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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라니 고려청자·청화백자에 담긴 뜻은…

중앙일보 2016.12.16 01:05 종합 25면 지면보기
한국인의 다양한 색감을 보여주는 전통 유물과 현대 작품이 한데 모였다.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인의 다양한 색감을 보여주는 전통 유물과 현대 작품이 한데 모였다.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옛것과 새것이 어울리니 한층 여유롭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에 눈이 즐겁다. 전시장 초입에 옛 선비들이 입었던 순백의 두루마기와 사진작가 구본창의 ‘달항아리’ 사진이 놓여있다. 그 옆에는 천혜영 작가가 빚은 순백의 도자기 세트도 진열돼 있다. 청렴과 절제라는 흰색의 의미가 도드라진다.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때깔’
오방색에 담긴 한국인의 삶 더듬어

두루마기에도 우리의 아픈 과거가 담겨 있다. 일제는 한국인을 통제하는 수단의 하나로 염색된 옷을 강요했다. 조선총독부는 ‘백의는 금물이요, 색의(色衣)를 착용하시오’라는 경고문을 배포했다. 흰색 위주였던 두루마기가 지금처럼 검은색으로 통일됐다. 예전 중고교 교복도 그런 영향을 받았다. 물론 조선시대에도 흑색을 사용했다. 격식과 위엄을 상징했다. 사대부들의 갓이 대표적이다. 종묘·사직 등 국가에 제사를 올릴 때 입은 옷을 흑초의(黑?衣)라 했다.

색은 문화다. 그리고 역사다. 시대·장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때깔-우리 삶에 스민 색깔’(내년 2월 26일까지)은 바로 그런 색의 자취를 더듬어보는 자리다. 하양(白)·검정(黑)·빨강(赤)·파랑(靑)·노랑(黃) 오방색을 중심으로 우리 유물에 담긴 색의 생성과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색을 탐색한 요즘 물건·작품도 곁들이며 입체성을 살렸다. 예컨대 2002년 월드컵 때 선보인 각종 티셔츠와 응원도구들. 해방 이후 한국인을 짓눌렸던 ‘레드 콤플렉스’를 일거에 날려보냈다. 조선시대 빨강은 권위를 나타냈다. 화려한 적초의(赤?衣)를 입은 ‘흥선대원군 초상’(보물 제1499호)이 대표적이다. 파랑 코너에 진열된 청바지도 새롭다. 청춘의 이미지가 부각된다. 예부터 한국인은 파란색을 선호했다.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드러냈다. 고려 청자와 조선 청화백자가 좋은 사례다.

이번 전시에는 총 350여 점이 나왔다. 음양과 상생의 원리를 색에 접목한 배색(配色)·다색(多色) 코너가 하이라이트다. 어좌(御座) 뒤에 놓였던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화사하고 단아한 ‘색동저고리’, 반짝반짝 빛나는 ‘나전칠기’ 등에 몸과 마음이 즐겁다. 민속박물관 황경선 학예사는 “1980년 컬러TV가 등장하면서 색 또한 개인의 기호시대 접어들었다”며 “앞으로 색의 분화와 확장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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