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영수 특검 “의료 농단 등 걸어가지 않은 길 새로 뚫어라”

중앙선데이 2016.12.18 01:10 510호 7면 지면보기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이 지난 16일 서울 논현동 김영재의원에서 진료 차트를 포함한 자료들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최순실(60·구속기소)씨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7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최씨 단골 성형외과(김영재의원)에서 확보한 자료에 대한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특검 관계자는 “어제 진료 차트를 포함한 두 박스 분량의 자료를 가져와 분석 작업에 나섰다”며 “위조 의혹이 제기된 자료에 대해선 필적 감정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김영재의원을 현장 조사하던 국조특위 위원들은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2014년 4월 16일 원장 김영재씨 장모의 차트에 나타난 서명과 필적이 당시 다른 환자의 차트와 다른 점을 발견하고 특검팀에 수사를 요청했다. 특검팀은 사건 당일 김 원장이 청와대에 들어가서 박 대통령을 진료하고, 뒤늦게 이를 숨기기 위해 장모의 진료 차트로 위조한 게 아닌지 등을 확인 중이다. 또 최씨가 일주일에 한 번꼴로 김영재의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증언도 나와 이에 대한 불법성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처럼 특검팀이 김영재의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 농단’ 사건에 주목하는 건 ‘새로운 성과’ 전략과 연관돼 있다. 박 특검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만 걸어보지 않은 길을 하나쯤은 새로 뚫어야 특검의 명분이 생긴다. 새로운 의혹도 팀마다(총 4팀) 하나씩은 수사하라”고 특명을 내렸다. ‘새로운 수사’와 ‘중요한 수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70일 내에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의료 농단 이외에도 검찰이 손대지 않은 의혹은 많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슈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표적인 게 특검법이 정한 수사대상 12호에 있는 ‘최순실 일가의 불법 재산 형성 및 은닉 의혹’이다. 국회가 제정 움직임을 보이는 재산환수특별법의 집행 근거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수사다. 하지만 최씨 일가가 보유한 재산의 뼈대는 최태민(1994년 사망)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다. 최씨가 사망한 지 이미 20년 이상 지나 증거가 될 만한 자료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고 사망한 관련자도 많아 재산 형성과 증식 과정의 위법성을 가리기란 쉽지 않다.



K스포츠재단이나 미르재단에 출연금을 내고도 탈이 나지 않았던 대림·부영 등 다른 대기업의 출연 경위를 파고드는 것도 눈길을 끌 수 있다. 하지만 그 법적 의미는 이미 검찰이 어느 정도 확보한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의 정황들을 추가하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중요한 수사’에도 난관은 많다. 검찰이 사법처리 없이 특검에 넘긴 중요 인물에는 박 대통령 외에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있다. 우 전 수석에 관해서는 최순실씨가 우 전 수석 임명의 배후이고 우 전 수석이 최씨의 이권 챙기기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거나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76)씨가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특혜 입학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제기된 의혹은 당사자들의 진술이 아니면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어려운 사안이 대부분이다.



김 전 비서실장 관련 수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 전 비서실장은 최씨의 국정 농단을 알고도 방치했고 공기업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본인은 제기된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우 전 수석과 김 전 비서실장의 비리와 관련된 첩보와 범죄 정황은 많지만 최씨와의 연관성이 선명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어서 특검 수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장혁·정진우·김나한 기자im.janghyuk@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