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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리 신속 진행 위해…헌재, 증인 부르기 최소화

중앙일보 2016.12.16 03:00 종합 14면 지면보기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사건 관련자들을 심판정에 불러야 하는 경우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심리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처럼 심리
검찰에서 작성한 진술조서도
당사자 동의없이 증거 인정 안돼
피의자·참고인만 400명 넘어
법률 예외조항 활용해 방안 모색

헌재는 탄핵심판을 할 때 법원에서의 일반 형사소송처럼 심리를 해야 한다. 형사소송은 범죄혐의자들에 대한 형량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민사소송보다 재판 기간이 길다. 탄핵심판도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탄핵 대상을 파면하게 된다. 이 때문에 권한쟁의나 위헌법률심판 때보다 엄격하게 심리를 진행한다.

원칙대로라면 이번 탄핵심판 역시 다른 중요 형사사건처럼 결론이 나기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헌재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게다가 박영수(64) 특검은 이날 “(수사 대상자의 동의가 없으면) 조사 내용을 헌재에 넘겨주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신속한 탄핵 결정으로 향하는 데 또 다른 걸림돌이 나타난 상황이다.

법원 고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에 최순실(60·구속)씨와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의 사건 관련인들을 여러 차례 심판정으로 불러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재판에서는 검찰에서 작성한 피의자나 참고인 진술 조서가 조사받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를 형사소송법에서는 ‘전문법칙(傳聞法則)’이라고 부른다.

검찰은 이미 최씨 등이 박 대통령과 공모해 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하는 등의 범죄 사실이 있다고 보고 이들을 기소했다. 형사소송처럼 진행될 경우 이 조서들은 최씨 등이 사실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혐의 확정을 위한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 실제로 이들은 모두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을 뒷받침할 증거로 채택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헌재는 이 사건 피의자와 참고인 등 400여 명을 전부 법정에 세워 직접 진술을 들은 뒤 증거로 삼아야 한다.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무더기 증인을 신청하면서 기간을 끄는 전략을 써도 이를 방지할 대책이 마땅치 않다. 헌재 고위 관계자는 “법 조문의 문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헌법재판의 성질에 어긋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헌재법 40조 1항이 ‘묘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조항은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증거 채택 등의 방식에서 민사소송법을 적용해 전체 심리 기간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헌재는 또 형사소송법의 전문법칙 예외 조항(311~316조)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헌재는 사건 관련자들이 검찰이나 특검에서 한 진술이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고 내용도 사실이라는 입장을 심판정에서 밝히면 조서 내용을 일일이 물어 다시 확인하지 않고도 증거로 쓸 수 있다. 헌재는 이런 법 해석을 바탕으로 검찰과 특검에서 작성된 조서, 최씨 등의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 참고인 진술 조서 등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활용할 계획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탄핵심판은 형사소송과 달리 모든 혐의를 입증해 형량을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쟁점별로 증거가 명백한 사안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한 뒤 탄핵 사유가 명백해지면 나머지 사안은 적극적으로 심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날 수사 기록을 보내달라고 검찰과 특검에 요구했다.

윤호진·서준석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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