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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 호흡 맞추는 오씨네 부자…마음도 부자 됐어요

중앙일보 2016.12.16 00:39 종합 28면 지면보기
14일 경기 안양시 호계체육관 탁구장.

전 탁구 국가대표 오상은과 아들
종합선수권 첫 부자 복식조 도전
“함께 땀 흘리며 대화 많이 늘어
아들과 관계 좋아져 또다른 수확”
“아빠가 못 이룬 올림픽 금메달 꿈
중국선수 꺾고 제가 이룰거에요”

30여명의 탁구선수들 사이에서 한 초등학생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탁구대 반대편에선 전 남자탁구 국가대표 오상은(39·미래에셋대우)이 공을 받아주면서 쉴 새 없이 자세와 기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부 전국 1위인 오준성(10·오정초)군. 오상은과 준성 군은 부자지간이다. 언뜻 보면 지도자와 선수 같았지만 두 사람 모두 정식 등록선수로서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오상은(오른쪽)-준성 부자는 탁구대 앞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난생 처음 중학생 형들과 대결을 앞둔 아들은 ‘든든한 파트너’ 아버지와 후회없는 경기를 다짐했다.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에 경기 스타일도 비슷한 부자가 탁구 라켓을 쥐고 환하게 웃었다. [안양=김성룡 기자]

오상은(오른쪽)-준성 부자는 탁구대 앞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난생 처음 중학생 형들과 대결을 앞둔 아들은 ‘든든한 파트너’ 아버지와 후회없는 경기를 다짐했다.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에 경기 스타일도 비슷한 부자가 탁구 라켓을 쥐고 환하게 웃었다. [안양=김성룡 기자]

오상은-준성 부자는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개막하는 제70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복식에 출전한다. 물론 아버지와 아들이 한 조를 이룬다. 국내 탁구대회 중 유일하게 출전선수의 연령제한이 없는 종합선수권이라지만 공식 대회에 부자가 함께 선수로 출전하는 건 유례가 없다. 김택수(46) 미래에셋대우 감독은 “내가 알기로는 중국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탁구사에 남을 만한 조합이 나왔다”고 말했다. 오상은-준성 조는 17일 남자복식 1회전에서 대전 동산중의 이기훈-정남주 조를 상대한다.

종합선수권 출전을 결심한 두 사람은 1회전 통과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들은 자신의 장기인 백핸드 드라이브 기술 연마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술은 아버지의 주무기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기술을 한가지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두 사람은 어떤 작전을 구사할지를 나타내는 ‘손가락 사인’도 정하면서 호흡을 맞춰나가고 있다.

오상은은 2000년대 올림픽(은1·동1)과 세계선수권(은2·동8)에서 총 12개의 메달을 따낸 탁구스타다. 종합선수권에서도 단식 최다우승 기록(6회) 보유자다. 그런 아버지와 함께 같은 테이블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 아들은 “아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탁구계 스타인 ‘그 분’과 복식 경기에 나서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를 ‘그 분’이라고 표현할 만큼 존경심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오상은도 둘째 아들 준성이가 기특한 표정이었다. 2012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던 오상은은 올해 초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에 재도전했다. “아빠는 왜 국가대표를 하지 않는냐”는 아들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오상은은 “아들과 복식 조를 한다니 꿈만 같다. 은퇴 전 한번 쯤 해보고는 싶었지만 ‘과연 될까’ 했는데 (김택수) 감독님과 팀의 배려로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오상은은 2003년 탁구선수 출신 이진경(42)씨와 결혼해 2006년 준성이를 얻었다. 7세 때 탁구채를 잡은 준성이는 아빠와 똑같은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이다. 탁구채를 잡은 지 5년 만에 동갑내기 중 전국 1위가 됐다. 준성이의 공을 받아본 국가대표 정영식(24·미래에셋대우)은 “초등학교 4학년인데도 백핸드로 정말 가볍게 공을 받아넘긴다. 상은이 형을 아버지로 둔 준성이가 부럽다”고 말했다. 김택수 감독도 “감각이 뛰어나다. 확실히 부모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아버지이자 동료인 오상은은 아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나는 초등학생 시절 잘하면 3등쯤 했다. 그저 시키면 성실하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준성이는 창조적인 면도 있고, 재능도 좋다. 그건 엄마를 닮은 것 같다.” 칭찬만 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곧이어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지금 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고교 시기를 거쳐야 하고 성인이 되서도 꾸준하게 발전해야 한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며 더 노력해야 한다.” 아버지 눈에 비친 아들은 다듬을 곳이 아직 많은 원석이다.

대회는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적잖은 수확도 있다. 함께 땀을 흘리면서 대화를 한 덕분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오상은은 “아들은 탁구에 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나는 준성이 학교 생활에 대해 물어본다. 덕분에 부자 사이에 대화가 늘었다”고 말했다. 준성이는 “아빠한테 많이 배워서 꼭 태극마크를 달겠다. 그래서 나중에 중국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따고 싶다. 아빠가 못 이룬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초등학생들과만 맞붙었던 준성이는 17일 1회전에서 처음 중학생과 상대한다. “후회없는 경기를 하자”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저도 실수 줄일테니, 아빠도 잘 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오상은은 …
생년월일: 1977년 4월 13일
체격: 키 1m88cm , 몸무게 78kg
출신학교: 대명초-심인중-심인고-서울산업대
전형: 오른손 셰이크핸드 공격수
주요 경력: 2012 런던 올림픽 단체전 은
2001 세계선수권 혼합복식 은
종합선수권 개인전 통산 6회 우승
오준성은 …
생년월일: 2006년 6월 12일
체격: 키 1m45cm, 몸무게 37㎏
소속팀: 부천 오정초
전형: 오른손 셰이크핸드 공격수
주요 경력: 초등학교 4학년부 랭킹 1위(15일 현재)
2016 교보생명컵 꿈나무대회 개인전 금
2016 대통령기·문체부장관기 단체전 우승

안양=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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