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으로 빨려들어가는 달러 붙잡기에 비상

중앙선데이 2016.12.18 00:58 510호 15면 지면보기
‘비정상의 정상화’. 미국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자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구사하던 중앙은행이 전통적 통화정책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간 이어지던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7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이 예상하던 대로였지만 Fed가 밝힌 내년의 금리 인상 흐름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이날 Fed는 예상보다 강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면모를 보였다. Fed의 점도표에 따르면 2017년에는 돈을 거둬들이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점도표는 FOMC 참석 위원 17명이 특정 시기까지의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찍어 제시하는 분포도다. FOMC 위원들의 생각을 직접 담은 일종의 설문조사 결과다. 지난 9월 점도표에는 내년 두 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장 많았다. 그 후 3개월 만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FOMC 위원이 늘었다는 뜻이다.


미국 금리 인상, 직격탄 맞은 중국

 



이날 Fed의 금리 인상 여파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경제 회복을 반영해 달러 강세 흐름은 가속도가 붙었다. 금리 인상 발표가 난 15일(이하 한국시간)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1% 오른 103.18을 기록했다. 2002년 12월 이후 14년 만의 최고치다. 이날 달러당 엔화 값은 118엔을 돌파하며 10개월 만에 최고(엔화 가치 최저)점을 찍었고 채권시장에서는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11개월 만에 0.1%까지 올랐다. 유로 가치는 14년 만에 최저치(1.0367달러)로 떨어졌다.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이 1.04달러를 밑돈 것은 200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Fed가 돈줄을 죈다는 신호탄을 쏘자 가장 놀란 곳은 중국이다. 가뜩이나 위안화 약세와 그에 따른 자본 유출 압박에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 금융시장은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 유동성 공급으로 떠받쳐 온 시장이 일순간 무너져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오룽카이(趙龍凱)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금융과 교수는 “위안화의 장기 평가절하를 우려하는 중국 기업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해외 자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 매력이 높아진 미국은 중국 내 자본을 강력하게 끌어당길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제 규모로는 세계 2위지만 중국은 여전히 신흥시장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중국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의 금리 인상 소식이 나오자 중국 자본시장에서는 적신호가 울렸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진다는 FOMC의 매파적 목소리에 15일 중국의 국채선물시장은 한때 문을 닫아야 했다. 국채선물에 대한 매도 주문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중국 10년물 국채선물 가격은 1.81%, 5년물 국채선물 가격은 1.16%로 하락 마감했다. 이날 10년물과 5년물 국채선물 가격은 장중 각각 2%, 1.2%까지 하락하며 사상 처음으로 하한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 초반 10년물과 5년물 국채(선물) 가격이 폭락하자 상하이증권거래소 측은 선물 거래를 중단했고, 인민은행이 약 220억 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단기 자금시장에 투입하고 나서야 거래를 재개할 수 있었다. 파생 상품뿐만 아니라 실제 국채 가격도 폭락했다. 중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45%까지 오르며 16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그만큼 국채 가격이 급락했다는 이야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성장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국 경제가 미국 금리 인상 여파에 대규모 자본 유출을 겪게 될 것이란 투자자들의 공포가 채권 매도세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미국의 긴축 가속화에 중국 국채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이번 FOMC의 결정만이 중국 국채의 매도세를 유발한 것은 아니다. 중국 국채 수익률 상승세는 지난달 말부터 심화됐고 이번 주 들어 속도를 더했다. 중국 국채 매도세의 배경에는 기초체력이 부실해진 중국 경제가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이미 중국 내 자본 유출도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 달러 선을 위협받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3조515억 달러)은 전달에 비해 691억 달러(-2.2%) 줄었다. 지난 1월(-3%)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2014년 6월 외환보유액(약 4조 달러)이 정점을 찍은 이후 1조 달러 가까이 줄었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의 왕준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자본 유출 가속화와 위안화의 추가 절하를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의 달러를 많이 헐어 썼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이 중국 본토를 빠져나가는 달러를 잡기 위해 촘촘하게 그물을 치고 있지만 역부족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얻은 수익을 본국으로 보내는 절차를 까다롭게 했다. 중국 외환 당국은 최근 시중은행에 외자 기업의 자본계정 해외 송금 1회 상한액을 500만 달러(기존 5000만 달러)로 낮추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 규제도 강화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들의 초대형(100억 달러 이상) 해외 기업 인수, 해외 부동산, 지분(10억 달러 이상) 인수를 철저히 막고 있다. 핵심 사업과 무관한 외국 기업에는 10억 달러 이상 투자하기도 어렵다. FT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유니언페이 신용·직불카드를 통한 홍콩 보험상품 구매 금지, 금 수입 제한 등 중국 정부가 자본 해외 유출과 위안화 가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중국은 겹겹이 악재를 맞게 된 셈이다. 이미 중국은 위안화를 떠받치기 위해 세계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 자리를 일본에 내준 상태다. 15일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38% 올린 달러당 6.9289위안으로 고시했다. 2008년 6월 15일 이래 8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달러 값은 이날 1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12월 Fed의 금리 인상 이후 1년간 6% 정도 하락했다. 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위안화 가치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키트 저키스 글로벌 전략담당은 “시장이 Fed의 매파적 기조를 끌어안으면서 달러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리파이낸싱(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달러 유동성 부족이 뒤따르고 달러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에 미치는 충격파는 더 커질 수 있다. 상품시장과 주식,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중국 성장세를 지탱했던 ‘돌려막기’식 차입 구조가 붕괴될 것이라는 공포까지 겹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성장률 6%를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레버리지를 도입하는 동시에 자본 유출 막기에 안간힘을 썼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중국 정부가 1달러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위해 4달러의 부채를 동원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샤르마 전략가는 “Fed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게 되면 최대 피해자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미 버블 현상이 중국 상품시장은 물론 주식과 부동산 등 금융시장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미국 긴축 행보가 본격화되면 이러한 버블에 기댄 성장률은 꺼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 5년간 중국 경제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며 “중국의 많은 자본이 중국을 떠날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전 세계 자금을 끌어들이는 흡입기였던 중국이 이제는 달러 유출에 속수무책인 모양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내년 1분기 3% 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국채 매력이 커질수록 중국의 대규모 자본 유출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의 싱크탱크 정기간행물인 국정내참(國情內?)의 궁성리(鞏勝利) 수석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미국에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착수하면 이전에 중국이 미국에서 자금을 대량으로 유치했듯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모일 것”이라며 “국제통화가 된 위안화도 미국 시장으로 대거 투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Copyright by JoongAng Ilbo Co., Ltd. All Rights Reserved. RSS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