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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옥상서 캠핑하며, 도서관서 책갈피 넘기며 …

중앙일보 2016.12.16 00:02 Week& 6면 지면보기
| 오붓하고 특별한 송년 이벤트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12월 31일 밤엔 뭘 할까. 타종행사가 있는 서울 종로 보신각? 인파를 생각하면 도전할 용기가 안 난다. 그렇다고 집에서 혼자 TV 보면서 의미없게 보내고 싶진 않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이벤트, 뭐가 있을까.



직장인 서민정(35)씨는 지난해 제야에 가족과 함께 종로 보신각에 갔다가 사람들에 떠밀려 다쳤다. 그는 “특별한 추억거리를 만들려다 오히려 불쾌한 기억만 생겼다”며 “올해는 차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벤트를 찾고 있다”고 했다. 서씨처럼 최근엔 북적이는 송년 명소보다 사람 적은 차분한 곳에서 오붓한 이벤트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요즘 사람들은 개인적이면서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며 “너무 많이 알려진 명소보다 소박한 이벤트에 더 끌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동네 작은 서점들이 만드는 재즈와 책의 밤
파주 도서관 ‘지혜의 숲’ 에선 독서를 하며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라운드 미드나잇 행사가 열린다. 자유롭게 책을 보며 재즈·록 공연도 즐길 수 있다.

파주 도서관 ‘지혜의 숲’ 에선 독서를 하며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라운드 미드나잇 행사가 열린다. 자유롭게 책을 보며 재즈·록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라운드 미드나잇’은 밤새 책을 읽으며 한해 마지막을 보내는 송년 행사다. 오는 30·31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파주 출판단지의 도서관 ‘지혜의 숲’에서 300명이 함께 책을 읽는다. 밤 11시부터는 바로 옆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홍대 젊은 뮤지션들의 공연도 볼 수 있다. 싱어송라이터 강아솔과 안녕하신가영, 피아니스트 성현, 모던 록그룹 ‘9와 숫자들’, 프로젝트 밴드 ‘프랭크&디’ 등의 공연 후엔 출연자와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을 외칠 계획이다.
파주 도서관 ‘지혜의 숲’ 에선 독서를 하며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라운드 미드나잇 행사가 열린다. 자유롭게 책을 보며 재즈·록 공연도 즐길 수 있다.

파주 도서관 ‘지혜의 숲’ 에선 독서를 하며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라운드 미드나잇 행사가 열린다. 자유롭게 책을 보며 재즈·록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라운드 미드나잇에 참가한다는 최은미(32·목동)씨는 “지난해 친구 소개로 참가했는데 평소 잘 읽지 못했던 책을 읽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게 꽤 의미있었다”며 “올해는 어머니와 함께 참가해 고전 문학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라운드 미드나잇은 서울 연남동의 작은 음악서점 ‘라이너 노트’와 음반·공연 기획사 페이지터너를 운영하는 홍원근 대표가 기획한 행사다. 그는 “31일 밤 거나한 술자리 대신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엔 사람들이 올지 반신반의했는데 티켓판매를 하자마자 매진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해엔 31일 딱 하루만 했던 행사를 올해는 24일과 30일까지, 두 번 더 마련했다.

북 토크도 있다. 웹툰 ‘무한동력’ ‘신과 함께’의 주호민 작가(30일),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31일)가 대화를 나눈다. 새해 첫날 1~2시가 되면 개성 있는 작은 책방들이 준비한 ‘새벽의 책방들’이 문을 연다. 최근 계동에 문을 연 가수 요조의 ‘책방무사’, 독립출판서점 ‘헬로 인디북스’와 ‘오프 투 얼론’, 그림책방 ‘프레드릭’, 여행책방 ‘짐프리’, 헌책방 ‘프루스트의 서재’ 등이 한 자리에서 엄선해온 책을 판매하고 낭독회같은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티켓은 일반형과 숙박형, 두 가지가 있다. 지혜의 숲에서 밤새 책을 보는 게 일반형(1인당 4만 4000원)이고, ‘지혜의 숲’과 같은 건물 3~5층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지지향)에서의 숙박권이 포함된 게 숙박형(2인 기준 24만 8000원)이다.


 
루프탑에서 캠핑하며 새해 맞이
제기동 경동 청과물시장 건물 옥상에서 진행되는 캠핑 프로젝트 서울 피크. 팩패킹을 하며 특별한 연말을 보낼 수 있다.[사진 미니멀웍스]

제기동 경동 청과물시장 건물 옥상에서 진행되는 캠핑 프로젝트 서울 피크. 팩패킹을 하며 특별한 연말을 보낼 수 있다.[사진 미니멀웍스]


도심 한복판, 파란 잔디가 깔린 건물 옥상에서 루프탑 캠핑을 하며 새해를 맞이할 수도 있다. 도심 캠핑이라는 컨셉트도 생소하지만 장소는 더 기발하다.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 안 청과물시장 건물 옥상이다.

‘서울 피크’란 이름의 이 도심 캠핑 프로젝트를 기획한 사람은 경리단길에 캠핑형 레스토랑 ‘글램핑 온 더 탑’(현재 휴업)을 냈던 김성민 더시크릿가든 글램핑 그룹 대표다. 파티플래너, 전시·뮤직비디오 아트디렉터 등 독특한 이력의 김 대표는 “캠핑이야말로 연말에 가족·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 추억 만들기에 가장 좋은 프로그램인데 추위때문에 겨울엔 캠핑할 곳을 찾기 어려워 늘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연말에 부담없는 갈 수 있는 캠핑 장소를 찾아 다녔던 그는 경동 청과물시장 건물 옥상인 ‘상생장’을 보고는 “바로 여기!”라고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김 대표는 “작은 텐트 안에서 따뜻한 불빛 아래 음식을 직접 해먹으며 하늘을 볼 수 있기에 특별한 감성 경험을 할 수 있다”며 “특히 올 12월 31일은 토요일이라 1박2일로 떠나기 더 좋다”고 했다. 31일 자정에는 새해를 맞는 작은 카운트다운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 피크(Seoul Peak)는 ‘서울의 봉우리’란 뜻으로 서울에서 하는 루프탑 캠핑의 취지를 살려 지은 이름이다. 제야 말고도 이달 17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만 운영된다. 660㎡(200평) 남짓한 규모에 하루 10팀이 캠핑할 수 있다. 텐트는 직접 가져가야하는데 팩(텐트를 땅에 고정하는 도구)을 박을 수 없어 백패킹용으로 쓰는 자립형 텐트만 설치할 수 있다. 가격은 텐트 하나당 3만5000원. 조용한 캠핑 분위기를 위해 텐트 당 인원은 3명까지로 제한한다. 음식은 바로 밑 청과물시장에서 식재료를 사와 간단히 요리를 해먹거나 2층 푸드코트에서 맥주와 치킨을 사다 먹어도 된다. 반드시 사전 전화 예약을 해야 한다.


 
호텔의 카운트다운 파티
호텔에선 12월 31일 밤 바(bar)나 식당에서 새해를 맞는 카운트다운 파티가 열린다.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공간과 이벤트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데, 롯데호텔의 로비 라운지 파티는 100명 정원이 벌써 마감됐을 정도다.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호텔 역시 로비 라운지에서 무제한으로 술과 세미 뷔페를 제공하는 카운트다운 파티를 연다. 임피리얼 팰리스는 31일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2시30분까지 다양한 핑거푸드가 준비된 세미 뷔페에 와인·생맥주를 무제한으로 제공(1인 6만 5000원)한다. 라이브 공연과 경품 추첨 이벤트도 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스피크이지 바(숨겨진 술집) 컨셉트로 유명한 지하1층 ‘찰스 H’에서 오후 6시부터 뉴욕 금주법 시대였던 1920년대 풍의 파티를 연다. 입장하는 남성 고객에게는 중절모를 빌려줘 신년 카운트다운을 끝내고 모자를 벗어 던지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칵테일의 경우 평소 메뉴는 없어지고 31일에만 선보이는 스페셜 칵테일 메뉴를 1잔 3만5000원에 마실 수 있다. 자리에 앉길 원하는 사람은 1인당 2만원의 커버 차지를 내야하는데 칵테일이나 샴페인 1잔을 추가로 제공받는다.

더 플라자는 그랜드볼룸에서 가수 조성모 공연을 보며 즐기는 카운트다운 파티를 준비했다.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하는 1부 공연은 양식 코스 메뉴를 먹으면서 감상할 수 있다. 티켓은 16만5000원(S석)부터 22만원(VIP석)까지 세 종류다. 카운트다운을 함께 하는 2부 조성모와 함께 하는 맥주 리셉션은 1인당 8만원이다. 앞서 30일엔 저녁 식사와 함께 하는 김태우의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좌석은 세 종류로 동일하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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