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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테이블 앞에 함께 선 아빠와 아들, 오상은-오준성

중앙일보 2016.12.15 17:08
 

14일 경기 안양시 호계체육관 탁구장.

30여명의 탁구선수들 사이에서 한 초등학생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탁구대 반대편에선 전 남자탁구 국가대표 오상은(39·미래에셋대우)이 공을 받아주면서 쉴 새 없이 자세와 기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부 전국 1위인 오준성(10·오정초)군. 오상은과 준성 군은 부자지간이다. 언뜻 보면 지도자와 선수 같았지만 두 사람 모두 정식 등록선수로서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탁구 종합선수권대회 복식 경기에 출전하는 오상은-오준성 부자가 14일 경기도 안양시 호계다목적체육관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탁구 종합선수권대회 복식 경기에 출전하는 오상은-오준성 부자가 14일 경기도 안양시 호계다목적체육관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오상은-준성 부자는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개막하는 제70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복식에 출전한다. 물론 아버지와 아들이 한 조를 이룬다. 국내 탁구대회 중 유일하게 출전선수의 연령제한이 없는 종합선수권이라지만 공식 대회에 부자가 함께 선수로 출전하는 건 유례가 없다. 김택수(46) 미래에셋대우 감독은 "내가 알기로는 중국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탁구사에 남을 만한 조합이 나왔다"고 말했다. 오상은-준성 조는 17일 남자복식 1회전에서 대전 동산중의 이기훈-정남주 조를 상대한다.

종합선수권 출전을 결심한 두 사람은 1회전 통과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들은 자신의 장기인 백핸드 드라이브 기술 연마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술은 아버지의 주무기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기술을 한가지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두 사람은 어떤 작전을 구사할지를 나타내는 '손가락 사인'도 정하면서 호흡을 맞춰나가고 있다.

오상은은 2000년대 올림픽(은1·동1)과 세계선수권(은2·동7)에서 총 11개의 메달을 따낸 탁구스타다. 종합선수권에서도 단식 최다우승 기록(6회) 보유자다. 그런 아버지와 함께 같은 테이블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 아들은 "아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탁구계 스타인 '그 분'과 복식 경기에 나서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를 '그 분'이라고 표현할 만큼 존경심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오상은도 둘째 아들 준성이가 기특한 표정이었다. 2012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던 오상은은 올해 초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에 재도전했다. "아빠는 왜 국가대표를 하지 않는냐"는 아들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오상은은 "아들과 복식 조를 한다니 꿈만 같다. 은퇴 전 한번 쯤 해보고는 싶었지만 '과연 될까' 했는데 (김택수) 감독님과 팀의 배려로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오상은은 2003년 함께 탁구를 하던 탁구선수 이진경(42)씨와 결혼했고, 2006년 준성이를 얻었다. 7세 때 탁구채를 잡은 준성이는 아빠와 똑같은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이다. 탁구채를 잡은 지 5년 만에 동갑내기 중 전국 1위가 됐다. 준성이의 공을 받아본 국가대표 정영식(24·미래에셋대우)은 "초등학교 4학년인데도 백핸드로 정말 가볍게 공을 받아넘긴다. 상은이 형을 아버지로 둔 준성이가 부럽다"고 말했다. 김택수 감독도 "감각이 뛰어나다. 확실히 부모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아버지이자 동료인 오상은은 아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나는 초등학생 시절 잘하면 3등쯤 했다. 그저 시키면 성실하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준성이는 창조적인 면도 있고, 재능도 좋다. 그건 엄마를 닮은 것 같다."

칭찬만 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곧이어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지금 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고교 시기를 거쳐야 하고 성인이 되서도 꾸준하게 발전해야 한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며 더 노력해야 한다." 아버지 눈에 비친 아들은 다듬을 곳이 아직 많은 원석이다.

대회는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적잖은 수확도 있다. 함께 땀을 흘리면서 대화를 한 덕분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오상은은 "아들은 탁구에 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나는 준성이 학교 생활에 대해 물어본다. 덕분에 부자 사이에 대화가 늘었다"고 말했다 준성이는 "아빠한테 많이 배워서 꼭 태극마크를 달겠다. 그래서 나중에 중국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따고 싶다. 아빠가 못 이룬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초등학생들과만 맞붙었던 준성은 17일 1회전에서 처음 중학생과 상대한다. "후회없는 경기를 하자"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저도 실수 줄일테니, 아빠도 잘 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오상은은…
생년월일: 1977년 4월 13일
체격: 키 1m88cm, 몸무게 78㎏
출신학교: 대명초-심인중-심인고-서울산업대
전형: 오른손 셰이크핸드 공격수
주요 경력: 2012 런던 올림픽 단체전 은
2001 세계선수권 혼합복식 은
종합선수권 개인전 통산 6회 우승
◇오준성은…
생년월일: 2006년 6월 12일
체격: 키 1m45cm, 몸무게 37㎏
소속팀: 부천 오정초
전형: 오른손 셰이크핸드 공격수
주요 경력: 초등학교 4학년부 랭킹 1위(15일 현재)
2016 교보생명컵 꿈나무대회 개인전 금
2016 대통령기·문체부장관기 단체전 우승

안양=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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