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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전 총장 “이대 정유라 특혜 없었다” 오리발

중앙일보 2016.12.16 02:19 종합 3면 지면보기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15일 국회의 ‘최순실 국정 농단 조사특위’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최 전 총장, 최원자 교수. [사진 박종근 기자]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15일 국회의 ‘최순실 국정 농단 조사특위’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최 전 총장, 최원자 교수. [사진 박종근 기자]

“얼굴에 철판 깔기로 작정했어요?”

‘면접 때 영향 받아, 학점 주라 지시’
교육부 특별감사 때 드러났는데도
남궁곤·김경숙 “지시 안했다” 발뺌
정유라 이름도 몰랐다던 최경희
남궁곤 “정유라 입시 보고” 증언에
“정윤회 딸인지 몰랐다는 것” 말 바꿔

15일 열린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이화여대 증인들이 “정유라를 뽑으라 지시 안 했다” “면접장 안의 상황은 모른다”며 발뺌으로 일관하자 질의를 하던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청문회에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해 최경희 전 총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이 출석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특혜는 없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달 24일 교육부 특별감사에서 교수들이 출석도 하지 않은 정씨의 과제물까지 대신 해주며 학점을 준 사실도 드러난 상황에서다. 교육부는 남궁 전 처장과 김 전 학장에 대한 해임을, 최 전 총장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를 요구한 상태다.

 
 


최 전 총장은 “특혜가 없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조직적으로 특혜를 준 일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한두 번 부적절한 언사는 있었는지 몰라도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5년 (최씨가) 학교를 잠시 방문해 인사했다”며 “올해 봄에도 인사하고 갔다”고 말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이 “학교에 찾아온 학부모들을 다 만나느냐”고 물었고 최 전 총장은 “웬만한 분을 만나고, 지나가다 만난 동문 학부모도 의외로 많다”고 답했다.

그러나 장 의원이 “(그런 분이) 학생 200명이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자 1600명의 경찰병력 투입을 요구했다”고 다그치자 “그 부분은 정말…”이라며 말을 흐렸다. 최 전 총장은 또 “정유라의 이름도 몰랐다”고 주장하다 “정씨의 지원 사실을 보고했다”(남궁곤 전 처장)는 증언이 나오자 “관계(정윤회씨의 딸)에 대해 몰랐다는 말이었다. 죄송하다”며 말을 바꿨다. 최 전 총장은 이날 "수술을 받아 몸이 힘든 상태”라며 건강 악화를 호소하다 이대목동병원에 응급조치를 받으러 가 저녁 청문회에 불참했다.

최씨가 ‘우리 학장’이라고 불렀던 김경숙 전 학장은 청문회 증언까지 부인했다. 남궁 전 처장은 “김 전 학장이 (정씨의 입학 과정에서) 승마 얘기, 유망주 얘기, 아시안게임 얘기를 하고 정윤회씨의 딸이 지원했는지 모르겠다고 넌지시 말했다”며 “이 말을 듣고 정윤회의 딸 이름이 정유연(정유라 개명 전 이름)임을 확인하고 최 전 총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전 학장은 “그런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위증”이라고 추궁하자 “승마 얘기는 했지만 정유라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씨의 입학 과정을 담당했던 남궁 전 처장도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그는 “특수층 자녀가 수시입학 원서를 내면 총장에게 보고하는 게 적절한지”(최교일 의원)를 묻는 질문에 “통상 그렇지는 않다”면서도 “(정유라에 대한 보고는) 적절했다”고 주장했다. 면접장에서 정씨가 규정을 어기고 금메달을 제시한 점에 대해서도 “면접 내부 일은 모른다”고 말했다. 남궁 전 처장은 정씨에게 최고점을 줬던 면접관에게 평가 관련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했던 장본인이다.

증인들의 ‘오리발’이 이어지자 정유라 입학 비리를 감사한 교육부 관계자들이 참고인으로 자진 출석했다. 김태현 교육부 감사총괄담당관은 “면접위원회에 들어간 5명의 교수는 (평가에) 영향을 받았다고 얘기한다”며 “김 전 학장은 감사에서 인정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담당 과목 교수들은 (학점 관련) 지시를 직접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부당한 지시나 청탁은 없었다”(남궁 전 처장), “정유라에게 학점을 주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김 전 학장)며 똑같은 답만 되풀이했다.

의원들은 최 전 총장에게 “교육자라는 마지막 자존심이 있다면 학교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최 전 총장은 “내 인생의 모든 것이 이화”라며 “여러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판단할 일”이라고 답했다. 최 전 총장의 사퇴 요구를 주도했던 김혜숙 철학과 교수는 “이화여대 일원으로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화여대의 입시관리체계나 학사관리체계의 부정이 아닌 인간의 실패로 본다”고 말했다.

글=강태화·이지상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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