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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르고 보자…면세점 유치 공약 실현성 의문

중앙일보 2016.12.16 01:00 경제 3면 지면보기
“면세점이 무슨 자선사업인가요?”

시내 면세점 사업자 17일 선정
경쟁업체 의식해 ‘화끈한’ 계획 발표
중간점검 허술, 약속 안 지켜도 그만
작년 허가권 업체 이행 ‘0’인 곳도

신규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17일)을 이틀 앞두고 15일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업체들이 ‘일단 사업권만 따면 되니 지르고 보자’는 생각에 현실성 없는 사업 계획을 내놓고 있다”면서 “이런 사업계획이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우리 공약도 100% 지킨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경쟁업체를 의식해서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의 사업 계획을 내놓고 지난해 특허권을 따낸 업체들도 계획 이행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광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시내면세점 공약 이행 사항’에 따르면 공약 이행은 지지부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7월 1차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당시 중소기업 못으로 선정된 SM면세점은 공약이행 건수를 ‘0건’으로 보고했다.
사업권을 따낸 대기업 면세점이 내건 계획도 실효성이 의심되는 경우가 눈에 띈다. 신세계 면세점은 공약대로 한류공연장(소년24홀)을 9월에 문 열었지만 연간 10만명 관광객 유치라는 목표는 요원해 보인다. 주3회 운영되는 공연장 수용인원은 550명에 불과하다. 한화갤러리아63면세점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여의도 봄꽃 축제 홍보(4월4~10일), 노인 뇌건강 치매예방활동 지원(3월22일) 등 단기 행사 위주였다. 두타면세점은 오픈 6개월이 지났는데도 지난해 내걸었던 샤넬·루이비통 등 해외 명품 유치 공약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1년차 직접 고용 인원을 4015명이라고 제시했지만 9월까지 1497명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면세 사업에 진출한 대부분 사업자가 수백억원의 손실을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 계획을 지킬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특허 심사 주체인 관세청은 사업계획 이행 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한다고 보기 힘들다. 관세청은 연간 두 차례 관할 세관이 정기 재고 조사를 나갈 때 이행 상황을 체크하는데, 이행이 부실하면 이행 명령을 내린다. 5년간 이행명령 건수가 재승인 심사에 반영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행명령을 내린 사례는 ‘0’건이다. 이에 대해 관세청 하변길 대변인은 “올해 초에 문을 신규 면세점들이 공약 점검 대상이어서 아직 이행 명령을 내린 사례가 없다”고 해명했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기업 몫으로 3장의 특허가 걸린 이번 심사에는 현대백화점·HDC신라·SK네트웍스·롯데(심사 프레젠테이션 순) 등 5개 기업이 도전장을 냈다. 롯데면세점은 2조3000억원을 들여 강남권 관광 인프라 구축과 중소 협력업체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현대백화점은 돈을 못 벌어도 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서초·강남 지역 관광 인프라 개발에 3500억원을 쓰겠다고, SK네트웍스는 6000억원을 들여 ‘워커힐 리조트 스파’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HDC-신라는 국산브랜드 지원과 강남 관광 활성화에 2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업체들 사이에서도 “이런 대규모 투자 계획이 실제로 집행될지 의문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공약 논란’ 뿐 아니라 이번 심사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심사 자체를 연기해야 한다는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국회 기재위는 이날 전체 회의를 열고 면세점 특허심사와 관련 관세청에 대한 감사 요구안을 의결했다. 관세청은 이에 대해 “국회 절차와 상관없이 예정대로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면세 제도를 아예 현행 허가제에서 신고 또는 등록제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약을 지킨다, 안지킨다’ 하는 논란의 출발점은 정부가 특허를 틀어쥐고 심사를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면서 “일정 요건만 있으면 누구라도 면세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주영·성화선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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