐던 대형 시내면세점이 강남에 잇따라 들어서게 된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대부분의 대형 시내면세점은 강북권에 집중돼 관광객 분산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시내면세점은 전국 매출 1위 매장인 롯데면세점 소공본점, 장충동 신라호텔 면세점, 광화문 동화면세점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면세점 본점의 지난해 매출은 2조2284억원, 신라면세점은 1조3206억원, 동화면세점은 3188억원이다.



이번 입찰 경쟁에서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을 제외한 4개 업체가 강남권을 부지로 도전했다. 현대면세점과 HDC신라는 삼성동 코엑스몰 근처, 신세계디에프는 반포 센트럴시티, 롯데는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입지를 내세웠다. 높이 555m, 123층의 국내 최고층빌딩인 롯데월드타워점은 지난해 6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순항했지만 지난해 2차 면세점 대전 때 사업권을 잃었다.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이 위치한 삼성동에는 현대백화점이 면허권 획득에 성공했다. 한 블록에 2개의 면세점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무역센터점 8~10층 1만4000㎡ 규모의 공간을 매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상처뿐인 영광 ‘면세점 3차 대전’

[신세계, 하남-코엑스-반포 벨트 완성]

이번 사업자 선정으로 신세계는 강남 패권을 쥘 토대를 마련했다. 올 7월 획득한 코엑스몰 운영권과 함께 스타필드 하남-삼성동 코엑스몰-반포 센트럴시티로 이어지는 거대한 강남 상권벨트를 얻게 됐다. 신세계디에프는 서초구 반포로의 센트럴시티 중앙부에 약 1만3500㎡ 규모로 신규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은 일 평균 유동인구 100만 명에 달하는 교통의 요지다. 신세계디에프는 센트럴시티 면세점이 문을 열게 되면 2018년에는 2015년 대비 88% 증가한 83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초·강남 일대는 지난해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가 440만 명에 달하며 최근 3년간 관광객 증가율은 19%를 기록했다.



서울 지역에 면세점이 늘어나며 치열한 경쟁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강남 지역에만 3곳이 선정돼 지형적으로 너무 밀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남이 최근 중국의 개별 관광객인 싼커(散客)들의 발걸음이 집중돼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지나친 집중으로 인해 제 살 깎아먹기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당국 규제에 따른 중국 관광객 증가율 둔화와 맞물려 서울 시내점은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향후 사업자 증가에 따른 수수료와 마케팅비용 등 판매관리비 부담 증대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업자 선정이 면세점에 목말라하던 기업들의 목을 적셔 줬지만 과정과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과 대기업의 유착 의혹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불신이 팽배하다.



 

[관세청 추가 선정으로 선회한 배경 의문]

가장 먼저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은 관세청이 왜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을 4곳(대기업 3곳, 중소·중견 1곳)이나 늘렸느냐다. 관세청은 지난해 5월과 11월의 1·2차 면세점 대전 때만 해도 업계의 과당 경쟁을 경계했다. 그러나 올 4월 관광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고 신규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며 면세점을 확충하겠다고 돌연 태도를 바꿨다. 2차 면세점 대전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가 국회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특허기간 연장 신청을 내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정도 압력에 정책 기조를 뒤집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관세청의 대기업 줄 세우기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국정 농단 사태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 이런 의문의 전후 상황을 추정할 만한 정황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아직 대가성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면세점에서 탈락한 기업들이 최순실이 주도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헌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는 K스포츠재단이 요구한 75억원을 약 3개월에 걸쳐 협상을 벌인 끝에 70억원을 기부하기로 하고, 5월 말 롯데케미칼 등 6개 계열사를 통해 돈을 나눠서 냈다. 그러나 K스포츠재단은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6월 10일)이 있기 하루 전날부터 13일까지 5일에 걸쳐 돈을 모두 돌려줬다. 또 2월 말~3월 초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따로 만난 사실도 확인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롯데로서는 월드타워점이 간절히 필요했던 시점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당초 올 2월에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상장 주간사로 선정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 회장이 한국롯데의 실질적 지배주주인 일본 광윤사와의 지배구조를 끊기 위해 상장 카드를 꺼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증권가에서는 호텔롯데의 공모자금을 역대 가장 많은 6조원 정도로 내다봤다.



그러나 연 매출 5000억원에 달하는 월드타워점을 놓친 뒤 예상 공모가는 4조원대로 고꾸라졌다. 호텔롯데를 지주사로 세운 뒤 공모자금을 이용해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려 했던 신 회장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롯데로서는 월드타워점 탈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이미 전경련을 통해 K스포츠재단·미르재단에 청와대의 뜻이 반영됐다는 것을 전달받은 상태였다”며 “K스포츠재단 측이 다른 5개 거점 기업도 모두 (기부에) 참여하는데 롯데만 안 할 것이냐는 식으로 압박해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마찬가지로 SK의 경우도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 회장, 최창원 부회장 간에 기업 나누기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면세점을 경영권 이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태원 회장도 신동빈 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박 대통령을 독대했고, 그 자리에서 당시 청와대가 준비한 대통령 말씀 자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씀 자료에는 면세점 특허제도의 개선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또 SK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각각 68억원, 43억원 등 총 111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 내용과 관련해 관세청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의결한 상태다. 감사원 감사를 SK가 이번 3차 면세점 대전에서 탈락한 이유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물론 면세점 사업자에 선정된 신세계도 최순실 게이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순실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이 만든 화장품 브랜드 ‘존제이콥스’를 면세점에 입점시켜 의혹을 샀다. HDC신라면세점도 마찬가지다. 올해 재도전 끝에 특허권을 따낸 현대면세점은 특혜 논란에서 유일하게 비켜 갔다.



 

[일본·태국서는 신고제로 자유롭게 운영]

이런 의혹이 증폭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즉각 심사를 중단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관세청은 심사를 강행했다. 여론에 반하는 관세청의 선택이 논란의 불씨를 이어갈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탄핵으로 사실상 대통령 유고 상태에서 이 문제를 강행할 이유가 있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관세청의 이번 선택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다투기 어려울 수 있다.



이처럼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관세청이 특허를 쥐고 있어 평가의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관건은 과정의 투명성이다. 지난해 2차 면세점 대전 때 사업권을 딴 두타면세점은 사업 추진의 난항 속에 지난 5월 MD 구성도 못 마친 상태에서 프리 오픈했다. 에르메스 등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세청의 사업 수행 능력 평가가 타당했느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관세청은 1~2차 면세점 대전 때는 심사위원 명단과 평가점수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특허제를 포기하고 신고제나 등록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자유로운 경쟁을 벌이면 역량이 부족한 사업자는 시장에서 퇴출되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국내 면세점 업계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호텔 계열 면세점 관계자는 “태국의 킹파워나 일본 미쓰코시의 경우 신고제로 자유롭게 운영하는 데 비해 한국은 치열한 내부 경쟁을 벌여야만 한다”며 “신고제를 통해 업계가 스스로 해외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세청은 현재로선 신고·허가제 불가 방침이다. 현재의 관리감독 능력으로는 면세점이 난립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밀수와 탈세, 대리 구매를 막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자본력·마케팅에서 앞서는 재벌 계열 면세점의 독주를 막을 수 있으며, 저가상품과 위조품 판매의 염려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최근에는 경매제 주장도 주목을 받는다. 경매제를 도입하면 사업자 선정 과정이 투명해지고 국가 재정수입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경매를 달리해 균형 성장을 꾀할 수도 있다.



 



 



김유경·임채연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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