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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화초 ‘치료’ 하는 병원 아시나요

중앙일보 2016.12.16 01:07 종합 23면 지면보기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40)씨는 날이 추워지면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던 바질나무를 이달 초 집안으로 옮겼다. 며칠 지나자 녹색 잎들이 검게 변하며 시들기 시작했다. 바질나무를 구입한 화원에서 “물을 자주 줘선 안 된다”고 당부한 터라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만 봤다. 급기야 대부분의 잎이 시들면서 흉측하게 변했다.
15일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사이버식물병원 연구사가 반려식물의 증상을 살피고 있다. [화성=우상조 기자]

15일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사이버식물병원 연구사가 반려식물의 증상을 살피고 있다. [화성=우상조 기자]

김씨는 인터넷상에서 조언을 구하던 중 경기도농업기술원(도농기원)의 ‘사이버식물병원’을 알게 됐다. 사진과 함께 진단을 의뢰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흙이 너무 말랐다. 식물이 외부에서 실내로 옮겨지면 호흡이 많아져 수분 부족현상이 더 일어난다. 너무 따뜻한 곳에 둬서는 안 되고 겨울철에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화분 속 흙이 젖을 정도로 물을 줘야 한다”는 연구사의 처방이 왔다. 처방에 따른 조치 후 바질나무 잎의 시듦 현상은 나아졌다. 최모(38)씨도 이달 초 키우던 이태리봉숭아에 곰팡이가 핀 것 같아 사이버식물병원에 진단을 의뢰했다. “흰가루병이 발생해 하얗게 포자덩어리가 보이는 것으로 약제를 사용하거나 젖은 휴지 등으로 닦으면 도움이 된다”는 자문을 들었다.

경기 농업기술원 사이버 병원 인기
이유 모르게 시드는 꽃·나무 ‘환자’
홈피에 증상 올리면 실시간 처방
개원 초엔 농작물에 치료 집중
반려식물 문의 7년새 6배 늘어

식물을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반려 개념으로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병든 식물을 치료하는 병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도농기원은 2009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이버식물병원을 운영 중이다.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진료방식은 유일하다는 게 도농기원의 설명이다. 식물병원에는 도농기원 농업생물팀내 4명의 연구사가 활동 중이다.

식물병원 개원 초기에는 대부분 농가에서 키우는 작물의 병충해에 대한 문의가 중심을 이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반려식물의 치료를 문의하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반려식물 시장은 눈에 띄게 성장 중이다. 유통업체 11번가가 올해 초 3개월간(1월 2일∼4월 1일) 다육식물, 원예상품 등의 매출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병과 분재 등 매출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 상승했다. 자연히 치료 문의도 늘고 있다. 실제 식물병원이 문을 연 2009년 12건에 불과했던 반려식물 치료문의는 지난해 74건으로 늘어났다. 올해의 경우 지난 14일 기준 92건이다. 단순 비교하면 7년 사이 관련 문의가 667% 증가한 것이다.

사이버식물병원은 각종 증상에 대한 진단과 함께 처방을 즉시 내려주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사이버식물병원’을 입력하면 해당 사이트(http://www.plant119.kr)가 안내된다. 사이트에서 진단의뢰 작물과 주요 증상 정보 등을 입력하면 무료 진료가 이뤄진다. 증상마다 병해충 전문가, 바이러스 전문가, 생리장애 전문가 등이 참여해 적절한 처방을 내린다.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는 2012년부터 오산 물향기수목원에 공립나무병원(http://forest.gg.go.kr/com/31)도 운영 중이다. 병해충이나 대기오염 등으로 병든 나무들을 치료하는 곳이다.

이현주 사이버식물병원 연구사는 “반려동물처럼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문의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홈페이지도 열어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더욱 신속하게 상담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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