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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마초 아저씨로 변신해볼까

중앙선데이 2016.12.18 00:34 510호 20면 지면보기
젊은 시절, 좋아하는 선배가 있었다. 세련된 매너와 스타일리시한 패션을 구가하는 멋쟁이로 소문이 자자했다. 당시 구하기 힘든 독일의 휴고 보스 재킷을 걸쳤고 펠트로 만든 이탈리아제 볼사리노 모자를 썼다. 관심 있는 사람들조차 미처 알지 못하던 아이템들을 도대체 무슨 수로 찾아내고 손에 넣었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해외 여행도 자유롭지 못하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말이다. 지식과 정보가 두세 단계 앞서가는 아티스트는 별종의 인간처럼 느껴졌다. 선배의 말과 행동은 따르던 후배들에게 선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진심으로 그 선배는 멋졌다.



어느 때부터인가 선배를 가까이하기가 꺼려졌다.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풍기는 역한 입 냄새 탓이다. 남들은 다 아는 사실을 당사자만 몰랐을 게다.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음악 지식과 유럽 여행담도 악취에 가려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애써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 게 상책이다. 달콤한 입담에도 여자들이 꼬이지 않는 이유를 알 듯했다.


윤광준의 新 생활명품 -52- 런드레스 방향 탈취제

세월이 흘렀다. 마누라가 같은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입 냄새 대신 몸에서 풍기는 남자 냄새로 바뀌었을 뿐이다. 처음엔 흘려버렸다. 자주 목욕도 하며 깔끔을 떨기도 하는 나름의 대처를 했었으니까. 그러다가 마누라가 정색하고 곁에 오기를 꺼리는 걸 알아챘다. 문득 선배 생각이 났다. 당시의 나이를 역산해 보았다. 아뿔싸! 지금의 내 나이와 비슷했다. 냄새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이 먹은 남자가 내는 향기롭지 못한 체취다. 늙음은 하나도 즐겁지 않다.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의식할수록 사람들이 내게 가까이 오지 않는 듯했다. 산다는 건 반복의 과정이다. 또래의 친구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치사하게 향수를 뿌리고 다니는 녀석도 있다. 나름 티 나지 않는 좋은 향을 선택했을 터다. 친구 또한 말 못할 이유의 대처였을 게다. 난 남세스러운 향수는 싫다. 마초과 남자이기 때문이다.



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나이 든 남자의 서글픈 대처법이 다를 리 없다. 보기 싫은 것은 눈 돌리면 가려진다. 악취는 다르다. 단박에 코를 막고 인상이 찌푸려진다.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이유로 이보다 큰 것은 없다. 여전히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일을 풀어가야 한다. 행여 불쾌감을 준다면 이런 실례가 없다.



 

냄새는 없애고 향기는 더하다

후배의 차를 탈 때마다 향긋한 냄새가 났다. 독신남의 자연스런 생활 에티켓일지 모른다. 언제 어디서든 여자를 태울 때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할 테니까. 차 포켓에 놓여있는 탈취 스프레이와 달콤하고 은은한 향이 풍기는 방향제의 용도를 알아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디테일을 실천하는 후배가 다시 보였다. 이젠 앞서가는 후배에게 배워야 할 차례다. 정색을 하고 고백했다. 해법은 어렵지 않았다. 악취는 없애고 향기를 더하면 된다는 것이다.



냄새 대신 향을 풍기는 후배에게 찰싹 달라붙어 비법 전수를 애원했다. 런드레스(LAUNDRESS)를 취급하는 후배를 바로 소개시켜 주었다. 아쉬운 사람이 샘을 파게 마련이다. 당장 그녀를 만났다. 럭셔리 잡지의 편집장을 지낸 이력만큼 온몸의 자태가 고왔다. 솔직해야 처방이 정확하다. 처음 만난 여자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할 고민을 들려줬다.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 40대인 자기 남편도 형편이 별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 위안은 이상한 동조의 안심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대뜸 들고 있던 패브릭 프레쉬를 꺼내 옷에 뿌려주었다. 향수가 아니라 스프레이로 된 항균, 탈취제다. 냄새는 가리는 게 아니라 먼저 없애는 것이 순서라던가. 옷에 묻은 일상의 체취는 사라지고 이내 은은한 향이 번졌다. 화학 성분의 싸구려 향에서 나는 휘발성 자극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분까지 맑아진 느낌이다. 효과를 본 김에 넉넉하게 뿌려달라고 했다. 아저씨의 뻔뻔함이 효과를 보았다. 들고 있던 클래식 스프레이 한 통을 통째로 넘겨주었으니.



 

친환경·천연향이 주는 편안함

런드레스는 2004년 미국 뉴욕에서 만들어졌다. 그웬 위팅과 린지 보이드란 두 여인이 세운 섬유관련 세제와 방향제(패브릭 케어) 회사다. 둘은 샤넬과 랄프 로렌 같은 패션 브랜드에서 일했던 이력이 있다. 경험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옮아간다. 명품 옷은 넘치는 데 이를 빨고 관리하는 명품세제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상식의 허점은 도처에 널려있는 법이다. 비싼 옷을 세탁소에 맡겼다가 낭패 본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여성만의 섬세함은 이 점을 흘려버리지 않았다. 드라이클리닝을 하도록 표시된 옷의 90%는 물세탁이 가능했다. 명품 옷 사용자들은 좋은 세제로 직접 빨래하는 편을 선호했다. 디자이너와 경영을 맡았던 두 사람은 바로 의기투합했다.



온갖 세제와 방향제가 넘친다. 사용자는 평소 성분까지 일일이 살펴가며 쓰지 않는다. 광고나 메이커를 믿고 써 왔을 뿐이다. 해로울지 모르는 화학성분의 사용은 업계의 관행이기도 하다. 메이커 스스로 유해성 여부를 속 시원하게 밝혀준 적도 없다. 폐해는 모두 사용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 유해성분의 축적이 문제를 일으킨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았다. 해롭지 않다는 안심까지 보장된 명품의 필요는 이 지점에서 힘을 얻었다.



런드레스는 천연 원료만 사용한다. 식물과 자연 상태에서 채취한 미네랄 성분이 주성분이다. 표백제는 통상의 염소화합물 대신 산소화합물인 과탄산나트륨을 활용한다. 알레르기와 암을 일으키는 성분과 세척력을 높이기 위한 암모니아도 쓰지 않는다. 세제의 바탕인 동물성 유지는 식물 추출물로 대체했다. 인산염은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규제에도 불구하고 세제 업계는 여전히 사용하는 현실이다.



런드레스는 친환경을 고집한다. 방부제인 포름알데히드와 인공향료도 쓰지 않는다. 눈을 따갑게 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도 쓰지 않는다. 관행을 벗어난 제법은 모두 사용자를 위한 배려로 모아진다.



화학합성 인공향이 얼마나 독한지 안다. 향의 원액이 흐른 비닐 봉투가 녹아내리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봤다. 끔찍했다. 희석시킨 향을 쓴다 해도 독한 성분마저 없어지진 않는다. 쉽고 싸게 만들 수 있고 짙은 향의 유지 때문에 화학향은 방향제의 주력이 되었다.



좋은 향은 천연의 재료에서만 얻어진다. 프랑스 그라스에서 수백 송이의 장미꽃을 증류시켜 겨우 눈물 방울만한 장미향 원액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천연향이 얻어지는 과정의 노력을 실감했다. 런드레스 역시 천연향을 쓴다. 자연의 싱그러움이 풍기고 인체에 해롭지 않아야 안심이다. 짙지 않은 향이 은근하게 번지며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향과 용제가 모두 식물성이란 방증이다.



런드레스 세제와 섬유 유연제는 이미 마누라가 쓰고 있었다. 주부들의 입소문으로 퍼진 효능 덕분일 것이다. 어느 날 빨래에서 풍겼던 강한 자극의 향이 부드럽게 바뀐 이유를 알겠다. 고농축 제품이어서 조금만 써도 효과가 크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다. 섬유 특성에 따른 제품군이 풍부하게 구비되어 좋다는 감탄도 잊지 않았다. 직접 빨래를 해 본 적 없으니 이런 말을 건성으로 스쳐버렸을 게다.



나의 관심은 오로지 런드레스의 섬유 탈취, 방향제뿐이다. 향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행여 날지 모르는 나쁜 냄새를 없애 마음 편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속내가 더 크다. 다른 향이 나는 패브릭 프레쉬를 마누라 몰래 몇 개 더 샀다. 차 안에 놓아두고 사람을 만날 때마다 옷에 뿌린다. 남아있을지 모르는 아저씨 냄새를 지우려는 힘겨운 노력이다. 어쩌다 돼지 갈비를 먹어도 이제 자신 있다. 필요의 행간을 메워주는 촘촘한 상품 구색은 다양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마초 아저씨도 냄새 난다”는 말에 받았던 상처가 해결 방법을 찾았다. 더 나이 먹어도 향기가 풍기는 인간으로 살아야 할 텐데…. ●



 



 



윤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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